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봉한 <원스>는 국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아일랜드의 더블린거리를 떠돌며 노래하는 두 남녀의 소소한 이야기가 의외의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음악인으로 분한 캐릭터들의 진정성 있는 삶의 태도와 그들이 부른 호소력 있는 노래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다 영화가 품고 있는 따듯한 감성이 사람들을 홀리게 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가인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는 유명 가수들과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의해 여러 번 불리워질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영화의 감독인 존 커니 역시 명성을 얻었다. 존 커니는 그 여세를 몰아 더블린에서 뉴욕으로 무대를 옮겨서 더 크고 화려한 ‘음악영화’를 만들어냈다. <비긴 어게인>이 바로 그 영화이다.

한데 무대만 바뀌었을 뿐, 상처를 간직한 두 남녀가 음악을 매개체로 하여 교감하고 치유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고 감독인 존 커니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비긴 어게인>은 영화의 도입부에서 관객들을 아연 긴장시키며, 밑바닥을 친 두 인물을 세련된 방식으로 설명해 내기 때문이다.

절망에 빠진 두 인물의 재치있는 연결

영화의 시작은 바에서 친구의 권유로 무대에 오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 청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데 노래가 끝나자 한 인물이 그녀에게 다가가고 이내 장면은 전환된다.

곧바로 영화는 그레타에게 다가갔던 인물인 댄(마크 러팔로)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가 바에 들어와서 그레타의 노래를 듣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한 때는 잘나가는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루저이고, 아내와는 별거중인 상태로 자살을 고민하기도 했던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영화는 그레타가 바의 무대에서 노래하기 전으로 되돌아간다. 사연을 살펴보니 그레타는 대스타로 부상한 남자친구의 변심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감독은 댄과 그레타에게 각각의 시점을 부여하여 절망에 빠진 두 인물의 동병상련의 처지를 재치 있게 연결시켰던 것이다. 이는 빤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르게 보여주고자 했던 감독의 의지의 산물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와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면서 호기심이 유발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삶의 희로애락 음악으로 표현

이렇게 관객들을 극 속으로 몰입시켰던 영화는, 음악 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그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경험토록 하는 이야기를 구성해 낸다.

그레타가 남자친구인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뺨을 때리는 장면 같은 경우만 봐도 그렇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는 데이브가 작곡한 음악을 잠시 듣더니 데이브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을 간파해 낸다. 이에 그레타는 격하게 반응하며 데이브의 곁을 떠나는 것이다. 노래하고 작곡하는 연인들답게 헤어짐의 빌미 또한 음악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데이브의 음악상 수상소식을 접한 후에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음성사서함으로 복잡다단한 마음을 반영한 노래를 불러서 전송하는 장면 역시, 다른 매체가 아닌 노래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을 활용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댄의 상상으로, 솔로로 노래하는 그레타의 주변으로 피아노, 드럼, 기타, 베이스, 첼로, 바이올린을 배치하여 그 악기들이 움직여지며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해 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음악영화임을 명확히 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댄과 그레타가 뉴욕의 낮과 밤을 활보하며 Y잭으로 연결된 하나의 이어폰으로 서로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함께 듣는 대목은 음악의 향연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음악을 공유하는 이 설정은 가히 음악으로 꿈꿀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통해 사랑하고 치유하는 사람들

이렇게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풀고 그 음악을 통해서 위로 받는지를 우직하게 연출하며, 좌절한 청춘과 실패한 인생에서 음악이 하나의 탈출구이자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중심에 놓고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절대 음악영화를 추구했던 것이고, 그렇게 음악을 통해 사랑하고, 소통하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답게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있어서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16곡이 포진된 주옥같은 음악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곡들이고,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이 각기 따로 부른 '로스트 스타'(Lost stars)는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만큼이나 시중에서 자주 들리는 노래가 되었다.

이 영화의 원제는 ‘Can a song save your life?(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을까?)’이다.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노래가 삶을 구할 수도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이 영화는, 음악과 인생이 분리되지 않고 한 덩어리가 되도록 했던 것이다. 그렇다. 음악이 삶을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비긴 어게인>은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여 관객들의 눈과 귀가 즐겁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조대영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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