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祝祭, Festival, Carnival)는 인간의 삶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생성과 성장, 그리고 소멸의 궤적을 갖는다. 그저 만들어 개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꾸고 사랑을 줘야 발전한다. 해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호모루덴스의 희로애락과 진정성이 발현되는 종합적인 난장(亂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굳이 ‘이벤트’와 구별된다고 하겠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지역 주민의 참여는 축제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그것이야말로 축제의 진정한 DNA일 것이다.

축제는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급격히 전국적으로 확산된 문화 현상 중 하나이며, 2014년 현재 전국의 축제는 약 1,000여개(지자체가 급조한 것을 합치면 약 1,200 ~1,300여개 정도)에 이른다. 1996년 정부가 축제 육성 정책을 처음 시도한 이래 각 지자체는 지역 이미지 제고,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주민의 자긍심 고취 등의 기치를 내세우며 지역 대표 축제를 선정,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과 연계되는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서 지자체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문화자원이다.

분명한 정체성이 음악 축제 성공 요소

그러나 축제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정체성의 모호, 유사 축제의 난립 등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축내는 차별성과 경쟁력 없는 축제 또한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 가운데 성공적인 전문 음악 축제는 더욱 드문 현실인데, 그것은 우리나라 음악시장(소비자)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비효율적인 운영 행태나 명분과 실리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어정쩡한 축제의 성격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축제를 돌아보면 더욱 그런 현실을 목도할 수가 있다. 우리 지역의 전문 음악 축제는, (솔직히 얘기하자면 음악 축제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축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서네 개 정도인데 모든 행사가 지자체의 예산으로, 지자체의 주도로 개최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진행을 한다고 하지만 지자체 당국의 거센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실 음악축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 지역의 메머드급 축제는 축제 본연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다. 지자체의 특별한 목적 때문에 만들어진 축제, 시민 스스로의 자발적인 참여가 결여된 축제, 관의 예산이 없으면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축제, 지역민에게 즐거움과 행복감, 이익을 주지 못하는 축제가 우리 주변에 즐비한 현실이다. 물론 이제 갓 출발해서 성장하는 축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가지고 두고 볼 경우도 있을 것이며, 경험을 쌓아가며 좀 더 진화하는 축제의 모습을 가진 경우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축제는 시민의 세금을 축내는 전형적인 ‘행사’에 더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리랑을 모티브로 해서 축제 혹은 이벤트를 벌이는 곳이 전국에 몇 곳 있다. 밀양, 정선, 진도, 김제, 상주 등 대부분 지역 민요 아리랑의 발원지이거나 관련된 곳인데, 이른바 한류 붐에 편승하여 아리랑을 문화콘텐츠의 자원화하여 축제로 만든 곳들이다.

광주 아리랑 대축전, 지속가능한 축제 가능할까?

광주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아리랑 대축전’이란 행사가 있는데, 이 행사는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여러 행사 가운데 가장 모호한 행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리랑축제를 개최하는 다른 지역들의 대동소이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운영 방식 등은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이 행사를 무엇 때문에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광주는 아리랑의 발원지도 아닐 뿐더러(물론 상징성의 발현일수도 있지만) 공연 행사인지 음악 축제인지 종합 연회 행사인지 행사의 정체성 또한 확실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프로그램을 매년 바꾼다고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그 이상의 부가가치’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나오지 않으니 OSMU(One Source Multi Use)가 만무하며, 축제 본연의 모습인 난장(Carnival, 일탈성의 제공)도 없으니, 지역민들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질 수가 없었고, 지속가능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것은 비단 아리랑 축전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음악축제라고 불리는 지역의 모든 행사 또한 도찐개찐의 행태로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의미와 가치가 앞서는 뜻 깊은 축제도 있을 것이다. 허나 분명 축제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만큼, 의미와 가치가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사회적, 문화적, 경제적)과 함께 결부될 때 비로소 ‘축제’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축제에는 반드시 즐길거리(콘텐츠, 프로그램), 먹거리, 살거리(콘텐츠상품)가 존재한다. 조직과 운영 시스템 또한 자율성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지역 경제에 확실한 동력을 제공한다. 솔직히 우리 지역의 축제들 중 이런 면모를 가진 축제가 몇이나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과 긍지, 행복감을 주지 못하는, 지역 경제에 보탬이 안 되는 축제는, 솔직히 말하면 그런 ‘행사’는 죄악에 가깝다.

호주 애들레이드 워매드 페스티벌에서 배운다

호주 애들레이드 워매드 페스티벌(Womadelaide)는 매년 3월에 열린다. 남호주(South

Australia)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이며 축제가 많이 열리는 도시이다. South Australia주의 슬로건이 ‘Festival State’일 정도로 축제가 지역의 중심 산업이다. 애들레이드는 특히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도시의 핵심적인 축제가 열린다.

애들레이드 축제위원회 아래 각기 다른 축제가 연계하면서 개최된다. 그 중 가장 중심은 프린지 페스티벌과 워매드이다. 연일 섭씨 36.7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워매드는 매일 7~8만 명의 관객이 모인다. 하루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약 13만 원 정도, 100개 이상의 지역 상인들의 부스(부스료 4,000~6,000달러)가 참여하고, 스폰서와 기부까지 받는 이 축제는 철저하게 수익 중심이다.

“우리 축제는 순수한 민간자본에 의해서 운영이 된다. 수익형 축제이면서 지역의 협력과 연계를 통하여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벌어들인 수익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자본 순환형 구조이다. 그러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퀄리티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호주 애들레이드 워매드 페스티벌(Womadelaide)의 총감독인 이안 스코비(Ian Scobie)의 얘기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어떤지, 우리는 지금 어떤 축제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고 있는지, 우리의 축제의 DNA는 무엇인지 스스로 반문해본다. 시민의 세금을 축낼 바에야 차라리 가난한 축제를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대동문화 89호 [2015 7,8월호]

장용석 문화기획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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