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누에가 먹고 비단을 토해내는 나무라 해서 ‘신이 내린 나무’, ‘신목(神木)’이라 부르기도 하다. 수천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옷감 중에서 비단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평가된다. 비단은 가볍고 촉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따뜻하다. ‘비단옷을 입으면 사촌까지 따뜻하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겨울은 물론 습기를 잘 빨아들여 여름에도 가장 선호하는 옷감이다.

최고 옷감 비단은 뽕잎으로 만들었다?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 환자가 비단 속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낫는다는 사실이 의학계에도 알려졌다. 비단은 실크 단백질 덩어리로 피부에 대한 친화력이 대단히 높아 피부병이 낫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이렇게 귀한 비단을 만드는 게 누에이고, 이 누에가 다른 것은 먹지 않고 오직 뽕잎만 먹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결국 비단의 원료는 뽕잎이다. 그러므로 뽕잎이 얼마나 영양가가 높은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 농촌에서 누에를 치고 뽕잎이 남아 소나 염소에게 주면 털에서 윤기가 난다. 또 사슴을 사육하는 농가에서도 좋은 녹각 생산을 위해 뽕잎을 먹이기도 한다.

우리말과 생활 속에 남은 뽕 이야기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심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같은 표현으로 ‘창해상전(滄海桑田)’이 있다. ‘푸른 바다가 뽕밭으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에 딱 맞는 말이다. 요즘에만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 모든 시절, 모든 이에게 시간의 덧없음은 늘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상전벽해는 진나라 갈홍(葛洪)이 쓴 <신선전(神仙傳)>의 마고선녀 이야기와 초당(初唐)의 시인 유정지(劉廷芝)가 지은 시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 흰 머리를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하여)’에서 보이는 문구이다. <신선전(神仙傳)>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마고(麻姑)라는 선녀가 어느날 왕방평(王方平)이라는 신선에게 말했다. “신선을 지금껏 모셔오면서 저는 동해가 세 번이나 뽕나무 밭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봉래산(蓬萊山)에 가 보았는데 도중의 바다가 다시 얕아져서 이전의 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육지가 되려는 것일까요?”

그러자, 왕방평은 “그래서 성인들께서도 ‘바다의 녀석들이 먼지를 일으킨다.’고 하지 않더냐?”라고 대답했다.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에도 다음과 같은 표현이 전해온다.

송백도 찍혀서 땔감 됨을 이미 봤고(已見松栢催爲薪)

뽕밭이 바뀌어서 바다 됨을 또 들었네(更聞桑田變成海)

중국 사람들의 허풍이나, 생각의 대단함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큰 나라에서 살다보면 그 사람들의 생각 속 시간과 공간의 크기는 보통사람들이 상상키 어렵다. 대국 사람들의 생각 방법과 규모가 넓고 커서 한편으로 부럽기조차 하다.

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뽕이 몸에 좋긴 하다는데 어떻게 먹나?’ 하고 묻는 이가 많다. 보리가 익고 모내기철엔 까만 오디가 나오는데, 요즘은 많은 농가들이 생산하고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직접 따서 먹으면 어릴 적 뽕밭에서 몰래 오디를 따먹었던 추억도 생각난다. 그러나 뽕밭에서 오디를 따먹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그래서 직접 따먹는 것보다 사먹는 게 훨씬 편하고,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훨씬 싸게 먹힌다고 할 수 있다.

뽕을 가까이 하면 행복해집니다

오디뿐만 아니라 뽕은 사실 잎, 가지 등 거의 모든 부위를 먹을 수 있다. 잎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새잎을 생산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채취할 수 있다. ‘서리맞은 뽕잎이 최상’이란 말까지 있으니 잎을 매달려 있을 때는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대형 마트에 뽕잎을 신선 채소로 판매하기도 한다.

뽕잎을 상추잎 대신 쌈채소로도 이용하고, 일부 잎사귀가 거칠 경우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처럼 음식재로 활용하면 산채 못지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인기 많은 식당에 가면 간혹 운 좋게 뽕잎나물도 마주칠 수 있다.

또 닭이나 오리백숙, 돼지고기나 쇠고기의 수육을 할 때 뽕가지와 함께 삶으면 잡내를 없애주고 더욱 맛을 좋게 해 이용해볼 만하다.

이런 뽕이 당뇨나 혈압 관련 질환에 도움이 되어 몸에 좋은 것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으니 이용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뽕,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건강도 챙기고 얘깃거리도 만들 수 있으니 말 그대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이다. 뽕을 가까이 해 모두가 행복합시다.

대동문화 83호 [2014 7,8월호]

강기운 뽕 전문 기업 동의나라 주식회사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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