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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비 내리는 날이면 읊조리게 되는 시[포엠 자키] 봄비처럼 왔다 봄비처럼 떠난 이수복 시인의 <봄비>
임영열 기자 | 승인 2021.03.02 09:35

1994년 광주 사직공원에 세워진 이수복(1924~1986) 시인의 시비. 시제는 <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饗宴)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1924~1986) 시인의 시 ‘봄비’ 전문. 1955년 현대문학)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고 읊었던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셀리(1792~1822)의 노래처럼 길고도 질긴 겨울을 건너 봄이 오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벌써부터 매화, 복수초, 산수유 등 봄의 전령들을 화면 가득히 내보이며 남녘으로부터 날아오는 꽃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맨 먼저 ‘일지춘색(一枝春色)’의 매화를 앞장 세우고 머잖아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라일락이 ‘춘서(春序)’에 맞춰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을 타전해 올 것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비가 먼저 알려준다’라는 옛 말처럼 봄이 시작되는 삼월의 첫날, 겨우내 얼고 메말랐던 대지를 녹이고 적시는 봄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긴 겨울 가뭄 끝에 내리는 봄비는 특유의 생명력으로 땅속 깊이 잠들어 있는 씨앗들을 깨우고 뭇 생명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비 그치고 나면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들 짙어오고, 청보리밭 맑은 하늘 아래서 종달새가 무어라고 지껄일 것입니다. 고운 꽃밭 속에서 처녀애들은 짝하여 서고, 땅에선 향연(饗宴)과 같이 아지랑이가 타 오를 것입니다.

옛말에 ‘춘우순풍조민안락(春雨順風調民安樂)’이라 했습니다. “봄비가 조용히 내리고 바람이 순하면 백성들이 편안하다”는 말입니다.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역병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반가운 봄비까지 순하게 내렸으니 머잖아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같은 봄날이 올 것입니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민요적 정서를 바탕으로 섬세한 한국적 서정을 ‘한(恨)’으로 승화시킨 이수복 시인의 <봄비>였습니다.

봄비처럼 세상에 왔다가 봄비처럼 떠난 시인 이수복(1924~1986).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민요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적 서정을 '한(恨)’으로 승화시킨 김소월의 시를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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