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의 일이다. 전남 화순읍 너릿재 옛길이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됐다. 지난해 충남 영인산 수목원에서 열린 ‘제1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상식’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너릿재 옛길은 화순의 진산인 만연산과 안양산을 거쳐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지맥을 따라 형성돼 있다. 1971년 너릿재 터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화순 사람들이 광주를 오가기 위해 수없이 넘었던 고갯길이다. 그 길엔 삶의 애환과 역사가 스몄다.

너릿재 터널이 뚫린 지 40여 년, 그러나 오랜 세월 속에서도 옛길은 사라지지 않고 새 길과 공존하고 있다. 예전에는 역사의 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한적하고 예쁜 벚꽃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곳곳에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길이 편안하다.

너릿재 옛길에 스민 문화 쉼터 ‘소아르’

너릿재 옛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 ‘소아르’. 대표인 조의현 씨도 너릿재 옛길을 좋아한다. 산악자전거 타기를 즐기던 그는 너릿재 옛길을 오가며 물마시고 쉬어가다 ‘소아르’ 자리를 발견했다.

“둥지 형태로 생겨 아늑하니 좋더라고요. 새 둥지 같은 느낌이에요.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산 능선이 보여요. 산이 너무 높지 않아 내가 품을 수 있는 정도로 편하고, 만만하게 높아서 각도를 세우고 바라보는 시선도 아니고, 하여튼 그냥 좋아요.”

그는 그 땅을 얻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야외무대 공연장도 있고 커피숍과 전시용 전용 공간도 마련됐다. 개인 작품공간도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다. 또 몇 가지 파스타 전문 음식으로 허기도 달랠 수도 있다. 3층은 세미나실이고 1·2층은 전시장이다.

건물의 형태가 특이하다. 보통의 건축과 다르게 점토로 건물 형태를 만들었다. 도면 외의 모든 작업은 그가 직접 맡았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건축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고, 자제에 대한 전문지식도 갖췄다. 직접 건물을 쌓아 올리는 보람도 컸다.

“4년도 넘게 걸렸어요. 정확히 5년 만에 이곳을 오픈했어요. 작년 5월이었네요. 조경 설계도 직접 했습니다. 제일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운동장에 쓰는 석회가루로 원도 긋고 길도 표시하고, 물건 묶을 때 쓰는 파란 노끈을 전부 못 박아 잡아 매놓고 설계했어요.

나무도 직접 구해 심었다. 목재는 환경 호르몬이 없는 것들로만 호주에서 주문해 사용했다. 직원들과 함께 화단을 만들었고 화단의 형태도 그가 직접 잡았다. 장미도 심었다. 장미는 지금 한창 제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예술 탐구하는 공간 ‘소아르’가 건네는 농담

소아르의 뜻은 ‘예술을 탐구하는 공간’ 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높이 솟아오르다, 날아오르다라는 의미입니다. 독수리가 높이 솟아오르고 날아오르는 뜻이기도 해요. 여기가 언덕 위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잖아요. 공간과 어울리는 의미가 너무 좋았어요.”

그는 지난해 ‘소아르’ 갤러리 오픈과 동시에 1년 동안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 초대전을 쉬지 않고 해왔다. 모든 전시는 자비로 진행했다. 1년 동안 ‘소아르’를 찾아온 관람객은 6만 명 정도였다. 만만치 않는 손님이었다.

“해마다 다르게 콘셉트를 잡으려고 해요. 지금은 평면, 앞으로 1년은 입체 전시만 하려고 합니다. 금속이나 도자기 같은 조각 작품을 전시할 생각이에요. 갤러리 문턱이 높다는 생각들을 하는데요, ‘소아르’에서만큼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의자와 쓰레기통도 그가 콘크리트와 철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바쁘다. 바뻐>라는 작품은 현대인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젊고 생기발랄한 여인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명품녀’다. 젊은이들이 명품 가방을 들고 환상만 쫒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담 넘고 있는 신사를 자세히 보니 얌전하게 중절모를 쓰고 깔끔한 넥타이까지 맸다. 이 작품은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은 어떤 의도를 살리기 위해 고민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그냥 몸에 배어 있는 경험과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통해 표현해요. 저는 작품을 하면서 고민을 하지 않지 않아요. 고민할수록 작품에 고민이 스미고 어두워져요.”

그래서일까? 그에 작품에는 어둠이 없다. 쉽게 해석할 수 있고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는 않다. 깊이가 곳곳에 숨어있다. 하늘 위에 있는 저 여인은 단지 발랄해 보인다. 그러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계단으로 묘사했고, 손에 쥔 캐리어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을 함께 담았다.

그 여인의 삶이 곧 우리의 삶이다. 이런 식의 상징을 담은 작품들은 의외로 제목이 없다. 아마 조의현이 ‘소아르’를 찾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농담이거나 질문일 것이다. 답은 찾는 건 ‘소아르’를 찾는 당신들의 몫이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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