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빛가람 혁신도시가 출범한 지 11개월이 지났다. 공공기관 이전이 사실상 완료되고 인구 유입이 본격화되는 등 혁신도시가 빠르게 정착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전 대상 16개 중 14개 공공기관이 터전을 옮겨왔다. 상근 인력은 임직원과 외주업체를 포함해 7천여 명에 가깝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이전 기관과 임직원수가 가장 많고 이전율도 높다. 지난 9월 말 현재 전입인구가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전입 시작 후 1년6개월여 만이다.

공공기관이 혁신도시 이전을 계기로 새로운 비전과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전은 에너지 밸리를 오는 2020년까지 추진한다. 기업 500개유치가 목표다. 농어촌공사는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란 비전을 수립하고 세계화 지방화, 일명 ‘세방화’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중심 특화 발전을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확대 및 지역 산학연 경쟁력 강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방대와 특성화고는 관련 학과를 만들고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 맞춤형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할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전 기관과 연계 기업과의 협업을 위해 연구 ·교육 기관 및 중 소 기업은 R&D 투자를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절실

‘빛가람 혁신도시’는 국내 유일 초광역 혁신도시이다. 광주와 전남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상생의 결단을내려 진행하고 있다. 공동혁신도시에는 광주 전남이 더 이상 위축되지 말고 서로 상생하면서 다시 한 번 일어서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뜨거운 의지가 담겨 있다.

‘빛가람’이란 이름도 광주의 빛과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가람)이 하나 되는 상생의 도시를 뜻한다. 혁신도시를 광주 전남의 공동 자산으로 여기는 지역민의 인식과 상생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자족 기능’으로 볼 때 수도권 신도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빛가람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조성 면적은 전북에 이어 두 번째다. 계획 인구는 5만명, 공동주택 공급 계획은 1만 7천952가구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는 41만4천㎡에 이른다. 여기에 다른 혁신도시와 비교해 볼 때 연구 기능 뿐 아니라 생산 기능도 강하다는 이점이 있다.

에너지와 ICT, 농 생명, 문화·예술 등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 가능성이 높은 공공 기관이 많이 이전해 왔다. 혁신도시 자족기능의 핵심인 산학연 클러스터가 활발히 조성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다.

특히 현재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에너지 밸리 조성 사업’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에너지 밸리가 전남의 해상 풍력, 에너지 자립섬, 광주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 발전함으로써 광주 전남은 물론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성장 동력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에너지 밸리 조성은 한전만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도 적극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도시 인근에 ‘에너지 중심 산단’을 조성한다. 현재까지 57개 기업이 입주협약을 체결하고 기존 산단에 터를 잡기 시작하는 등 관련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 한전을 비롯한 4대 전력그룹이 에너지 밸리 조성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기업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기업 인센티브도 확대해 입지와 시설비 보조와 함께 소규모 ICT 기업에는 건물 임대료까지 일부 지원하고 있다.

부지매입부터 공장설립까지 행정절차를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원하고 필요한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 공급하는 등 협력업체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빛가람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는 이전기관의 기능 및 연관 기업 기관의 집적효과를 고려해 에너지, 농 생명, 정보통신, 문화예술 등 모두 4개 지구로 구성했다. 현재 40개에 이르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까지 영산강종합개발사업 연관 진행

한전과 함께 혁신도시의 한 축인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농도인 전남으로서는 우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과 연계해 혁신도시를 ‘농업의 메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견인차다.

한국농어촌공사는 ICT에 기반한 농업용수 관리 및 재해 대응 시스템 개발,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전력 ICT 관련 공공기관 및 연관기업과의 연계 발전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농어촌공사는 지역농업 활성화에도 다양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영산강종합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암과 금호방조제를 준공했으며 간척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무안, 함평, 신안, 영광 배후지를 개발하고 있다. 완공에 이르면 농경지 3만7천730ha를 조성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권역과 마을 단위 종합개발 사업,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성공적인 공공기관 이전율과 달리 계획 대비 인구는 혁신도시 가운데 저조한데 이는 공동주택 공급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으로 공동주택이 추가로 준공되면 인구 유입률과 가족 동반 이주율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신규 채용 인력 가운데 13.4%를 지역 인재로 뽑을 계획을 세워 올 상반기 채용 인원 924명 가운데 14.4%인 133명을 벌써 선발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광주 전남지역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지역 인재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1974년 대전으로 이전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직원 대부분이 해당 지역 인재로 충원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역의 특성화고와 대학, 연구기관 등이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혁신도시 정착 지역민의 전폭적 지원 절실

혁신도시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까지 혁신도시 개발 전략 1단계가 마무리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까지만 지원하고 이전기관 정착과 혁신도시 활성화 과제는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 개발 전략 2단계인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산학연 유치와 클러스터 구축을 지자체가 전담해 추진하기에는 법과 제도적 기반이 허약한 것이 현실이다. 혁신도시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안착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특별법에는 이전 기관의 지역 발전 계획 및 지역사회 기여 정책 수립 및 시행 의무화, 시행사의 혁신도시 개발이익 재투자 의무 등이 명시돼야 한다.

지자체는 혁신도시 이전 기관과 기업들이 업무의 성취도 이루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혁신도시 공기관 이전이 당초 목표대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민을 살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대동문화 91호 [2015 11,12월호]

박수철 전 빛가람혁신도시 건설지원단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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