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숙: ‘K-아리랑’은 광주 브랜드 공연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김유미 단장님의 연출력이 기대되는데요. 이 작품의 줄거리를 말씀해 주십시오.

김유미 : 2막 5장으로 구성된 ‘K-아리랑’은 다양한 예술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예향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광주의 예술사를 발레를 통해 그려낸 일종의 상징적 스토리로 구성된 퍼포먼스 무용극입니다. 여기에는 문화의 시원으로서의 광주의 무용예술이 정치적 격변기의 혼란을 지나 1990년대 ‘무용예술의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되는 과정과 ‘예술의 전당’ 건립에 발맞춰 제 2의 부흥기를 꿈꾸는 문화중심도시 광주와 그 중심에 선 광주의 무용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1막에서는 예향 광주의 미술, 문학, 음악 등 모든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연예술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예향 광주’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외국 마스터를 통해 서양의 발레예술이 한층 그 깊이가 더해지는 가운데 광주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합창에 맞춰 발레가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이 연출되고 이 모습을 본 한 미술가는 즉석에서 아름다운 몸짓들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하며 각 분야를 연출하는 예술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이어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서 군부독재의 탄압으로 좌절되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속에서, 예술인들은 꿈이 사라져버린 좌절감에 고향을 떠나 더 깊이 있는 예술 활동을 위해 유학의 길에 오르는 예술인들의 모습이 연출됩니다. 그러나 혼돈의 시간 속에 남게 된 예술인들은 열악한 문화 공간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은 채 오로지 예향 광주의 부활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합니다.

2막에서는 예술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예술의 전당 건립을 통한 광주예술의 부활’과 함께 광주의 빛이 영원하길 바라는 뜻을 담은 시낭송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축하를 받으며 지난날 화려했던 예향 광주의 부활을 새롭게 알립니다.

이어 예향 광주만의 특성을 밀도 있게 전하기 위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한국창작발레 공연이 이어집니다. 이어 구서오딘 ‘예술을 통한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상처의 치유와 결합’의 의미를 둔 ‘청사초롱 춤’은 세계를 향해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과 함께 화합과 치유의 무대로 세계의 예술과 문화를 선도할 광주 예술의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광주 브랜드 공연 ‘K-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노래이자 몸짓이라 할 수 있는 예향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합창이 무대를 수놓으며 피날레를 장식하게 됩니다. 이제는 한국의 어린이뿐 아니라 외국의 어린이들까지 광주를 찾게 되어 한국의 지도자에게 한국의 발레를 배우며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 이어간 광주 무용

한경숙 : 브랜드 공연 ‘K-아리랑’은 어떤 성격의 작품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김유미 : 그동안 광주의 발레 예술은 그 역사적, 지역적 한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를 향해 그 열정을 뻗어갔습니다. 또 세계의 훌륭한 마스터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그들의 깊이 있는 예술적 기량과 큰 세상을 바라보는 호연지기의 세계관을 열심히 배워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광주 무용의 중흥기는 1994년과 1997년에 개최된 ‘국제 발레 페스티벌’과 1995년의 ‘국제 발레 콩쿠르’ 등을 계기 시작되었습니다. 이때의 광주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 시기는 ‘광주 비엔날레’라는 세계적 미술축전이 계속 개최되면서 세계적 위상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소외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하고 승화시킨 광주는 마침내 세계 발레 예술의 메카로 발돋움하게 되고, 이제 세계의 예술가들이 광주로 모여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폭력으로 인해 생긴 다양한 종류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매개로서의 예술의 기능과 역할을 배우게 됩니다.

광주를 대표할 브랜드 공연 작품으로 제작된 ‘K-아리랑’은 이러한 줄거리를 통해 나의 아픔을 넘어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주체로서 도약하게 될 광주의 미래상을 발레와 회화(繪畵) 및 영상, 더 나아가서 시와 음악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이 공연으로 광주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키고, 새로운 시대의 문화적 중심으로서 광주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경숙 : ‘K-아리랑’ 제작과 공연에서 김유미 단장님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되시는지요. 그리고 공연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김유미 : 2011년 TF팀이 결성되어 광주의 브랜드 작품에 걸맞은 작품을 준비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예향 광주를 대표할 수 있는 주제 선정을 위한 인터넷 공모를 시작으로 대본에 문병란 시인, 음악에 조석연 작곡가, 그리고 광주발레 역사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초대 광주시립무용단장 박금자 이사장이 총연출을 맡으셨습니다.

또한 예향 광주이자 무향 광주의 춤사위를 무대에 선보이고자 임지형 현대무용단과 김미숙 한국무용단이 한 무대에서 스펙터클한 무대를 꾸미게 되며, 국내외발레단들의 출연과 함께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춰 광주시립합창단의 대합창이 더욱 풍성하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연출하게 됩니다. 더불어 ‘얼쑤’ 단체의 대북 연기와 시인들의 시낭송, 화가들의 크로키들이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한 무대를 함께 만들어나가며, 미디어 아티스트 박상화 작가와 신도원 작가가 함께 공연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저희 광주시립무용단의 단원들은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의 발레 움직임 뿐 아니라 광주 브랜드 작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치유의 환희가 존재하는 공존의 세상 속으로

한경숙 : ‘K-아리랑’ 제작에 임하는 소감의 말씀 듣고 싶습니다.

