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70∼80년대에 엑스포란 이름의 각종 박람회가 유행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이벤트 사업으로 벌인 박람회들이다. 본디 엑스포는 국제기구인 국제박람회 사무국의 승인을 받은 박람회와 등록 박람회가 있으나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박람회란 이름만을 빌려 열리는 박람회들이다.

국제박람회(BIE)가 비록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어느 나라나 어느 지역이 엑스포란 이름을 쓴다고 해서 제재할 권력을 가진 기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박람회의 승인을 받는 엑스포는 국가가 책임을 질 의무가 있으며 BIE는 회원 국가들에게 참여를 장려하고 주체국 행사에 적극적으로 자문하거나 독려해준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종류의 박람회가 열려 왔으나 93년의 대전엑스포와 2012년의 여수박람회만이 공인 엑스포였다.

1970년대~80년대 일본 엑스포의 재판인가?

BIE는 1928년에 국제 조약에 따라 구성된 기구로 세계 제2차 전쟁이 끝난 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 행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58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린 박람회로 주로 유럽 국가 47개국이 참여했으나 4천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하고 하루 1백만 명의 입장객을 동원한 기록마저 세워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이 행사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70년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7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6천 4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기염을 토했다. 이 엑스포로 재미를 붙인 일본은 1975년 오끼나와에서 ‘보고 싶은 바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박람회를 열었으나 육지에서 먼 섬에서 열렸던 탓으로 3백 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이후에도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활성화 사업을 벌일 때면 ○○엑스포란 이름으로 지역 특산품 홍보 행사를 벌여 관람객들이 식상하기 시작했다. 85년 국제박람회 사무국 승인을 받은 세 번째 스쿠버 박람회를 열었으나 참가국이 50개국에 불과했고 관객도 2천만 명에 그쳤다.

그에 비하면 93년 대전엑스포는 108개국이 참가하고 1천 4백여만 명의 입장객을 동원한 점에서 괜찮았던 박람회였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경주 문화 엑스포, 서울 엑스포, 순천 정원 박람회 등이 열렸고 완도에서 해조류 박람회가 열리고 있으나 BIE의 공인 엑스포는 아닌 지역 이벤트 행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완도 역사 문화와 관광 가치 홍보 효과 막대

그렇더라도 이 행사를 통해 얻는 효과는 단순한 이벤트 행사와는 달리 막대한 지역 이미지 홍보는 물론 해조류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 열악한 기초단체의 재정에도 불구하고 89억 원에 달하는 군비를 투입하고 95억 원에 달하는 국비 및 도비의 보조를 이끌어낸 행정 역량은 칭찬할 만하다.

대부분의 엑스포가 반경 2백km 이내의 근교지 주민이 동원된다는 선례에 비추어 가뜩이나 인구 과소 지역이라 할 전남의 중부 도서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모든 엑스포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지역경제 수준을 과시하는 행사이면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홍보 방법이나 기획에 따라 권외라 할 수 있는 서울 및 경기도 등 해조류 대량 소비 잠재력을 가진 국민의 동원이 큰 과제이지만 이런 기회에 완도의 역사 유적과 자연의 관광 가치가 향상될 것은 틀림없다.

여수 엑스포가 바다에 대한 개념을 교육한 ‘해양 총론’ 자리였다면 완도 해조류 박람회는 바다 자원 중의 일부를 전문화한 ‘각론’ 행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바다와 섬 기반 엑스포 전남이 주도권 잡아야

이점에서 해양 진출의 기지인 전남의 다른 기초단체들도 바다와 섬 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보다 심화시킬 여러 종류의 각론 행사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89년 필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섬과 바다’라는 주제의 엑스포를 참관한 일이 있다. 이 엑스포에는 섬이 많은 국제 12개국이 초청되었고 주제관과 공원은 히로시마 매립지에 시설했으나 인근 여러 섬을 연계해 열고 있었다.

비록 국제기구의 공인 엑스포는 아니었지만 매립 후 분양이 되지 않는 간척지 매각 촉진을 위해 매각지 일부에 주제관과 공원을 조성해 매각지 간접 시설을 엑스포 행사 시설로 대신하고 연안섬 순항 선상의 세미나나 역사유적이 있는 섬에서의 공연 등을 연계해 관광 홍보를 겸하고 있어서 그 기획에 감동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섬과 육지를 다리로 연결해 섬의 고립성을 탈피하고 연륙교 사업이나 인구 5천명 이상의 섬에 비행장을 건설하는 섬 교통 개선 사업이 많이 진행되었으나 섬이 육지와 연결될수록 섬의 정착민 인구가 줄어들고 자연 훼손이 격화되는 폐해가 속출했다.

신안군은 암태대교가 건설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 다리가 준공될 시기를 전후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섬의 자원 가치를 계몽하는 엑스포를 기획할 만하다. 진도는 진도 연안항 준공을 전후해 해양민속 축제나 해양 여행 엑스포 등을 기획해 바다와 섬의 가치를 드높이는 각론 행사들을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바다, 섬 기획이 아쉽다.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김정호 광주향토문화연구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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