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임영희‧오재형 감독(왼쪽 3‧4번째)과 청년부문 대상을 수상한 차은빈 감독(왼쪽 1번째) 사진 제공=서울노인복지센터

역사는 여러 가지 형태로 기억된다. 문서로, 문학 작품으로, 노래로, 영화로. 그중에서 영화는 명확하고 강열한 이미지를 통해 시·청각적으로 인간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기 때문에 어느 장르 보다 더 효과적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43 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제작된 5·18 을 다룬 영화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 5월 24일 광주 송암동 일대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극영화 '송암동'의 특별상영회가 지난 18일 광주극장에서 열려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영화 양림동 소녀 스틸 컷 사진제공 = 임영희, 오재형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제작 PD 출신 이조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의 새로운 증언과 함께 계엄군의 반인도적 민간인 학살을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5월 18일 광주극장을 시작으로 19일 광주 독립영화관 GIFT에서 상영했고 23일에는 광주 효천역에서 진행되는 '효천평화문화제'에서도 상영된다.

5·18을 다룬 또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5·18 경험담을 소재로 만든 단편영화 '양림동 소녀'다.

이 영화는 실제로 모자 지간인 임영희·오재형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최근 제15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영화 양림동 소녀 스틸 컷 사진제공 = 임영희, 오재형

아들 오재형 감독은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분에 ‘피아노 프리즘’으로 초청된 바 있다.

어머니 임영희 감독은 광주전남문화운동 1세대로 5·18 당시 극단 '광대'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YWCA에서 송백회, 광대 단원들과 함께 궐기대회를 이끌었다. 이후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카세트테이프 제작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 등에 참여했다.

영화 '양림동 소녀'는 외딴섬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나 광주로 유학 온 소녀가 성인이 된 후 5·18을 겪고 노년에는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오재형 감독의 어머니인 임영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오재형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면 부모의 생애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은 욕망을 숙제처럼 지니고 있다"면서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엄마도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왔고, 여러 의미에서 생존자다. 어느 날 엄마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삐뚤삐뚤한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서 간단한 인터뷰를 한 후에 영상으로 옮겨보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 양림동 소녀 스틸 컷 사진제공 = 임영희, 오재형

한편 두 영화가 상영된 광주독립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영상인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민간인 학살을 재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는 '송암동'을 비롯해 어머니의 5·18 경험담을 담은 '양림동 소녀' 등 5·18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임영열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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