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이 끝났지만 호남 정치는 더 크게 요동치고 있다. 6.4 지방선거 결과를 평가하면서 호남 정치에 대해 호남보다 중앙 시각에서 분석, 전망,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 전문가도 호남 사람 속내 모르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민선 6기 광주광역시장, 전남도지사, 전북도지사의 취임식 직후 필자의 눈에 가장 크게 들어온 성명서가 하나 있었다. ‘광주참여자치 21’이 낸 ‘광주를 패권 정치·패거리 정치 희생물로 삼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였다.

이 글은 광주 광산 7·30 보궐선거 후보 선정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패권 정치, 패거리 정치에 광주 정치가 상실되고 훼손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시작한다.

그리고 ‘광주 정치는 주객이 전도되어 중앙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난도질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역 정치를 중앙 정치 전리품으로 나누는 패거리 정치는 중앙 정치의 연줄을 찾아 줄을 서고, 복속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처세만 남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광주 정치, 생계형 하청 정치인만 낳다

사실이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호남 정치 리더십은 ‘불임 상태’로 변질하고, 생계형 하청 정치인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호남 정치의 자존감은 사라졌고, 지역의 정치적 자산은 고갈되고 황폐해졌다.

필자는 이 성명서가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에 대한 호남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이 잘해서 광주시민, 전남도민, 전북도민이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급할 때는 ‘호남이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존재한다.’고 읍소하면서도 정작 공천 권력 휘두를 때가 되면 ‘지역 민의’는 안중에 없었다. 일당 독점 구도의 호남에서는 공천=당선이라는 어마어마한 프리미엄 때문에 지역을 중앙당의 힘겨루기 장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오만한 중 앙정치의 호남 예속화 때문에 줄곧 호남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 ‘대안 정당’이다. 공천 때마다 호남인을 뺀 호남 정치는 앙꼬 없는 찐빵처럼 맛이 없었다. 큰 정치인이 없고, 정치력 회복과 정치적 힘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 호남 정치의 현주소다.

올 초에 강기정 의원이 ‘시민 1,187인, 마침내 호남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 행사를 하면서 호남 위기 극복의 힘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부터 찾겠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8.3%가 ‘호남은 현재 위기’라고 얘기했다. 그 원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차별과 소외를 꼽았으며 민주당도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호남을 정치적으로 잘 대변하고 있느냐 물으니까 73.1%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호남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선 39.5%가 민주당 변화·혁신 부족을 지적했고, 호남 지방 자치가 타 지역에 비해 잘되고 있느냐 물으니까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6.3%에 달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13.5%에 불과했다.

위기의 호남 정치 어디서 다시 시작하나?

광주를 비롯한 호남 민심은 호남이 다시 한국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호남 정치가 복원되어야 하며 호남 지자체가 살아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 그러면, 개혁과 진보의 상징이었던 호남의 가치와 정신을 되찾고 실종된 담론 생산, 의제 선도력을 복원하기 위한 일, 누가 시작해야 하는가.

필자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앞장서서 ‘호남 살리기’ 운동에 발동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작은 행정 단위의 교류나 협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민과 가장 밀접한 광역단체장이 호남지역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교육감, 광역의원, 지방의원, 시민사회를 아울러 호남 정치의 새 모델을 만들고 자치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구 유입과 호남 경제 융성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가야 한다.

특히 지방 정치인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가 바닥이란 점을 인식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호남 지역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광역의원·기초의원·교육감 등 모든 선출직은 ‘청렴 서약’을 하고, 부정과 비리에 연루될 경우 즉각 사퇴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지방 정치가 죽어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지 방정치인이 지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며 중앙권력 못지않은 부패 지방 권력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호남정신 담보한 후보는 어디 없는가?

이제 호남 정치는 더 이상 물러설 뒷자리가 없다. 5·18로 고립된 광주가 세계 속의 민주주의로 부활하고, 3당 합당의 고립을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 교체로 극복해냈듯이 이 시대 호남 정치인은 호남이 갖고 있는 가치와 정신, 상징성을 다시 살려낼 책무를 역사적인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는 다른 어떤 일보다 호남이 다시 민족의 등불이 되도록 ‘호남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호남에는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를 잡아준 호남 사상·광주 정신이란 게 있다. 호남의 에너지가 더 이상 고갈되지 않도록, 다시 긍지와 자부심을 회복하도록, 세 단체장은 ‘대의적인 협치’ ‘대의적인 지방 정치’에 적극 나서라.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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