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쇼탱크 탈출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죽든지…’를 선택하는 부룩스라는 인물과 ‘어떻게든 살든지…’를 선택하는 레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레드에게 삶의 희망을 전달하는 앤디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앤디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교도소라는 참혹한 환경에서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한번도 잃지 않는다. 19년 동안 락해머로 벽에 구멍을 뚫고, 드디어 어느 날 하수관로를 깨고 들어가, 오물 가득한 파이프를 기어나와, 탈옥에 성공한다. 자유를 찾아 멕시코로 향한다.

앤디의 탈옥 전후로 브룩스라는 장기수의 가석방과 레드의 가석방 이야기가 대비된다. 50년 만에 가석방되어 사회에 나온 브룩스는 감옥 바깥의 자유가 두렵고 낯설다. 늙은 장기수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자유가 곧 악몽이다. 그래서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레드도 앤디가 탈옥한 후에 가석방되는데 브룩스와 똑같은 정신적 공항을 겪는다. 그러다가 앤디가 탈옥 전에 와주길 부탁했던 약속 장소로 이끌리듯이 가게 된다. 거기에 편지와 현금이 든 박스가 있었다. 레드가 감옥을 나와 그를 찾아올 것을 예상한 앤디가 남긴 것이었다. 레드가 앤디를 찾아 멕시코로 떠나면서 되뇌는 대사가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든 살든지, 어떻게든 죽든지….’ 레드는 멕시코로 가서 앤디와 감격적인 해후를 한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유대인 정신과 의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한 1944년 10월 여러 수용소를 거쳐 인간 도살장 아우슈비츠로 옮겨진다. 그는 가족들이 죽어가는 생지옥과 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단 한번도 꺾지 않았다.

그는 수용소의 사람들을 관찰한 뒤,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까지 일주일 동안의 사망률이 이전 사망률보다 더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탄절날 축복처럼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새해까지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용기를 잃고 차례로 무너져 버렸다. 절망이 그들의 희망을 꺾어버리자 급격하게 신체의 저항력을 잃어버리고 주검으로 실려나가게 되었다. 죽음을 부르는 것은 육체의 쇠약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었다.

수용소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신념을 얻게 된 빅터 프랭클은 전쟁이 끝난 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자서전을 썼다. 삶에 대한 태도와 의미 추구가 그를 생환하게 만들었다는 신념이 담긴 책이었다.

위기 때는 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럴 때 ‘잘될 거야!’라고 믿는 막연한 낙관주의는 미래지향적 낙관주의와는 대비된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헌신을 다하며, 존엄한 삶의 의지를 다지는 미래지향적 낙관주의자는 절대 실패하거나 죽지 않는다.

광주시는 지난 1월 2021년 문화관광체육 분야 핵심 시책을 발표했다. ‘품격 있는 문화 일류도시 광주’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특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맞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올해 대부분의 역점 사업들은 문화기반 시설 구축에 두고 있다. 신창동 유적지 ‘선사체험관’과 ‘정율성 선생 역사공원’, ‘광주문학관’, 중외공원 ‘아시아 예술정원’, ‘광주 대표 문화마을’, ‘광주전통 생활음악당’과 ‘아시아 예술인재 양성 거점 공간’ 구축도 다 문화 인프라 구축 위주의 시책들이다.

시는 또 위드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 활동 지원 및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문화예술분야 민간보조금 지원, 광주프린지페스티벌, 아트피크닉, 미디어아트페스티벌, 국악상설공연 등은 이전과 동일한 사업으로 특별한 변화가 없다. 통합홍보 플랫폼 구축과 영상 온라인 송출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광주 문화예술인들과 단체에 실효적 매체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검증할 수 없다.

AI, ICT 산업을 연계한 ‘안심 여행지 광주’를 만들고, 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미디어아트페스티벌 등 광주 전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과 연계해 예술관광을 특화한다는 계획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광주시는 지난해 2억4000만원, 올해 5억9000만원 등 총 7억 3000만원을 투입해 예술인들을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총 1658억원의 주요 문화예술 사업비에 비하면 비상체계에서 예술인,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액이 너무 적다. 문화예술인들의 실질적인 피해 지원과 문화향유자들에 대한 지원, 공연의 기회 확대를 위한 통합예술 플랫폼 구축, 예술인 지원 조례 제정 등과 같은 ‘누진다초점’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고사 위기의 기로에서 미래지향적 낙관주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광주시가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비상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문화예술인들도 앤디처럼 반드시 이 위기를 이기고 생환해야 한다는 신념을 꺾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는 자가 결국 이긴다.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