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桑, Mulberry)은 동, 서, 고, 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주로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뽕은 왜 하필 ‘뽕’이라고 했을까? 우리나라에선 뽕을 먹게 되면 방귀를 뽕, 뽕 잘 뀐다고 해서 뽕이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다.

이런 뽕은 또 누에의 유일한 먹이이다. 누에는 뽕만을 먹는다. 그럼에도 굳이 먹는 것이 있다면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꾸지뽕(굳이 말하자면 뽕, 누에가 먹기 때문에)이다. 누에를 키우다가 산뽕까지 따도 누에 먹이가 부족할 때 누에고치 품질이 떨어짐에도 어쩔 수 없이 먹이는 게 ‘구지뽕’, 또는 ‘꾸지뽕’이다.

누에는 뽕잎만 먹는다

뽕이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고대 동양사에서 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사의 한 부분이었다.

동양에서 뽕은 오랫동안 누에를 치는 양잠의 원료로 수많은 귀족들의 의류 소재가 되어왔다. 그래서 동양의 옛 도시 주변엔 어김없이 뽕나무를 키우는 잠실이 존재했다. 서울의 잠원동과 잠실이 그 예이다. 마포나 면등을 사용하는 보통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신분이 높은 분들의 의류로 비단이 활용되어 왔다. 즉 사회의 계층분화가 이뤄진 곳에는 반드시 상류층을 위해 뽕으로부터 유래한 비단이 그 역할을 해낸 것이다.

또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주변국을 통치할 때 문자와 비단을 통해 주변국에 문화를 전파했다. 주변국에서 호랑이 가죽 등 특산물을 조공으로 바치면, 사신들에게 책과 함께 비단을 내려 보내 소위 문화 선진국으로서 체면을 내세우는 데 비단을 활용하곤 했다.

이런 뽕은 또 여인들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농사일을 남정네의 일로 여긴 반면, 바느질과 길쌈을 여인네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꼽아왔다. 따라서 예전 여인들의 삶은 비단을 생산할 수 있는 뽕과 함께 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쌈은 부녀자들이 가정에서 베·모시·명주·무명의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비단을 만들어가는 명주 길쌈은 삼한 시대 이전부터 거의 전국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인들은 누에치기, 명주실 켜기, 명주실 내리기와 날기, 명주매기와 짜기 등의 과정을 거쳐 이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여인들의 온갖 고락이 함께 깃든 길쌈이다.

뽕만 보면 몸이 부르르 떨린다네

필자는 몇 해 전 서울에서 뽕 관련 상품을 전시하던 중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뽕, 지긋지긋해 쳐다보기도 싫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것을 경험했다. 당황한 채 이유를 여쭸더니 할머니께선 “저 뽕만 없었으면 명주 길쌈을 하지도 않고, 징그러운 시집살이도 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말하시며 몸을 부르르 떠시는 것이었다. 그만큼 예전엔 길쌈이 여인네들의 삶을 옥죄었던 모양이다.

뽕과 관련한 우리 속담엔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있다.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처럼 동시에 좋은 일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를 할 때 주로 쓰는 속담이다. 일부 지방에선 이야기의 배경을 이렇게 전한다.

예전에 가난한 농가에 신혼부부가 살았다. 당시 가난한 농가에선 삼대가 한 방에서 기거하는 경우가 많아 결혼을 해도 합방하는 게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젊은 청춘남녀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결혼을 하고도 마누라 곁에 갈 수 없는 신혼부부가 봄이 되면 뽕을 따다 누에를 치는데, 이때 새댁은 뽕밭에서 뽕을 따고, 신랑은 따놓은 뽕을 지게로 집에 가져다가 누에를 친다.

예나 지금이나 뽕밭은 밖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우러져 사랑하기에 오붓한 장소를 제공한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혼부부만의 장소를 뽕밭이 제공하는 것이다. 소리는 들리되 보이지 않는 뽕밭은 시쳇말로 ‘사랑하기 딱 좋은’ 장소였던 셈이다.

이런 사랑 이야기는 서양의 신화에서도 중국의 민담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말했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뽕은 사랑이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야기샘’인 것이다.

