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 포토존

22일(목) 오후 2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의 개막식이 진행됐다. 사람은 물론 해, 달,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나 일출, 번개, 태풍과 같은 자연 현상 하나하나에까지 생명체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아시아권역에서 ‘빛’이란 ‘생명의 근원’이나 다름없다. 이번 전시에는 만물의 근본으로 여겨지는 빛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모였다.

정화용 작가의 <무한>, 2022, 8K 비디오,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 지원

좁다란 회장 입구를 통과하면 거대한 우주와 그 너머의 가상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한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인 정화용 작가의 비디오 작품인 ‘무한’이다. 8K의 비디오 영상은 재생 시간 내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펼쳐지는 영상을 사뭇 성스럽고 숭고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영상은 웅장한 협곡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시각각 변모하는 사람들의 신비롭고도 모호한 망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 중앙 홀

무한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환한 빛을 뿜어내는 LED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수리 위로 늘어진 LED 조명의 빛은 군데군데 수채 물감이 번진 듯 부옇게 산란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장치가 알렉산더 그로브즈 작가와 아즈사 무라카미 작가의 ‘영원의 집 문턱에서’라는 작품의 일부인 탓이다. 기둥에 설치된 기계 장치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중앙홀을 향해 희뿌연 안개 고리를 쏘아대고 쏘아진 고리는 곧 사방으로 흩어지며 공기 중을 유영한다. 생성과 분산의 반복, 불규칙한 빛의 파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인간의 기술로써 재연한 작품은 자연을 경외하면서도 끊임없이 그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신봉철 작가의 <나의 별에게>, 2022, 광학유리, 모터, LED 조명, 120×22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 지원

이외에도 필름과 3D프린팅으로 만든 재료에 나노 패턴 복제기술을 적용해 거대하고 화려한 빛 덩어리를 만든 이지연 작가의 <얼룩무지개숲 2.1>, 광학유리의 프리즘과 점멸하는 조명을 이용해 햇빛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연 현상을 표현한 신봉철 작가의 <겨울 숲>과 <나의 별에게>, 어두컴컴한 방 안에 끝도 시작도 없는 철로를 깔아 조명 달린 기차를 달리게 하며 기하학적 그림자를 그려내는 료타 쿠와쿠보 작가의 <로스트 #18>, 달빛을 모방한 은은한 빛으로 대상을 밝히며 은회색 세계를 만드는 녹음 아티스트 그룹의 <청영> 등 각양각색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료타 쿠와쿠보 작가의 <로스트 #18>, 2022, 기차 모형, LED, 혼합매체, 568×566×269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 지원

이번 전시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2관에서 오는 8월 27일(일)까지 유지된다.

녹음 아티스트 그룹의 <청영>, 2022, 15채널 영상 입체 설치,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 지원

성새별 기자  seong20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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