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택시를 탔다. 70대로 보이는 기사에게 “누가 차기 광주시장이 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운전기사는 바로 “관심 없어!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뭘….” ‘그래도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선거 여러 번 했지만 내 살림은 요 모양 요 꼴인데~.” 말했다.

선거 때는 더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쉬는 늙은 기사의 희끗한 뒷머리가 자꾸 생각나 지방자치 20년 동안 다른 지역 살림과 비교해보니 우리 지역의 빈곤이 훨씬 더 심했다. 왜 광주·전남 지자체장은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불명예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영원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미리 포기한 것일까?

가난한 집안에 제사 돌아오듯 돌아오는 선거판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 소득을 보면 전남 지역 1인당 개인 소득은 전국 골찌, 광주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도 전국 꼴찌로 나타났다. 전남 1인당 개인 연소득은 1천 249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광주 1인당 지역 내 총생산도 1천 769만원으로 전국 순위 15위여서 꼴찌 수준이었다.

광주·전남 재정 자립도 역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광주 재정 자립도는 5년 새 6% 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30%대로 추락하는 등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남 역시 재정 자립도 전국 꼴찌의 오명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 정도면, 지방자치 20년, 성년이 된 이 마당에, 지긋지긋한 ‘가난 타파!’ 대책을 내놓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이번 6·4 지방 선거의 최대 화두가 ‘꼴찌 경제 극복’은 되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후보자들이 가난 극복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집에 쌀이 떨어져 식솔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데 가장은 나 몰라라 양복 쫙 빼입고 으스대는 모양새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부산시장이 “부산이 절망적이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1인당 소득을 보면 울산과 서울에 이어 부산이 3등이라며 “어떻게 울산보다 소득이 적냐”며 울분을 토했다는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3등이 절망하면 맨날 꼴찌인 광주시장 전남도지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한단 말인가.

경제 꼴찌, 광주와 전남의 자화상

사실 지방 정치인에게 광주·전남 경제 꼴찌를 얘기하면 두고 쓰는 말이 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과도해 지방 스스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국가 행정 권한의 80%가 중앙 정부에 편중돼 있고 국세 대 지방세 비율도 80% 대 20%로 ‘2할 자치’밖에 안 된다는 것이 변명이다. 요즘은 ‘9% 자치’라고도 한다.

지방정부 예산 중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9%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니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방 정부보다 중앙 정부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지자체장도 그 영향력이 클 수 없다는 것이 ‘지역 가난’의 이유라면 중앙 정치를 하는 지역 국회의원은 과연 뭘 했는가를 묻고 싶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기엔 많은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 꼴찌는 용서될 수 없는 수치다. 그동안 지방분권이 안 되어 지방이 힘을 가질 수 없어서 경제 허리를 펼 수 없었다면 표를 얻기 위해 당장 달콤한 공약만 하지 말고 중앙 정부나 국회를 향해 정당한 요구를 해봐야지 않겠는가. 자신을 뽑아준 시민이 뒤에 있는데 뭐가 두려운가. 시장이나 도지사는 특히 그런 배포와 강단이 필수다. 지방자치는 결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골리앗’같은 중앙 정부와 중앙 정치권을 상대로 줄기차게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 싸우라고 지역민이 표를 몰아주었다

필자는 올해 지방 선거 이후 광주·전남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의 몫과 권리를 챙기는 정치력 있는 단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보듯이 차기 광주시장, 전남지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은 ‘지역 경제 발전’이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역 경제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제 마인드를 가진 후보가 막강한 경제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독점 정치를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전남 정치인들은 지방 자치권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지방자치 확대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온전한 지방 자치를 위해 지방세와 국세 비중을 3대 7 또는 4대 6까지 확대시키는 공약을 후보자들이 공동으로 낸다거나 행정권을 넘어 자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입법권 등 자치 권한 확보, 경찰 자치와 교육 자치에 대한 합의, 지역 정당제 도입, 지방 분권 개헌 약속 등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피를 토하는 정치인들 열정도 토하라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지방자치권이 없다면 이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 때 피를 토하며 울부짖어야 맞지 않는가. 왜, 우리 지역은 이렇게 힘이 없고 못 살까? 왜, 우리 지역은 이렇게도 낙후돼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잠 못 이루며 고민해야 해야 하는 것이 책임 아니겠는가?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가 20년이 지났지만 본인들에게 충분한 지방자치권이 없다는 점도 인식하지 못하고 새살림만 차린다면 알맹이 없는 빈집만 물려받은 것이다. 마치 자식이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분가를 하였으나,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은 주어지지 않고 밥숟가락과 반찬까지 간섭 받고 있는 형국이다.

해서, 이번 6·4 지방선거에 나선 이들은 꼭 응답하라. 어떻게 광주와 전남을 잘살게 만들 것인가.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 이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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