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최근 광주시와 문화예술계가 광주문화예술회관장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 성현출 관장이 사의를 표하자, 광주시는 문화예술회관장직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부 지역예술인과 몇몇 단체들이 즉각적인 원상 복귀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문화예술회관장 직위가 지역 문화계의 핫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몇 해 전 광주시립국극단 예술감독 선임 문제로 국극단 노조와 문화예술회관이 갈등을 겪었던 상흔이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겪는 성장통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19년 문화예술계의 지속적인 요청과 문화예술회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개관 후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장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 현재의 민간 전문가를 임용한 바 있다.

성 관장은 임용 후 시립예술단의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 등 시립예술단의 효율적인 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하고, 국악 상설공연을 브랜드화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 시립예술단과 적극 소통하면서 문화예술회관의 혁신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브랜드가치를 확보하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문화예술계의 요청으로 개방형으로 전환된 직위에 공모로 임용된 제1호 관장이라는 점에서 선임될 당시 일부에서 제기한 보은 인사로 인한 전문성 부족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시켜 왔다는 여론이다.

이러한 성 관장이 최근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표명했고, 광주시는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고 예전처럼 공무원을 문화예술회관장에 임명할 계획을 세우자 이에 문화계에서 반발한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광주시의 입장은 “문화예술회관은 30여 년 만의 리모델링 등 중요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관장이 없는 공백 상태에서 시설 보완 공사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직자가 문예회관을 일정 기간만 운영하다가 향후 시의회,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방형 직위 재도입을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이다.

문화계의 ‘개방형 직위’ 해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연하다. 28년 만에 어렵게 얻어낸 개방형 직위를 2년여 만에 백지화한다는 결정을 문화예술 단체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광주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임기도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진행 중인 중요한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의 혁신과 안정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금은 공직자를 임용하겠다는 광주시의 고민이 읽어지는 대목이다.

그동안은 개방형 직위를 통해 혁신의 기반을 마련한 시기였다면, 지금은 혁신의 기반 위에서 문화예술회관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 아닌가 싶다. 현재 사정으로 보면 문화계와 광주시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광주시가 지금은 공무원을 임용할 시기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인사권자의 입장을 지역 문화계나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와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방직’이란 공무원이 아닌 ‘해당 분야에 능력 있는 시민’을 두고 만들어진 자리인데, 이를 철회하면서 시민과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 독선적 행정이라고 비판받는 이유이다.

문화예술회관뿐만 아니라, 문화 관련 기관은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특히 문화예술회관의 존재적 가치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있다.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기능과 공간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기획하고 뒷받침하고 이끌어 주는 역할을 문화예술회관이 해주어야 한다.

문화예술회관장 자리는 단순히 관리자가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살림을 운영하고, 조직을 잘 관리하는 총감독이어야 한다.

문화예술 현장에 어둡고 프레임에 묶인 공무원의 특성상 유연한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 분야에 창의적인 총책임자 곧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자질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 총감독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또는 “적재적소(適材適所)”란 말이 있는 이유이다.

문화예술회관장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임기 완료가 아닌, 임기 중 도중하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임기 내에 개방형으로 민간 전문가를 공채해 임용하기에는 물리적인 무리가 따르고, 새로 임용된 관장이 중요한 공사를 비롯 운영을 잘한다는 보장을 할 수도 없다. 반면 어렵게 만들어진 개방형 자리가 일회성으로 끝나 없어진다면 이것도 결코 바람직하지가 않다. 차라리 개방직의 큰 틀을 깨지 않는 것을 전제로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을 하고, 추후 다시 개방형으로 가는 방안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공무원 중에서도 문화에 대한 식견과 운영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광주시는 공무원 임용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공직 내부 공모를 통해 민간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을 선발해 문화예술회관장으로 임용하는 등 지역 문화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하튼 문화예술회관장직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관심사이다. 인사권자인 광주시장이 리모델링 사업 등 현 상황을 종합 판단하여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우려는 문화예술회관의 민간 전문가 운영이 2년여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퇴직 직전의 공무원이 관장으로 오는 구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확실한 보장책을 밝혀 주어야 한다.

광주시나 문화계는 기관과 단체의 이해를 떠나 이번 문제를 오직 광주시민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 잘 해결하는 슬기로움을 보일 때이다. 차제에 광주시와 문화예술계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정기적 대화의 채널이 가동되기를 바란다.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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