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대동문화재단 편집국장

전남에는 현재 1,2,3차에 걸쳐 발굴된 종가가 104종가다. 종가의 선정기준은 첫째, 불천위제례를 모시는 집안이어야 한다. 4대를 지나 친진(親盡)이 되어도 신주를 옮기지 않고 자손 대대로 영원히 제사를 받들어 모시는 조상을 말한다. 불천위 조상은 한 가문의 파조가 되어 그 조상을 중심으로 가통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데, 불천위를 모시는 가문의 맏집을 일러 ‘종가’라 하고 그 맏아들을 종손이라 한다.

둘째, 10대 이상의 직계가 내려오는 집안이어야 한다. 파조에서 직계 맏아들로만 10대 이상 이어져 내려온 집안이다. 한 집안의 가풍과 가통을 300여년 이상 간직한 집안을 의미하는 것 외에 종가를 중심으로 ‘집성촌’을 이루고 있고 ‘문중조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문중과 연계된 ‘사당’이나 ‘제각’을 갖추고 있는 집안이다.

셋째, 종손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가통을 이어가는 집안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집안이어야 한다. 종가는 일반적으로 한 문중에서 맏아들로 이어져 내려온 큰집을 말하지만 역사적으로 큰 인물을 많이 배출하고 사회적으로 덕업을 쌓아 명성을 얻을 때 진정한 종가라 명명하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문화적으로 표상하는 바가 특별하다.

전남종가는 지난 2017년 1차 조사에서 선정기준에 부합되는 30개 종가를 발굴했다. 2018년 2차 조사에서 38개 종가를 발굴했고 이후 3차 조사에서 36개 종가를 발굴하여 현재 총 104종가를 발굴했다. 이는 전라남도가 발주한 용역사업을 사단법인 남도학연구소에서 실행하여 발굴한 것이다.

종가문화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이는 역사, 민속, 건축분야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역사는 인물, 문헌 및 소장품, 경제 등 종가의 역사와 가계도가 있으며 민속은 제례, 음식, 물질도구, 가훈과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건축은 사랑채, 안채, 행랑채를 갖춘 전통가옥의 종택과 그에 따른 자연, 생활문화, 건축환경, 디자인 요소 등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종가는 남도가 자랑하는 예향, 의향, 미향의 뿌리 깊은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공간이 존재하고 전통문화의 품격과 맛, 멋을 담은 문화재들이 넘쳐난다.

이렇듯 풍성하고 가치 있는 종가를 발굴하여 정리를 마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남종가회(회장 윤형식)의 활동은 미진하다. 종가회를 결성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역사문화적인 활용차원의 개발이나 사업발굴은 전혀 진척이 없다. 특별한 방향도 없다. 종가발굴이 시작되고 난 후 일부 학계나 언론사는 발 빠르게 자신들의 콘텐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가의 먹거리를 그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전남종가회가 이처럼 미진한 것은 무엇보다도 조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모두가 종손들이고 연령이 높다보니 실전에서 앞장 서 사업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가회를 대표하는 상징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실익에 우선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여건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종가회가 조직될 당시 연회비로 12만원을 책정했지만 모임형성이 되지 않고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다보니 그 어려움은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조직정비와 경제적인 해결 없이는 전남종가회의 비전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조직정비가 선결되면 경제적인 여건을 헤쳐 나가는 건 어려움은 있다지만 희망이 없지는 않다. 지자체의 도움이나 보조금 사업이 아닌 자체 사업부터 하나씩 시작하면 된다. 종가회의 회칙을 보면 필요 시 지역에 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전라남도를 아우르는 장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조직정비에 따른 실무자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하여 사무소를 배치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 역시 종가와 종손이라는 자부심에 앞서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일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동참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해주기를 바라기에 앞서 방향을 설정하고 함께한다는 의식을 가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종가발굴은 아직도 추진 중에 있고 4차 발굴 작업도 머지않았다. 더 늦기 전에 이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전남종가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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