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의 봄 내음이 이곳까지 내려왔다. 자연 속에서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 광주 학동 ‘미도일식’이다. 상 위에 바다가 올라와 있다. 신선한 회를 먹으면 심해를 서성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음식과 함께 그릇 안에도 봄이 피었다. 들과 산 그리고 바다 속 풍경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데커레이션이 미술 작품 같다.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요리는 종류로 분류되는데, 먹는 순서를 따른다. 먼저 차가운 음식이 나오고 다시 뜨거운 음식들이 차례를 지켜 나온다. 메인 생선회는 돔과 광어로 이루어져 있다. 가격이 비싼 대뱃살(참치)의 쫄깃한 식감도 느껴볼 수 있다. 해물은 로브스터와 돌멍게, 전복, 호죽, 가이바시, 개불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바다향이 가득 퍼진다.

 누려~! 즐거운 맛의 호사

다음은 뜨거운 음식 차례다. 생선 모듬구이와 돔머리, 장어구이 맛이 일품이다. 새우, 계란 흰자와 노른자에 날치알을 섞어 색을 맞춰 쪄놓은 삼색찜도 잇따라 올라온다. 맛도 맛이지만 눈의 호사다. 미도일식은 모듬구이 데커레이션에 특히 신경을 쓴다. 모든 장식들이 세워져 있다. 장식이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내 눈으로 먹는 맛이 즐겁다.

새우는 구이와 다르게 쪄서 만든다. 퍽퍽하지 않고 부들부들한 느낌이 좋고 포만감이 든다. 모듬초밥과 아삭아삭한 튀김은 새우장에 곁들어 먹으면 더욱 고소하다. 새우장은 미도 일식의 특별한 비급이다. 다른 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도일식에서도 싱싱한 새우를 구할 수 있는 6개월 정도만 제공한다. 봄에는 새우가 좋을 때라 싱싱한 것들로 선별해서 4일 동안 숙성시켜 만들어낸다. 생우장은 향을 내기 위해 야채를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야채는 한번 구워 향을 내고 다시 끓여 제 맛이다. 게장과 전복장도 별미다.

거제도에서만 나는 귀한 돌멍개와 개불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다. 인공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잔 반찬들도 맛이 정갈하다. 미도일식의 와사비는 고추냉이 뿌리를 직접 갈아 만든다. 맛이 독하지 않고 톡 쏘는 맛이 덜해 부드럽다.

초밥은 다른 일식집과 차별화를 뒀다. 초밥 만들 밥은 따로 짓는다. 밥을 만들어 숙성 과정을 거친다. 밥알이 뭉치지 않고 입에 들어갈 때 밥알들이 부드럽게 풀어져 씹히는 맛이 살아있다. 생선과 밥이 조화를 이룬다. 그 조화는 밥을 뭉치는 손의 힘 조절에 의해 탄생하고, 그것이 곧 손의 기술이다.

대동문화 81호 [2014 3,4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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