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싱그런 오월이다. 오월은 감사의 달, 가정의 달, 결혼의 달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 그리고 이제 막 인생의 동반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힘찬 결혼식을 올린 연인들까지 오월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달이다.

앞만 보고 질주하던 삶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함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당연함 속에서 잊혀 있던 서로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확인하며 돌아보지 못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힐링여행이 말이다. 바로 어울리는 달이 바로 오월이다.

푸르름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곳 하면 바로 전남 담양을 빼놓을 수가 없다.

죽물시장 좌판에서 故송순덕 씨가 판매

담양의 별미 중의 별미는 죽녹원 근처 객사리 국수거리의 멸치국수와 비빔국수다. 저렴한 가격에 소탈한 음식이지만 별나게 맛있기도 한 것이 담양의 국수다.

죽제품으로 유명한 담양에 죽물시장이 왕성했던 시절 故송순덕 씨가 좌판에서 국수를 말아 팔던 것이 국수거리가 생겨난 시발점이다.

너도 나도 가난했던 시절 죽세공예 제작자들과 시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값 싼 국수를 삶아 팔던 故송순덕 씨는 허름한 가게를 마련해 큰 아들을 이름을 딴 ‘진우네국수’를 시작했고 ‘진우네국수’를 시발로 한 집 한 집 국수집이 생기면서 담양국수거리가 형성되었다 한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진우네국수’는 이진우 사장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의 명성을 이어 주말이면 하루 3000여 그릇씩 판매할만큼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다.

메뉴는 멸치국수, 비빔국수, 약계란

담양국수거리의 메뉴는 단촐하다. 멸치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약계란이다. 멸치국수가 얼마나 맛있을까 싶지만 육수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이 아주 담백하다.

담양의 멸치국수는 멸치와 양파, 대파 등의 야채를 넣고 밤새 푹 끓여낸 육수에 통통한 중면을 삶아 말고, 듬성듬성 큼직하게 썰어낸 대파를 얹은 후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을 올리면 완성된다.

멸치국수가 담백하고 깊은 맛이라면 비빔국수는 칼칼하고 매콤한 맛이다. 강한 맛을 원한다면 고추장양념이 면발을 감싸 붉은 빛이 자르르 도는 비빔국수 한 그릇이 제격이다.

비빔국수가 너무 맵다면 멸치육수에 삶은 약계란을 까서 함께 비벼먹으면 쫀득한 약계란이 매운 맛을 희석시키고 고소함을 입안 가득 채워준다.

국수반찬은 커다란 접시에 단무지무침, 콩나물, 김, 김치 등을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이 담양 국수거리의 소탈함이다.

담양국수거리 상가 중에는 댓잎가루를 넣어 직접 뽑은 생면으로 국수를 파는 곳도 있다.

이렇게 정성으로 국수 한 그릇 말아주고 받는 돈이 겨우 4천원이다. 밀가루값이 오르면서 국수값도 많이 올랐지만 4천원으로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어디 흔한 시절인가?

관방제림, 관방천 아름다운 풍경속 위치

담양국수거리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은 저렴한 국수값은 물론이고 더불어 국수거리의 풍경이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거리(관방제림)에는 200여 그루의 나무들이 2km에 걸쳐 서 있다. 200년에서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의 50% 정도는 푸조나무이고, 느티나무, 팽나무 등도 많다.

담양국수거리는 아름드리나무 아래 대나무평상이 줄줄이 놓여 있고, 이 평상에서 잔치집에 초대받는 손님처럼 먹는 국수 맛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붙잡은 것이다.

앉은뱅이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서로를 이해하던 따뜻함이 사라져버린 요즘이다. 하지만 국수거리 푸르른 나무 아래 대나무평상에서 앉은뱅이 상에 놓여진 국수를 나누어먹으며 다시 따뜻함으로의 회귀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국수거리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녹음은 짙고 시원한 바람은 솔솔 불어오는 평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진정한 힐링여행이 아닌가 싶다.

또 국수거리 옆으로 흐르는 맑은 관방천과 관방천을 노니는 오리떼와 왜가리들은 답답한 도시를 벗어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힐링장소가 된다. 기억속 깊은 곳에 숨겨진 돌다리를 떠올리며 졸졸 흐르는 관방천 돌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추천하고픈 순간이다.

초록 속에서 힐링하고 싶다면 국수거리 건너편 죽녹원과 젊은 연인들의 데이크코스로 이미 유명한 메타세콰이아길과 관방제림을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면 된다.

하지만 시골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국수거리와 직선으로 이어진 담양 오일장을 구경하면 된다. 담양 오일장은 매월 2, 7일에 열린다.

혹여 예술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국수거리에서 관방천을 건너면 대담미술관이 자리하고 있고 또 2분 거리인 담빛예술창고를 둘러보면 된다. 방치돼 왔던 양곡창고가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이미 아름다운 카페로도 소문이 자자한 담빛예술창고는 현대적인 예술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와 대나무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실내에 올려퍼지는 북카페가 있다.

INFORMATION

담양국수거리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211-34 일대

멸치국수_4000원(1인)

비빔국수_4000원(1인)

약계란_1,000원(3개)

교통정보

승용차 : 서울→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담양IC→담양향교→담양 국수거리

대중교통(버스) : 담양버스터미널에서 11-2번 버스 승차 후 죽녹원앞 하차(20분 소요)

대동문화 94호 [2016 5,6월호]

윤현정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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