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이 그리워진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고 물가도 싼 곳에 가서 겨울 내내 지내다 오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치앙마이는 시쳇말로 ‘짱 박히기’ 아주 좋은 곳이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1926년 태국의 맹라이 왕은 란나왕국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름을 본 따 첫 수도를 치앙라이라 했다. 태국어로 치앙은 도시라는 뜻이다.

1345년 두 번째 수도를 치앙마이로 옮겨 16세기까지 번창하였다. 태국의 치앙마이는 농업생산에 박차를 가하였고 이를 탐낸 미얀마와 잦은 분쟁을 하였다. 결국 19세기 미얀마가 영국에 패하고 나서 란나왕국은 태국 중앙정부에 편입되었다.

초록빛 수목들과 꽃밭들이 어우러진 극락세계

치앙마이는 해발 335m의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목재산업이 발달하였다. 특히 티크목이 주 생산품이다. 과수재배나 벼농사도 활발하여 태국에서 가장 농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소수민족들이 깊은 산 곳곳에 살면서 자체적인 문화를 만들며 삶을 이어 가고 있다. 교통이 불편한 과거에는 서로간 교류가 적어 대부분의 물자는 가내수공업으로 조달하였다. 그 덕에 독특한 수공예 산업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태국의 14개 국립공원 중 가장 높은 도이 인타논은 2,565m로 치앙마이에 있다. 태국어로 도이는 산을 뜻한다. 해발 2,500m 지점에는 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는 탑이 있다. 주변은 초록빛 수목들과 꽃밭들이 어우러져 극락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산 중턱 쯤에는 웅장한 와치라탄 폭포도 있다.

인타논국립공원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다. 가벼운 당일 코스도 있지만, 여행사를 통해 그룹을 지어 1박2일, 2박3일 동안 산행을 하는 코스도 있다. 우거진 숲을 한참 걷다보면 강을 만나고 강을 건너기 위해 뗏목이나 코끼리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눈이 초롱초롱한 고산족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 트레킹 코스의 백미는 밤하늘이다. 밤하늘을 보고 있지만 천동설을 믿었던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지구의 중심에 나는 그대로 서 있으나 하늘의 별들은 반짝거리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인타논 산을 둘러보았다면, 이제 시내로 가보자. 치앙마이 구 시가지에는 성곽과 해자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멋스러운 성곽에 눈 여기저기 조명이 비춰지고 있어 밤에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인 툭툭을 타고 돌아다닐 만하다.

성곽 안은 크고 작은 사원들이 즐비하다. 태국어로 왓은 사원을 뜻한다. 외벽의 조각이 란나왕국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왓 프라싱이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지정 문화유산인 왓 째디 루앙도 성곽 안에 있다. 사원 안에는 높이가 42m나 되는 벽돌 불탑이 당당하게 서있다.

치앙마이의 고산지대 도이 수텝, 왓 프라탓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쌈캄팽이라는 지역이 있다. 고산족들이 간직한 수공예를 단지화시켜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태국의 종이우산이다. 과거에는 태국 전역에 우산을 공급하였으나 지금은 장식용 우산만 생산하고 있다. 우산을 비롯하여 실크, 목각, 은, 보석 등 다양한 재료의 공예품 단지가 있다.

치앙마이에 왔다면 절대 가야 하는 곳은 도이 수텝이다. 해발 1,677m의 산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해발 1,000m 지점에서 왓 프라탓을 만날 수 있다. 사원에는 황급불탑이 우뚝 솟아있다.

이 곳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흰 코끼리가 사리를 수텝산까지 가지고 올라가 이곳에서 3바퀴를 돈 후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원에서는 치앙마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광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시암과 또 다른 란나왕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은 치앙마이는 아침 저녁으로 섭씨 15도, 낮 기온은 30도 안팎으로 습도는 30% 내외의 고슬고슬한 날의 연속이다. 한국의 겨울인 11월부터 2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봄은 혹서기이고 여름과 가을은 우기여서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대동문화 93호 [2016 3,4월호]

김근하 기자  paranbaj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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