김유미 : ‘K-아리랑’은 지금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이름과 광주라는 도시의 옛 영문 이니셜을 의미하는 ‘K’라는 영문자와 우리 민족의 영원한 노래이자 몸짓이라 할 수 있는 ‘아리랑’의 합성어로서, 세계의 예술과 문화를 선도할 광주 예술의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발레 작품의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어 광주시립무용단의 발달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장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을 능란히 소화하는 무용수의 역량을 기반으로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함께 발레와 근·현대의 무용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를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영상과 회화 및 가사가 있는 음악, 또는 시낭송이 어우러져서 총체적 예술체로서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이 공연은 발레에 좀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입체감을 부여하여, 발레 예술의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세상을 지향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실험해봤습니다.

아울러,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고통과 상처를 예술을 통해 초월하고, 이제는 치유의 환희를 온 세계에 전파하는 폭넓은 광주의 거시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준비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판타지와 실재,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기억과 흔적, 그리고 상처와 치유 사이의 대화가 시도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의 발목을 붙잡던 편견과 관습의 족쇄를 털어버리고, 치유의 환희가 존재하는 공존의 세상으로의 진입이 성공할 수 있기를 비는 작품입니다.

한경숙 : 2009년 시립무용단을 맡으신 이후 2012년 ‘발레 CEO상’을 수상하시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무용단 활동 중 성과 부분을 소개해 주십시오.

김유미: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자긍심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 광주 시민이 자부심을 갖고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전국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시립무용단의 다양한 클래식 발레와 한국 창작 발레, 모던 발레 작품 등 광주만이 지닌 특성화된 소재의 안무 작품을 준비해 선보였습니다.

지역 사회의 발레 부흥과 대중화를 위한 폭넓은 활동의 공헌으로 ‘사단법인 한국발레협회’에서 CEO상을 수상하여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으며, 이 모든 것이 저희 시립무용단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한 성과물입니다.

관객에게 희망 전하는 무대 위의 행복

한경숙 : 그동안 무용단을 이끄시면서 애환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용단의 훈련과 공연에서 어떤 점을 강조해오셨습니까?

김유미 : 무용수의 생활은 다양한 공연 등 숨 막히는 ‘보여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처럼 여러 단계의 ‘보여줌’을 준비하기 위하여 우선,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합니다. 체중을 잘 조절해야 하고, 아름다운 인체의 선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매일 꾸준한 연습과 함께 스트레칭과 근육 강화 훈련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무대 위에서 완벽한 동작들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용수는 수십 명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한 두 시간 이상의 실제 상황에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건강이나 시간 관리의 소홀로 인하여 전체의 움직임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주어야 합니다.

단원들에게 저는 마지막으로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고 무대 위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감동을 전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용수의 ‘열정’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열정이야말로 무용수를 가장 무용수답게 만들고, 세계 최고의 공연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한경숙 :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유미 : 20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발레와 국악과의 만남으로 한국 창작 발레 ‘명성황후’ 안무를 시작으로 산･학 협력을 실시하며 올해까지 중국 문화부와 한․중 교류 공연을 지속적으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1년 한국 창작 발레 ‘성웅 이순신’의 재안무를 통해 ‘2012 여수 세계박람회’와 대한민국 발레 페스티발 등 국제적인 행사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의 서울 공연에 참여하며 국･내외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알리는 데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 공연과 특별 공연을 마련해왔습니다. 광주를 소재로 한 ‘오월의 빛’, ‘망부운 (望夫雲)’, ‘빛고을 판타지’ 등을 안무하여 전국으로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광주의 특성화된 광주시립무용단의 발레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편 찾아가는 예술단 공연의 활성화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발레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으며, 광주시민들의 감성 순화와 발레 사랑 그리고 대중화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3대 발레단의 하나, 광주무용단

한경숙 : 앞으로 시립무용단을 이끌면서 임기 중에 역점 추진해보고 싶은 사업은 무엇입니까?

김유미 : 광주시를 대표하는 발레단으로서 올해에는 11월 공연되어질 광주 브랜드작품 ‘K-아리랑’에 중점을 두고 스펙터클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명성황후’ 공연을 다녀온 후 중국 문화부 청장과 길림시 가무단 단장으로부터 내년에는 중국 길림시와 광주시가 함께 한·중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공동으로 공연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한경숙 : 현대무용이 국민들 속에서 보편화,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무용가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평소 말씀하십니까?

김유미 : 이제는 우리의 삶 가까이에 문화예술이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예향 광주의 문화 시민으로서 타 도시와는 또 다른 수준 높은 관객이 자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예술인들도 외국문화나 전통예술을 복사하거나 복제하는 작업을 통해 지속적인 전통성을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겠지만, 나아가 ‘우리만의 문화’ ‘우리만의 예술’을 창조하고 개발하여 발전시켜 나감으로서 우리의 것을 세계에 알리고 보편화시킬 수 있도록 각자의 장르에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광주 무용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동문화 79호 [2013 11,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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