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덕~~! 쿵덕~~!

진동이다. 규칙적이다. 생명체는 움찔한다. 화답이다. 하지만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전해지는 반복적인 진동에 점차 익숙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리듬을 흉내내본다. 박자를 맞추는 것이다. 쿵덕~~! 궁~ 궁~!

이제 갓 생명의 분화를 막 시작한 태아다. 자궁벽에 착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양수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을 자신도 흉내 낸 것이다. 비록 미미하지만 진동에 흔들리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간다.

태초에 진동이 있었다, 진동은 생명이 되었다

태초의 생명의 신호는 흔들림, 진동이었을 것이다. 파도가 전하는 흔들림, 우리는 생명의 오래된 신화를 알고 있다. 진동이 모여 규칙적인 리듬이 될 때 독립된 생명이 탄생한다. 박동, 리듬이 있는 동작이 이렇게 태아의 심장이라는 기관으로 발전한다. 리듬이 있는 박동을 통해 생명의 입김은 전달되고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인간 발육의 최초의 장기는 심장이다. 심장은 박동해야 한다. 그런데 심장의 박동은 무박자의 엉터리 반주가 아니다.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다.

그러면 심장은 어디에서 리듬을 배울까? 초기의 롤 모델이 있다. 바로 엄마의 심장 박동이다. 쿵덕거리며 진동을 전해준 것도 엄마의 심장 박동이었다. 즉 태아의 심장 리듬을 갖기 위해서는 엄마의 심장 박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엄마가 심장 박동이 자식의 평생의 심장 박동 리듬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태교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태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흔히 태교는 금하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하지마라. 저것은 하라!’ 하고 규제하는 것들만 연상한다. 그러나 이는 태교의 일부일 뿐이다. 무엇을 하던지 소재와 재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태교가 그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

태교는 엄마의 심장 리듬이 안정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정이란 행복하고 편안해야 가능하다. 행복하여 콧노래라도 부르면 더욱 좋다. 엄마의 행복할 때 안정된 심장 박동이 된다. 엄마의 안정된 심음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형성하는 중요한 리듬이 된다. 태아의 심장은 엄마의 뱃속에서 일생을 좌우할 리듬을 형성한다. 이후의 10개월 정도 반복하던 태아의 심장 리듬은 출생 후에 평생 본인의 특징이 된다.

임상에서 보면 태교가 그 사람을 특징짓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형제들 중에서 유독 유별난 특징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손에 땀이 많거나, 입맛이 까다롭거나, 또는 성격이 까칠한 경우 등이다.

다른 형제와 구분되어지는 특징이 있다면 보호자인 엄마에게 당사자를 임신하였을 당시의 상황을 질문해 본다. 그러면 임신 당시에 힘들었던 환경이나 상황들을 전해들을 수 있다. 태교와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엄마의 환경과 태교의 노력들은 태아가 성장하면서 오감을 통해서 전달된다. 태아는 이러한 외부의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점차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태아와의 교감과 감정이입이 잘 되면 훌륭한 태교가 될 수 있다.

태어나지도 않은 너도 생명 나이를 먹는단다

조상들의 지혜는 태교뿐만이 아니다. 태아를 대하는 인식에서도 조상들의 슬기가 나타난다. 태아를 개체의 인격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실제로 생명주기를 셈해 주었다는 것이다. 즉 나이를 셈해주었다는 것이다.

나이란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현재는 만(滿) 나이란 것을 쓰고 있다. 출생과 더불어 셈을 하면서 돌이 지나야 한 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10년을 뱃속에서 자란다 해도 출산을 하지 않으면 나이를 셈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조상님들의 셈법은 다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나이가 있다. 보통은 한국 나이라고 하는데 일명 세는 나이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더해준다. 동아시아의 한자 및 유교 문화권에서 세는 나이를 위주로 일부 사용하기도 했었다. 흥미로는 것은 세는 나이를 쓰는 곳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 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세는 나이, 한국적 생명 존중 문화의 정수

왜 조상님들은 세는 나이를 만들었을까? 서열 의식을 강조하고 싶어서? 숫자 개념이 없어서? 아니다. 모두가 태아에 대한 존중이었다. 태아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와 생명체였다는 것이다. 세는 나이는 한국나이의 존재 이유이다. 태교와 한국 나이는 긍지를 느낄 만한 문화요 생명 존중을 실천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정신 가치이다.

새해가 밝았다. 한국 나이도 한 살을 더 먹는다. 생명을 주시고 의미를 부여한 조상님들께 감사하자. 인생은 철들기에는 너무나 짧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달려야 한다. 심장의 리듬을 타면서, 힘차게 쿵덕~~!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안수기 한의학 박사 대웅한방병원 병원장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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