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역 발전의 핵심은 문화이다. 민선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20년을 맞는 지금, 지자체는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 서비스를 공급하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통적 경제 산업의 육성만큼이나 문화산업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지자체가 축제와 문화 행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가 지역을 살리는 시대, 광주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되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바로 광주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고 광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성공은 바로 광주의 성공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과 그에 따른 치밀한 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

문화로 지역을 되살린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시 재생의 세계적 성공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게이츠헤드 시는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인구 20만명의 게이츠헤드 시는 석탄, 탄광, 조선업 등의 중공업 도시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업의 퇴락으로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노인과 실직자들만 남은 도시가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게이츠헤드 시에서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 살리기가 시작된다.

가든 페스티벌 개최, 북쪽의 천사 등의 건립을 통해 문화적 변화를 촉발하고, 타인강변을 중심으로 한 밀레니엄 브릿지, 발틱 현대미술관, 세이지 음악당 등 문화적 랜드마크 건립을 통해 문화 도시로 탈바꿈한다. 이제 게이츠헤드 시는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손꼽히는 문화 창조 도시가 되었다.

문화예술교육 중심 도시로 성공한 일본 가나자와 시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한때 전통공예 기술과 다도 등 전통문화로 번성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공업화가 늦어지면서 침체기를 걷던 가나자와 시는 시민 예술촌, 창착의 숲, 21세기 미술관 등 문화예술 관련 시설 조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시민예술촌은 문을 닫은 방직공장을 활용해 언제든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24시간 개방된 공간으로 구성돼 가나자와 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교육 시설로 꼽힌다.

이 밖에도 많은 지자체장들이 벤치마킹 사례로 손꼽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인 도시가 된 스페인의 빌바오를 비롯해 오르세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가 있는 파리 등이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재창조된 도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성공적 도시 재생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도시만의 특성을 발굴해냈다는 점을 광주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시아문화전당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

9월 개관할 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문화 시설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대표 건축물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성패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문화 시설과는 다른 아시아문화전당만의 개성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교류와 창조의 문화 플랫폼으로 문화 생산자, 매개자, 소비자가 동시에 머물면서 역할을 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 지속적으로 다양한 문화 수용을 통하여 풍성한 문화적 토대를 형성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으로 구성된 아시아문화전당은 공연과 전시, 국제 교류, 연구 및 교육, 체험 기능이 한자리에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의 에너지를 전 세계로 공급하는 ‘문화 발전소’로 기능해야 한다. 단순 전시나 공연만으로 콘텐츠를 채우려 하다가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5개 원의 특성을 살린 지속가능한 콘텐츠 연구와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광주 지역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도시의 역사, 광주만의 개성을 아시아문화전당에도 투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당의 조직이 축소 운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조성 사업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첫발이라 할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성공적 개관을 위해 안정적 조직 구성이 시급한데도 정부는 이러저런 이유를 들어 조직의 축소에만 급급해 전당의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광주만의 사업’으로 국한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성공의 조건, 그리고 광주의 미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광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지역 문화 개발이 아닌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화 자치로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문화가 도시와 시민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재창조하는 사업이므로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소개한 영국 게이츠헤드 시 도시 재생 프로젝트 총감독이었던 피터 스타크는 게이츠헤드 시의 성공 요인을 지역의 문화, 역사, 정체성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성공을 위해서는 광주의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정신 자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방정부,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 전문가, 시민 사회단체,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폭넓게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문화를 이끌 지역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역문화예술인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한편 자생적인 지역 문화예술 단체나 문화운동 단체를 육성해야 한다. 이들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토대를 만드는 주축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참여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지역문화는 지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지역민들에 의해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향유되면서 삶의 질 제고로 연결되는 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대동문화 89호 [2015 7,8월호]

국회의원 박혜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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