뽕도 따고 님도 본다는 말의 유래

이런 뽕이 수천 년 동안 누에의 먹이로 비단을 만들던 양잠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중국의 저가 비단 공세에 대부분의 주변국들이 양잠을 포기하면서부터 뽕을 누에의 먹이가 아닌 식품 의료 등의 다른 소재로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뽕을 누에가 먹어 실크를 만들어 내듯이 뽕에는 좋은 영양소가 가득가득 들어있다. 그래서 동양에선 뽕나무를 신이 내린 나무, 신목(神木)이라 일컫는다. 뽕잎차를 상엽차라고도 하지만 신선들이 먹는 ‘신선엽차’라고 부르며 차를 만들어 마시곤 했다.

대부분의 식용식물은 잎을 먹거나 씨앗, 줄기, 뿌리 등 특정 부위를 식용으로 활용하지만 뽕은 잎, 줄기, 열매인 오디, 뿌리 등 모든 부위를 다 먹을 수 있고 약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거기에 누에를 치고, 상황버섯을 만들며, 번데기나 누에는 동충하초의 원료가 될 뿐만 아니라 뽕나무에 기생하는 ‘상기생’의 경우 겨우살이 중 최상품으로 친다. 열거하듯이 뽕으로부터 유래한 모든 것이 인간에게 유리하며, 그것도 충분히 유익하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워 명실공히 신목이라 칭할 만하다.

뽕나무는 신목이다

최근 과학적으로 밝혀진 식품으로서의 성분을 보면 더욱 놀랍다. 뽕잎에는 다량의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보통의 경우 조단백이 20%, 어린잎에는 40%까지 들어 있어 과연 실크단백질의 원료가 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뽕잎에는 금과 은을 포함한 각종 미네랄이 50여종이나 들어있다. 이 중 철분과 칼슘의 함유량이 특히 높은데, 칼슘은 마른 뽕잎 중 2.7%로 거의 새우와 같은 정도이고 이는 칼슘의 대표 식품으로 알려진 우유의 27배나 된다. 또 피의 원료가 되는 철분의 경우도 마른 뽕잎 100그램당 40mg이나 돼 녹차의 2배, 유채잎의 15배에 이른다.

골다공증이 우려되는 노인이나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권장할 만하다. 이외에도 식이섬유도 월등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 B1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100여종 이상 포함되어 있다.

이런 뽕잎은 다양한 질환에도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두드러진다. 특히 당뇨나 혈압 등에서는 옛 의서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구체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 효과가 빨리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당뇨의 경우 뽕잎차를 하루 4잔만 마셔도 일주일 내에 혈당수치가 내려가는 것을 당뇨환자들이 혈당 체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고혈압에 생약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특히 뽕뿌리인 상백피가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상치에 이르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저혈압 걱정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몸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중성 지방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고지혈증, 중풍 등의 예방에 대한 효능이 있고, 최근에는 체내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능이 뛰어나 미세 먼지나 황사로부터 중금속을 흡수할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뽕잎에서 절반정도가 섬유소로 이뤄져 변비 개선 및 노화 억제, 이뇨 작용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 뽕을 상복할 경우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뽕

이런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는 뽕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취할 수 있다. 뽕잎을 채소처럼 활용해 쌈채소처럼 먹을 수 있고, 취나물처럼 데쳐서 나물로, 차를 만들어 뽕잎차로, 또 분말로 만들어 그대로 먹거나 환을 만들어 먹을 경우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뽕잎의 경우 하루에 3.5Kg을 먹어도 탈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뽕잎의 경우 4월 말부터 11월 초 서리가 내릴 때까지 잎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취해 먹을 수 있다. 뽕의 경우 서리 내리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새잎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을에도 새잎을 딸 수 있어서 다양한 조리나 처리가 가능하다.

이렇듯 다양한 뽕의 기능을 강조하다보면 만병통치로 오인할 수 있지만 만병 예방의 소재로서는 추천할 만하다. 이젠 뽕을 누에의 먹이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인간을 위해 하늘이 내린 식품이라고 판단하고 자주 많이 먹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요즘엔 인터넷에 다양한 자료가 있고, 뽕은 비교적 구하기가 쉬우니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볼 만한 가치 있는 소재임에 틀림없다.

대동문화 81호 [2014 3,4월호]

대동문화재단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