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공통 관심사 중 단연 그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자녀들의 교육 문제일 것이다. 공교육의 위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가정교육의 실종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공교육 정상화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가 가정교육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소홀히 인식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에게 가정에서 마땅히 길러주어야 할 몇 가지의 덕목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가정교육의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바람직한 자녀 교육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우리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녀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가정교육의 덕목 중 첫째는 사고력과 판단력일 것이다. 정보 통신과 과학 기술은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상까지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인류의 역사상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오늘날과 같은 가치 변혁의 시대에서 주체적인 사고의 능력과 능동적 판단력의 결여는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상실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치 혼란으로 인한 방황을 예방하고, 인간이 기계 문명에 종속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고력과 명철한 판단력의 함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일을 즐기게 하라

두 번째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이다. 미래는 평생학습 사회가 될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과 과학 기술이 인류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학습 능력은 생존권과도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배우는 일을 즐기는 태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자녀들에게 스스로 탐구하고 탐구한 내용을 활용 내지 적용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일은 이 시대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셋째로 근면과 성실을 꼽고 싶다. 사람은 평생 어떤 분야에서든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일하기를 좋아해야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일하는 능력이 연마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일이 곧 사람을 만든다.’라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사회의 생산적 구성원으로서 수행하는 과업은 생계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무의 실천이자 자아 성취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활인으로서 근면 성실함은 개인의 성공을 보장하고 나아가 사회에 유익을 안겨주는 근본을 이룬다 하겠다.

원만한 가정을 비롯하여 바람직한 사회의 형성은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역할과 책임 완수는 네 번째 덕목이다.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몫을 완수하고 신의를 지키며 상호 협동할 때라야만 건전하고 원만한 가정과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유기적인 사회의 구성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상호 신뢰이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생각,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하며 공동체적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자녀로 성장시키는 것 또한 부모의 빼놓을 수 없는 책무일 것이다.

다음으로 감성 덕목이다. 느낌은 열린 마음의 선물이다. 긍정적 사고와 태도는 보다 많은 감성을 불러일으켜 내면의 풍요로운 삶을 일군다. 풍부한 감성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으로부터 삶의 귀중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 원동력을 이룬다. 마음의 넉넉함은 물질의 풍요와 비교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어린 시절부터의 감성의 연마는 가정교육의 필수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 교육을 실천할 때의 학부모들이 갖추어야할 덕목도 강조되어야 한다. 먼저 자녀들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어떤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사고와 준비가 계획이라고 할 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자녀가 익숙해질 때까지 부모는 조언자의 위치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다만 조언가이다

그리고 자녀의 자율적 사고 신장을 돕는 부모 역할이 있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평가하는 나름대로의 기준과 방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달성해야 할 수준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태도의 정착은 반드시 자녀에게 길러주어야 할 성공적 삶의 요소이다.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에, 과업의 성공 여부를 자녀가 스스로 평가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성장의 몫을 자녀에게 온전히 부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들의 자율적 행동과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누가 시켜서 하느냐, 아니면 자발적으로 하느냐 하는 것은 일의 과정이나 결과에 여러 가지 차이를 가져온다. 자율적인 과제의 실천은 지각의 장을 확대시켜 사고 작용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 뒤, 인내심을 지니고 자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부모가 담당해야 한다. 책임 의식은 자율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자녀의 자율성을 말살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언행에, 나아가 자신의 삶에까지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자녀의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일은 부모의 책임 중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다양한 경험은 폭넓은 시야와 이해의 바탕을 이룬다. 삶의 현장에서 피부로 습득한 직접 체험은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안목을 열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서 보다 많은 것을 체득한다. 학습 교재보다는 다양한 삶의 체험이 교육의 효과를 드높이기도 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여 개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뿐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도록 양육하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자 의무이다.

내 자녀의 출세가 지상 목표가 된다면, 우리의 장래는 심히 암담할 뿐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교육열을 지니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서도 우리 사회를 왜곡하는 원인으로 교육이 지목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고질병은 한 두 사람의 노력과 관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대동문화 31호, 2004년 가을호]

조춘기(전라남도교육위원/한국복지재단전남지부후원회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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