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따라 농수산품 선물세트가 최소한 10만원대가 넘는 영광굴비와 장흥한우 등 지역 생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농수축산연합회 등은 가까운 시일내에 대책회의를 통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전남지역 농축수산업 농가들은 생존권과 연결되는 문제로 강력대응할 움직임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등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 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또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상한을 정해 일상적인 청탁이 오갈 수 없도록 했다.

오는 9월28일부터 이 법이 적용되면 지역 농수축산물 업계에 타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추석이 9월 15일이어서 추석선물의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법 시행에 따른 '몸조심'을 미리 염려할 것으로 보여 다소 경기는 위축될 수 있는 분석이 있다.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발표하자 이날 오후 전남지역 농가와 농수축산 단체 관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영광 법성포의 한 굴비업소 관계자는 "짐작은 했지만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며 "부정부패 방지법이 아닌,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자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동안 농수산물 애용을 위해 정부는 농수산물 상품권도 만들고 했는데 5만원 이상 농수산물 선물이 공직 사회 부정부패의 원흉이고 온상이라는 것이냐"며 "공직 비리 척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김영란 법이 아니라 우병우나 진경준 같은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광굴비와 함께 전복 양식 농가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완도에서 전국 생산량의 80%가 생산되는 전남산 전복의 경우 10마리 상당의 1㎏당 산지가격이 5만원 이상이다. 통상 선물 상자는 2㎏로 구성돼 있어 제한액인 5만원에 걸린다.

전남도내에서 42만여 마리(6월말 현재 42만 5000마리)가 사육중인 한우는 상품용의 경우 최소 15~2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어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송아지 한마리 가격이 400만원에 이르는 등 한우 가격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농수축산물 공동브랜드인 '남도미향(www.namdomihyang.com)'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우 세트의 경우 최저 가격이 7만원이다.

전국한우협회 함평군지부 한 관계자는 "한우선물세트는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이라며 "선물용 판매는 아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밖에도 장흥 표고버섯, 담양 한과 등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제품들도 고가 품목들이 많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가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축산 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 농축산연합회는 오는 8월1일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농축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과 추석에 주로 판매되는 농축산물 선물은 5만원 이상의 매출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결국은 수입 농축수산물만 권장하는 꼴이 될 것이다. 총회에서 앞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도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 비중이 적기 때문에 내년 설 명절 선물 대책마련도 필요해졌다.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여야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농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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