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소 2021, oil on canvas 145.5×112.1cm(80F)

흰 소의 해인 2021 신축년, 광주비엔날레와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하여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원로 황영성 화백의 초대전이 열린다. 오는 4월23일부터 7월20일까지 3개월간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2010년에 이어 10여년 만에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두 번째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2018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위주에 1995년, 2002년의 작품까지 50여 작품이 총 망라되어, 황영성 화백의 작업세계 전반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5·18의 기억을 40년 만에 작업한 작품 ‘5·18, 40년의 기억(배고픈 다리 밑의 이야기)’도 선보인다.

회색 바탕에 구체적인 소의 형상을 단순화한 ‘소의 침묵’, ‘소와 사람들’, 화려한 원색의 ‘노란소’, ‘분홍빛 소’, ‘붉은 소들’, 빨강, 파랑, 노랑의 면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소’, 여러 사물들과 어우러진 ‘집과 소’, ‘마을과 소’, ‘달과 소’, 그리고 ‘소와 화가’, ‘소와 가족’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된 ‘소와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황영성 화백은 50여 년 동안 소와 가족, 마을을 소재로 서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 그가 흰 소의 해인 올해 전시를 열게 되어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게다가 황화백은 정축생 소띠다. 그의 온화한 분위기와 여유로운 자태 역시 소와 닮은 구석이 있다. 황화백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소처럼 순박하고 근면하며 평화와 생명을 사랑하는 묵직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도 작가의 삶과 성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소는 황화백에게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소는 황화백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의 또 다른 상징이

아름다운 소 2002,oil on canvas 90.9×65.1cm(30p)

다. 6·25전쟁 때 얼떨결에 피난길에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고향. 그곳에는 항상 소가 있었다.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초가집을 필두로 소와 가족이야기로 귀결된다. 향토적인 소재와 회색조의 화면들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절제된 감정을 표현해 왔다.

해체되고 단순화된 소의 형태는 작가 자신이 살아온 변화무쌍한 시대를 대변하는 동시에 나와 우리의 모습을 상징한다. 한동안 검은 소를 그리다가 올해는 흰 소를 주로 탐구하고 있지만 노란 소, 분홍빛 소, 붉은 소 가리지 않고 색의 향연을 펼쳐낸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제인 가족 이야기는 황화백의 대표적인 작품세계로 특유의 격자구성 속에 다채로운 사람들과 이야기,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초가집에서 시작된 황화백의 그림은 사람을 비롯해 소나 닭 등 가축들이 보태지고 점차 모든 사물로 확대되었다. 가족의 개념을 단지 생물학적인 범주로 한정짓지 않고 전 인류와 우주로 확장한 것이다. 이것은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철학에 다름 아니다.

“저는 1970년대 초가집과 그 속의 가족, 소의 이야기로 작업을 시작해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우리나라 등으로 확대해 갔습니다. 1990년 1년간 아메리카 인디언의 생활과 거주의 과정을 연구하고 스케치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고, 모든 존재하는 사물들이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5.18 40년의 기억(배고픈다리 밑의 이야기)2020.oil on Canvas 259×193.9cm

5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직 작품 활동에만 매진해온 황화백은 종교의 벽이나 세상사의 경계를 뛰어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과 동물, 식물, 그리고 모든 존재하는 사물들이 확대된 의미로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코로나로 인해 위축되고 우울한 시민들에게 작은 위로와 극복의 용기를 갖게 하는 뜻을 담고 있다.

황영성 화백

세상의 속도나 유행과는 무관하게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소처럼, 데뷔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회화적 모색을 거듭하며 한 길만을 걸어온 황영성 화백. 그의 모든 열정과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모처럼 큰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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