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의병장 서암 양진여 설죽 양상기 기념사업회 카페

부자 의병장으로 알려진 우리 지역 출신 양진여, 양상기 의병장을 기리는 장소에 별도의 표지석이 하나 없어 ‘의향’이라는 타이틀이 낯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난 양진여(梁振汝 1862~1910) 은 1862년 5월 11일 광주군 서양면 이동(현 중흥동 498-1번지)에서 태어난 우리지역 의병장이다.

지난 3월 21일 중흥동에 위치한 번지수를 찾아 양진여 생가를 직접 찾아갔다. 신주소로 바뀌었기 때문에 주택단지가 밀집한 골목 사이를 헤맸다. 양진여 생가를 번지수대로 정확히 찾았지만 아무런 표지석이 하나 없이 평범한 주택이었다.

중흥동에 양진여 생가가 위치해 있지만 의병장이 태어난 생가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작은 표지석 조차 없는 현실이다.

상징물, 표지판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문화재나 기념물 등록이 되어있지 않을뿐더러 의병장이 태어난 생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지판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경북 영덕의 경우 의병장이었던 신돌석의 생가지를 복원시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해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

양상기 의병장의 증손자인 양준열씨는 “현재 생가는 유족과 관련 없는 일반인 소유로 평범한 사람이 살고 있다”며 “생가는 현재 재개발지구라서 북구청과 행정측면에서 의병장의 생가를 지키는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털어놨다.

재개발 하는 과정에서 생가 복원과 같은 별도의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양진여, 양상기 부자의 의병활동을 기리기 위해 광주에는 서암로, 설죽로가 있다. 서암로가 지나가는 신안교 교차로 부근은 설죽로와 만나는 교차점이다.

그러나 양진여(서암대로), 양상기(설죽로) 부자의 호를 따서 만든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지만 그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물이나 비석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운 대목이다.

양진여, 양상기 부자의 묘소는 서구 매월동 백마산(산151-9)에 위치해 있다. 최근 부자 의병장의 묘소 인근은 서구청이 백마산 매각 과정에서 사유지가 되면서 입구가 막혀 더 이상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게 됐다고 알려졌다.

양준열 씨는 “원래 묘소는 구유지였는데 큰 도로가 생겨나고 매각을 하게 되면서, 묘지만 놔두고 통행로까지 막고, 들어가는 입구를 봉쇄해 버렸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흥동에서 태어나 우리 고장 지켜

서암 양진여 영정 ⓒ부자 의병장 서암 양진여 설죽 양상기 기념사업회 카페

우리고장을 지켰던 양진여 의병장의 본관은 제주, 호는 서암(瑞菴) 휘는 진영(振永), 자는 진여(振汝)다. 그는 1907년 정미7조약이 체결되고 우리 군이 강제 해산된 이후 울분을 참지 못하고 의병부대를 조직해 의병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의병부대는 광주를 비롯해 담양, 창평 일대를 근거지로 기세를 높였다. 1907년 광주와 담양 경계에 있는 대치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1908년 추월산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특히 호남지역은 의병들이 집중적으로 대거 활동하는 지역이었다. 일제는 1909년 의병이 밀집한 호남지역을 타깃으로 ‘남한대토벌작전’을 통해 항일 의병을 초토화 시키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양진여 의병장은 일제 토벌대를 피해 부상을 치료하면서 은둔하던 중 1909년 8월 발각되어 체포되고 말았다. 결국 대구형무소로 끌려가게 된 양진여는 48세의 나이로 내란죄 선고로 인해 사형을 당하고 눈을 감게 됐다.

아버지 뒤따라 의병활동으로 생 마감

설죽 양상기 영정 ⓒ부자 의병장 서암 양진여 설죽 양상기 기념사업회 카페

양진여의 아들 설죽(雪竹) 양상기(梁相基.1883~1910) 의병장은 아버지를 똑같은 길을 걸었다. 아들이 있는 아버지라면 아들과 뜻을 함께해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일제와 맞선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양상기는 1833년 광주군 서양군 이동(중흥동 일대)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20대 초반 경찰이 되었으나 1908년 아버지와 뜻을 함께하게 됐다.

1909년 아버지 양진여 의병부대와 연합작전으로 200여명의 의병을 거느리고 일제에 대항했다. 그러나 양상기 의병장은 남원 도통리에서 은거하던 중 1909년 12월 일제 토벌대에게 체포되었다.

그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라 아버지 양진여 의병장이 순국한지 두 달 뒤 같은 장소인 대구형무소에서 교수형이 집행되어 27세 젊은 나이에 눈을 감게 됐다.

이처럼 항일의병활동을 통해 목숨 바쳐 우리 고장을 지키고자 했던 양진여, 양상기 부자 의병장을 기리는 도로명만 있을 뿐 그들의 생가와 묘소가 광주에 있어도 관리가 엉망으로 되고 있어 ‘의향’의 도시로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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