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를 치루는 모습

겔혼에 연습이 있가디. 인생은 예습이 없는 것이여. 한번 지나가믄 끝이여. 미리 공부도 헐 수도 없고 앞질러 갈 수도 없어.

긍게 여그 여 자리가 꽃자리다, 그라고 맘 묵고 지내야 써. 지금 만나넌 사람들이 나한티는 최고고, 지금 이 시간이 최고고, 지금 요라고 좋은 것이 최고 좋은 것이다 생각허믄서 살믄 되야. 인생이 뭐 있겄어. 고라고 꽃자리를 생각하고, 여기가 꽃자리다 생각하믄서 되작되작 살믄 그거이 인생 전부여. 암것도 아니여!

긍게 모다 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그라고 여기믄 되야. 알겄제. 여그가 최고고 내 옆에 있는 남편이 집사람이 될 사람이 인제 세상 누구보다도 나한테는 최고다. 최고 이쁘고 믿음직허다. 내 인생을 맡겨부려도 된다. 그라고 꽉 믿어부러여 되야. 여그가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자리다 그래야 써. 암 좋은 시절이제.

오그라지게 날씨도 좋고, 신부도 이쁘고, 신랑도 꽃같어. 글고 요라고 좋은 날 두 사람이 꽃피는 것을 봉께 나도 글메 예전 혼례 치를 때 맹키로 맴이 콩닥콩닥 허네 잉.

하여간 좋은 시절에 요라고 꽃같은 두 처녀 총각이 사랑으로 결합하여 부부가 되게 되얐응께, 참말로 좋네야. 두 사람은 평생 같이 보금자리를 꾸매가지고 설라무네 에, 한 솥밥 묵고 한 마음으로 항꾸네 일허고, 한 이불 아래서 몸도 한나가 되야 쓴다 그말이여.

백지도 둘이서 들믄 낫드라고, 뭔 일든지 항꾸네 허믄 좋제, 일도 수월허고. 긍게 겔혼식이라는 거이 인자 인생을 둘이서 한번 살믄서 일도 수월허니 함께 허고 가족들도 맹그라서 항꾸네 험한 이 세상 살아보자고 약속허는 날잉께 좋다 그말이제.

일년 농사는 봄이고, 사람의 일은 겔혼식이 시작이제. 긍게 사람의 일은 궁합이 좋아야 써. 속궁합도 맞아야 써. 도둑도 손발이 맞아야 쓰제. 하믄, 근디 머리뿌리가 파뿌리가 되도락까지 살아야 쓰는 거이 부부인게, 거듭거듭 궁합이 맞아야 쓸 거 아니겄어.

남편한티는 일부종사허고, 아내헌티는 같이 있어주고 이렇게만 서로 마음을 묵고 당신 알아서 허시오, 당신 믿응께 힘내서 허시오 허믄서 살믄 되야.

요라고 신랑이 기러기를 가지고 오제 잉. 그라믄 요 기러기가 무슨 뜻이냐. 기러기는 약속을 지켜. 지 짝이 죽으믄 다른 짝을 안 찾고 홀로 기러기 신세로다 평생을 지내. 백년해로허제. 긍게 영물이제. 글고 항꾸네 날아갈 직에도 서로 상하 좌우 질서를 지켜서, 군기가 딱 들어서 서로 도우면서 날아댕기제. 긍게 요놈덜이 계급도 상하도 서로 알아보고 예의와 싸가지가 있이 화합허믄서 살아가제. 글고 기러기는 한번 왔다가믄 자기 흔적을 남겨놔. 긍제 사람도 이 세상에 뭔가는 남겨놔야 쓴다 그말이여.

알긋제. 요새 참말로 기러기만도 못헌 남녀덜이 많어. 지 새끼들 놔둬불고, 지 남편, 부인 놔둬불고 도망쳐서 지 존 일만 쫓아당기는 고란 기러기만도 훨썩 못한 놈덜이 많어. 긍게 명심혀. 서로 감사허고 사랑허고 허는 일이 을매나 세상 좋게 맹그는 일이지 알아야 써. 긍게 오널 요 자리가 요라고 좋은 자리제.

자 인제 주례는 끝났응께, 어서 인자 축하객들은 음석 푸짐허니 나눠묵고 신랑 신부는 폐백허고 쉬시오. 자! 좋은 시절이니, 젊은 남녀 꽃 피시오! 꽃 피시오! 내 부인, 내 여자, 내 남편, 내 부인 사랑 나누고 꽃 피시오! 이 좋은 봄날 꽃피시오! 모다들. 첫날밤처럼 설레면서 꽃피시오!

[대동문화 70호, 2012년 5.6월호]

최옥수 사진국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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