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산(聳珍山)은 광산 임곡 사호동과 선동, 지산동 경계에 있는 산이다. 동쪽으로 황룡강이, 남쪽으로 어등산과 마주보고 있다. 멀리서 보면 쌍봉으로 서쪽이 석봉 동쪽이 토봉이다. ‘높이 솟은 산’ 즉 ‘솟돌뫼’이다.

붓끝처럼 생긴 문필봉이데 광곡 빙월당에서 바라보는 용진산을 문필봉으로 하고, 고봉 기대승 선생이 그 정기를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용진산 마애불과 가학정이 북동쪽에 그리고 용진정사가 남서쪽 기슭에 있다.

고봉 기대승 선생도 있지만, 이 산의 문필봉 정기를 받은 학자가 이곳 산아래 용진정사를 지어 한말 도학자로 지낸다. 후석 오준선(後石 吳駿善;1851～1931)이 나라가 망하자 이 정사를 짓고 후학을 가르쳤다. 이 터는 본래 용진사(일명 상원사)가 자리 잡았던 곳으로 삼봉 정도전, 우암 송시열 등이 다녀간 곳으로 이름이 있었다.

절이 허물어진 뒤에 청안 이씨(淸安 李氏)들이 그 터를 소유하고 있다가 후석에게 희사했다고 한다. 오준선 선생이 타계하자 1939년 영당 3칸을 짓고, 1924년에 이미 석지 채용신(石芝 蔡龍臣)이 그려 놓았던 초상화를 모셨다. 영당의 좌우 벽에는 큰아들인 북파 오헌수(北坡 吳憲洙)와 둘째 아들인 도호 오동수(道湖 吳東洙)의 영정을 모셨다.

오준선의 본관은 나주며 자는 덕행(德行) 호는 후석이라 하였다. 18세 때는 노사 기정진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송사 기우만, 식재 기재, 현와 고광선 등과 교류하였고 전재 임헌회와 입재 송근수와 가까이 지내면서 학문을 넓혔다.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에 반대하였고 1895년에는 을미사변과 단발령이 강요되자 기우만을 중심으로 의병이 봉기했으나 친모 상중이라 참여하지 못했으며, 1905년 을사조약이 강요되어 의병이 일어났을 때는 90세의 노모봉양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 중에 의병장들이 많았으니 이기손, 오성술 등이 대표적이었다.

1910년에 한일합방이 강요되어 일제의 식민통치가 시작되자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지방의 명사들을 회유하기 위해 오준선에게도 소위 은사금(恩賜金)을 주려고 하였는데 이를 거절했다.

그는 1917년 용진정사를 짓고 그곳에 들어가 1931년에 세상을 뜰 때까지 후생을 가르쳐 문인이 600여명이나 배출되었다. <후석 선생 전집> 22권이 남겨져 있고, 특히 <호남 의사열전>을 저술하여 의병장들의 활약상과 높은 충절을 예찬하며 후세에 본받게 하였다. 흔히 광산 지역을 한말 의병의 성지로 여기는데 이곳의 의병사에서 오준선은 의병들의 스승으로 살았던 것이다.

어렵던 시절 용진산처럼 그 뜻을 세우고 민족의 지도자로 살았던 삶이 이 용진정사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뜻을 용진산을 등반하러 용진정사 앞을 지나는 광주 사람들 중 몇 명이나 회억할까? 용진성사는 동백꽃이 질 때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 더 고즈넉해진다.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백승현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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