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선거 열풍이 불고 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 잇따른다. 입후보자들이 표심에 호소하는 선거용 이메일, 전화, 문자 등으로 유권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이다. 이 와중에 얼마 전 필자의 이메일에 한 후보자의 피 맺힌 글이 가슴을 울렸다. 읽어보니 자기를 홍보하기 위한 이메일이라기 보다는, 울부짖는 그의 절규가 오늘날 정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가슴에 절절했다. 다름 아닌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보낸 <무등산의 봄>이라는 제하의 글 중 일부다.

“…광주 전남 시장, 도지사, 군수, 구청장과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다 안다. 이정현 의원 방에 지역 예산 민원 들고 왜 그토록 자주 들렸는지….입이 있으니 말해 주세요. 마음이 있으면 전달해 주세요. 꼭이요.

일하고 싶어 하는 놈, 미치게 일하고 싶어 하는 놈, 가슴 속에 호남을 위해 일하고 싶은 욕망이 화산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놈, 일했고, 성과로 보여 준 놈, 그 놈이 이리 몸부림치는데, 그래도 무등산 눈은 안 녹을까?”

“호남 예산 지킴이” 이정현 의원. 호남 땅 국비 예산 확보에 그의 손길 닿지 않은 곳이 별로 없을 정도다. 그가 ‘호남 예산 지킴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것은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세력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호남을 열렬히 사랑하고 호남 예산을 지켜나가고자 한 의정 열정의 결과였다. 여권 지역 공천을 받아 쉽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길을 두고, 굳이 민주통합당 텃밭인 광주(서구 을)에서 당당하게 인정 받아 큰일을 하겠다는 그의 도전 정신에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정현 의원 외에도 광주 동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병훈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이 있다. 문화 행정과 실전 경험, 그리고 열정을 겸비한 자타가 인정하는 글로벌 문화 행정가다. 획기적인 구도심 개발, 문화 산업을 유치하여 수 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간 3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이병훈 후보는 낡은 정치를 확 바꾸겠다며 새로운 인물론을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제 기능을 다하여 아시아로 문화를 발신하기 위해서도 이 후보 같은 능력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한 때이다.

정치꾼에게 지조와 신념을 바라는 것은 창녀에게 지조를 바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정치판의 말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옷을 바꿔 입는 철새 정치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꾼 탓에 정치는 신뢰를 잃었고 국민들이 정치에 등 돌린 지 오래다. 때문에 확고한 철학과 소신을 가진 이 의원 같은 정치인은 신선한 충격이요, 그것이 이정현의 매력인 셈이다.

선거판 민심은 눈치가 최고다. “사람은 거시기 한디…, 옷이 거시기 해서…”,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 그러냐.”라고 말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인물 만들기에는 소극적인 사람들이 지역을 푸대접한다며 불평에는 앞장서는 것도 늘 있는 일이이었다.

‘제노비스 효과’라고 불리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관자 효과’란 것이 있다. 1964년 미국 어느 아파트 앞에서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살해 당했는데, 당시 아파트 내 수십 명이 이를 지켜보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방관한데서 나온 말이다. 눈치나 슬슬 보면서 적당히 기웃거리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식이 선거 민심이다. 호남은 영남에 비해 인물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고들 한다. 진정 그가 훌륭한 재목이라면, 무슨 옷을 입던 상관없이 그를 차세대 이념을 떠난 지도자로 만들려는 실천 정신, 그래서 큰 무대에서 뛰게 하는 매니저 역할을 지역민이 해야 하지 않을까.

일하고 싶어 미친 사람들이 있다

여론은 이정현과 이병훈 둘 다 호남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할 능력 있는 사람이지만 조직과 인지도가 약하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정현과 이병훈. 그들은 호남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미친 사람 같다. 각계의 사람들도 저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은 꼭 일하도록 뽑아줘야 한다고 한다. 또 이 의원에 대해서는 전라도에서도 한 사람쯤 여당도 당선되고. 경상도에서도 야당도 한 명쯤 당선이 되어야만 지역감정도 없어지는 선거 혁명이 일어난다고 이구동성 한 목소리를 낸다.

임란 당시 김시민 장군이 의병을 인솔 진주성을 구하고자 달려갈 때, 부하들이 영남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면서 만류하자 장군은 “호남 땅도 우리 땅, 영남 땅도 우리 땅이다.”하면서 진주성으로 출병, 장렬히 전사하여 의향 호남인의 기개를 널리 떨쳤다. 광주가 의향이자 민주 인권의 성지가 된 것은 무슨 이유인가? 5월 광주 항쟁의 정신은 호남의 젊은이들이 광주만을 지키고자 싸운 것이 결코 아니라, 이 민족과 역사와 전국토의 민주화를 위한 숭고한 뜻이었으니, 구국을 위한 임란의병 정신에 연원한다 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오늘날 우리 광주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알 것이다. 무등산의 ‘無等’이란 뜻을 ‘등급을 받을 필요가 없는 최고다.’ 라고 한 것은 등급을 못 받은(무등) 소외된 지역민들이 자위(自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를 등급을 받을 필요가 없는 최고나 일등 지역으로 여겨 이기주의와 우월감에 도취해 있다면, 스스로 소외와 왕따를 자처하는 꼴이 될 것이다.

더 큰 호남을 위해 호남의 중심인 광주 시민들이 탈지역주의로 5월 정신을 되살려 한국 정치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바로 호남을 뿌리로 영남으로 서울로, 아시아로 왕성하게 뻗어가면서 호남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우

“경쟁하게 해 주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당만 앞세우고, 지역 감정 조장 선동 대신 진심 갖고 지역 위해 일 잘하기 경쟁을 하게 해주삼. 장기간 일당 독점 대신 29대 1이라도 경쟁하게 해주삼.”

이정현의 뜨거운 절규, 이병훈의 도전적인 열정, 그 기운이 얼어붙은 무등산의 눈을 녹인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각 지역구마다 잘 들여다보면 정말 좋은 인재가 더 있을 것이다. 위대한 광주 시민의 위대한 심판이 그들이 위대한 변화의 돌풍 주역으로 만들어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훗날 호남이 우리 어린 새싹들의 앞날을 위해 싹수가 파란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역사의 작은 출발, 그러나 위대한 장정을 시작해보자.

대동문화 69호 [2012 3,4월호]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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