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라고 하면 사이다에 삶은 달걀을 먹으며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자유로움이 떠오른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기차의 나라다. 그래선지 ‘철도광’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기차에 열광하고 그에 대한 물품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고, 기차 여행 모임도 많다. KTX처럼 빠른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도 좋지만, 간이역마다 기차가 정차하는 느림보 기차 여행도 좋다. 느림도 기차 여행의 여정지, 바로 시골역이 우리는 맞아주기 때문이다.

광주에도 오래된 역이 있다. 1922년 설치된 극락강역이다. 동송정 분기점 기점 4.5km에 위치해 있는 극락강역은 1922년 7월 1일 무배치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1938년 보통역으로 승격하였다. 현재, 무궁화호가 운행되고 있으며 코레일(Korail) 광주본부 소속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목련로 310-23에 있다.

극락강역과 광주역은 송정리-삼랑진간 경전선의 일부였으나 2000년 광주 도심을 지나는 경전선 철도가 이설되면서 기존의 경전선은 광주에서 끊기고 남광주역은 폐역되었다. 그로 인해 광주 외곽을 지나는 새로운 선로가 경전선이라는 명칭을 이어받았고 극락강역을 경유하는 단선 구간이며 KTX 개통과 함께 전철화되었다.

극락강은 영산강의 지류로서 본래 담양의 원율천과 광주 칠천으로 각기 다르게 불렀으나 일제 이후 극락강으로 통합되어 불렀다고 한다. 극락강역은 광주 시내 경전선이 이설되기 전까지는 경전선의 역이었다고 한다.

단층으로 된 건물, 작은 대합실. 시골의 작은 풍경으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특히, 1일 12회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KTX끼리 비껴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역이다.

전라선에도 여천역과 여수역 구간이 단선이기는 하지만 중간에 역이 없기 때문에 교행하지 않는다. 극락강역의 선로는 길어보이지는 않지만 20량이나 되는 KTX끼리도 교행이 가능해 처음 보는 운전사들은 놀란다고 한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도시의 간이역. 최근 신가지구와 운남 지구의 개발에 따라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극락강역은 송정 동북부 지역에 사는 가난한 학생들을 싣고 광주로 들어가는 역이었다. 버스가 다니지 않았던 시절 극락강역 앞 유덕동과 하남공단이 들어선 지역 학생들이 새벽밥을 먹고 극락강역에서 기차를 타고 광주로 들어가 배움의 기회를 얻었던 곳으로 학생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곳이다.

현재에는 1일 10회 열차가 정차하며 역사 내에는 옛 기차역의 정취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에는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다. 시간이 멈춰진 듯한 고즈넉함과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간이역을 보존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삶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보존하면 이 역도 언젠가는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대동문화 79호 [2013 11,12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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