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가 그립고 갯벌의 향이 가득 밴 해산물이 그립다면 무작정 떠나라. 남도는 내륙은 곡창이요 바다는 어창이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섬이 많고 너른 갯벌로 풍부한 어족 자원을 지닌 지역이다. 갯벌은 조류에 의해 운반된 작은 모래나 흙이 강 하구, 해안, 섬 주변, 바다 가운데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영양 많은 남도의 갯벌은 예로부터 양질의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갯벌의 대표적인 자원으로 패류는 수식어가 된 지 오래이고 갯벌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한 뻘낙지, 짱뚱어, 고둥 등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해산물이 되었다.

바다의 우유, 먹으면 예뻐져요

특히 갯벌 속의 작은 돌과 바위에 붙어사는 석화는 그 맛 중에서도 으뜸이라 여긴다. 석화는 전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하는 비교적 풍부한 어족 자원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에 고루 분포해 자라는 해산물이다. 멜라민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 미용에 좋고 칼슘은 많고 지방 함량은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체내에 축척된 납을 배출하는 아연을 함유하고 있어 중금속 제거에 효과적이다.

또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하고 요오드 성분이 우유의 200배, 철분과 비타민C, 비타민E가 소고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이에게 좋은 건강 지킴이 식품

석화는 맛은 물론 영양에서도 이처럼 사람에게 이로운 건강 지킴이로 예로부터 동의보감에서는 석화의 껍질을 ‘모려’라 하여 약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대소변이 지나치게 많은 것과 땀이 많은 것을 멎게 하고 소화기 계통 질환에 좋고, 또한 술로 인한 간열에 좋으며 여성의 자궁 출혈이나 냉대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또한 탄산칼슘, 아연함 유량이 많아서 골다공증 예방과 성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이며 소화기 계통 위산 과다나 위궤양, 속 쓰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되어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사의 한 교수는 석화 껍질의 진주층 가루를 투입해서 뼈가 생성되었다는 연구 발표를 하기도 했다. 우리 몸의 뼈 재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인데, 석화 껍질의 효능이 정말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부터 사랑받아온 세계 음식

독일 정치가 오토 비스마르크는 앉은 자리에서 석화를 175개나 먹어 치워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건 약과다. 고대 로마 황제 위테리아스는 한 번에 석화를 1,000개는 먹을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고,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실제로 석화를 한번에 1,444개 먹었다고 한다.

이들은 진짜 ‘석화의 맛’을 알고 먹었을까. 식용으로 쓰이는 석화는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거의 같은 종(학명 크라소스트레아 기가스)이다. 보통 5월쯤 양식을 시작해 이르면 10월 말부터 수확에 들어가는데 12에서 2월이면 한창 물이 올라 통통해진다. 조개류에서 두 껍질이 붙어 있는 뾰족한 부분(각정)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길이를 ‘각고’라 하고 각정에서 수평 방향의 좌우 길이는 각장이라 부른다.

신윤경 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연구사는 “바지락이나 모시 같은 일반적인 조개들은 자라면서 주로 각장이 길어지는데, 석화는 각장보다 각고 성장이 더 빠르다.”며 “큰 석화는 각고가 10cm 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 석화만큼 많은 것도 드물다. 먼저 생석화회, 석화죽이 있겠고 석화 떡국, 석화전, 석화 수제비, 석화 밥, 석화 매생이국, 석화 젓갈,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석화 미역국이 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주다가 불린 미역을 넣고 달달 볶는다. 이때 석화를 함께 볶아도 된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디포리 육수를 넣고 끓으면 소금으로 간을 하여 큰 사발에 떠서 먹으면 된다. 속풀이로 최고다. 이처럼 석화를 재료로 하여 만드는 음식은 수없이 많다.

서남해안이 자연산 석화 최대 생산지

탐진강의 하류에 위치한 전남 해남군 북일면 내동리는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지점(기수지역)으로 모래와 자갈이 적당히 섞인 사질토 갯벌이고 석화가 서식하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인근 마을에 사는 최미례 할머니(73세)는 “50년 동안 자연산 석화를 채취해오고 있다.”면서 “늙어가면서 모든 음식 맛이 변했는데 석화만큼은 그 입맛에 변함이 없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또 전남 강진군 대구면 백사마을 강진만 바닷가 사람들은 양식석화가 생산량이 많고 돈벌이는 더 되지만 자연산 석화의 맛과 영양 때문에 적은 수확량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집하며 채집해오고 있다고 한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동암리 담태마을 정순금(80세) 할머니는 인근마을에서 시집와 60년을 살면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를 제외한 거의 날마다 자연산 석화를 깐다면서 “할아버지가 석화무침이 아니면 식사를 잘 안하기에 날마다 바다를 찾는다.”고 말한다.

또한 부근의 갯벌에서 석화뿐 아니고 뻘낙지 꼬막 등도 함께 채집한다고 한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신기리 영해촌 정영환(66세) 할아버지는 “겨울철 김장에 자연산 석화를 갈아 넣으면 참으로 맛깔 나는 김치 맛을 느낀다.”며 “ 해마다 11월 말경이면 열일을 제쳐두고 꿀을 까러 간다.”고 말한다.

석화는 바위에 마치 꽃이 핀 모양이라는 데서 비롯된 말인데 서해의 충남서산, 동해의 경북 울릉도 등지에서도 많이 난다, 특히 경남 남해는 우리나라 최대의 석화 생산지지만 양식 석화가 많은 편이다. 전남의 갯벌 속의 미생물을 섭취하는 자연산 석화가 입안을 적시는 그런 만추를 맞고 싶다.

대동문화 91호 [2015 11,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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