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기념물 제 20호 월계동 장고분. 이 무덤은 앞쪽은 네모난 방형이고 뒤쪽은 둥근 원형을 취하고 있어 ‘전방후원형(前方後圓墳)’무덤이라 칭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는 언제부터 무덤을 만들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숭배하게 되었을까. 이 물음에 관하여는 많은 논쟁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약 10만여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죽은 이의 주검을 땅에 묻고 추모했던 것 같다.

한반도에서는 구석기시대에 묻힌 사람의 뼈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무덤 구조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무덤의 형태는 신석기시대에 간단히 땅을 파고 시신을 묻었던 ‘움무덤’과 ‘독무덤’ 집단 무덤 형태의 ‘동굴 무덤’ 등이 출토되었다.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돌널무덤과 독널 무덤 등 여러 형태의 무덤이 만들어진다. 광주광역시에도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무덤 형태인 ‘고인돌’을 비롯하여 마한 시대의 ‘장고분(長鼓墳)’ 백제시대 ‘석실고분(石室古墳)’ 고려와 조선시대 ‘예장석묘(禮葬石墓)’ 등 다양한 형태의 무덤들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조선시대 예장석묘 까지. 각 시대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광주의 무덤들 중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큰 무덤이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첨단지구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경주 대릉원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무덤 2기가 있다

고대 한·일 관계의 비밀을 풀어줄 ‘일본식 무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첨단지구.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경주 대릉원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무덤 2기가 있다. 1600여 년 전 이 땅의 역사를 목격한 증인으로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된 ‘월계동 장고분’이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작은 동산이라 착각하기 십상이다. 1호분은 길이 45m 높이 6.1m 너비 14.2m다. 2호분은 1호분 보다 다소 작은 규모로 길이 35m 높이 3.5m다.

무덤의 생김새가 우리 전통 타악기 장고를 닮아 ‘장고분(長鼓墳)’이라 부른다. 이 무덤은 앞쪽은 네모난 방형이고 뒤쪽은 둥근 원형을 취하고 있어 ‘전방후원형(前方後圓墳)’무덤이라 칭한다. 이런 무덤은 3~6세기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유행한 무덤 형태로 우리나라에서는 광주, 나주, 함평, 영암 등 영산강 유역의 구릉지에서 주로 발견되었다.

1호분은 길이 45m 높이 6.1m 너비 14.2m다. 2호분은 1호분 보다 다소 작은 규모로 길이 35m 높이 3.5m다

장고분은 생김새나 출토유물이 고대 일본의 무덤과 닮아 한·일 간의 교류를 밝혀줄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반도 남부지역에 축조된 이런 전방후원형 무덤을 근거로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왜(倭)의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에서 6세기까지 한반도 남부 ‘임나’ 지역을 식민지로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날조된 식민사관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났다.

월계동 장고분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도굴 당해 주요 유물들이 사라졌다. 1995년 첨단지구 도시개발을 앞두고 전남대학교 발굴조사 결과, 마한시대 조성된 무덤으로 동굴 형태의 석실을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모시는 ‘횡혈식석실 무덤’으로 밝혀졌다. 유리구슬을 비롯해 원통형 토기, 나팔형 토기, 아가리 큰 항아리 등이 발견됐다.

1995년 전남대학교 발굴 조사 결과 마한시대 조성된 무덤으로 동굴 형태의 석실을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모시는 ‘횡혈식석실 무덤’으로 밝혀졌다 ⓒ전남대학교 박물관

무덤의 주인은 한국인? 일본인?

그렇다면 이 거대한 무덤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이곳에 살았던 토착 세력일까. 아니면 일본 일부 학계의 주장대로 야마토 시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세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덤 주인의 국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주요 유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계에서 주장하는 몇 가지 가설들이 있다. 1995년 이 무덤을 조사했던 전남대학교 임영진 교수에 따르면 5~6세기 일본 내 정권다툼에서 밀려난 북규수 세력들이 한반도로 망명해 조성한 무덤이라 설명한다. 월계동 장고분의 석실과 일본 북규수 무덤의 석실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영산강 유역을 차지한 마한은 일본 북규수 지방과 활발한 교류를 해왔기에 이들의 망명을 받아들였거라는 주장이다.

발굴 조사때 발견된 원통형, 호통형 토기 ⓒ전남대학교 박물관

또 다른 주장도 있다. 마한의 토착세력 수장이 일본과 교류를 강화하면서 왜(倭)의 묘제를 썼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본을 다녀온 백제인이 일본의 ‘전방후원형’ 무덤을 보고 돌아와 그와 유사한 무덤을 조성했다는 설도 있다. 아예 백제로 귀화해 관료가 되었거나 귀족이 된 일본인의 무덤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시 한·일간 활발한 무역을 위해 일본에서 파견된 상사 주재원의 무덤일 거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다 일리가 있는 견해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덤의 주인이 누구든 간에 일본에서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과 월계동 장고분과는 시기적,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도굴당한 유물들이 빨리 돌아와 역사적 진실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동문화 127호(2021년 11, 12월호)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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