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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작품의 대중성?김영주의 영화 산책
김영주 칼럼리스트 | 승인 2016.08.12 08:49

최근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이번에 [덕혜옹주]를 비롯하여 [암살] [대호] [귀향] [동주] [해어화] [아가씨]가 있다. 그 중에서 일제의 폭압이나 친일파 문제로 세상을 들끓게 한 영화는 [암살] [귀향] [동주] [덕혜옹주]이다. [암살]은 ‘나라 잃은 슬픔과 고난’보다는 상해 임시정부의 비밀요원들이 펼치는 액션 오락영화임에 반하여, [귀향] [동주] [덕혜옹주]는 ‘나라 잃은 슬픔과 고난’에 초점을 두고 일제의 폭압에 시달리며 처절하게 절규하는 이야기이다.

 
그 주인공들이, [귀향]은 서민이고, [동주]는 동경 유학생, [덕혜옹주]는 왕실 자손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어느 손가락인들 아프지 않으랴! 한 쪽으론 슬프고 애잔해서 눈물을 적시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한 쪽으론 일본을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어쩌다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까? 원초적으로 일본 극우파의 군국주의가 나쁘긴 하지만, 우리 조선왕조가 너무나 고리타분했고 무능했다. 그 고리타분과 무능을, 난 성리학 때문이라고 본다. 성리학이 자기 완결성에 도취하여 그 울타리에 갇혀서 한 발짝도 나오질 못했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성리학의 자아도취는 가히 ‘종교적 광신狂信’이었고, ‘대쪽 같은 선비’는 ‘숨 막히는 꼰대’였다. 그런 사상으로 500여 년을 옭아매어 있었기 때문에, 서양의 새 물결을 받아들일 틈새가 전혀 없었다. 그런 ‘성리학의 도그마’론 나라가 멸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는 잡다한 잔챙이다. 이러한 조선과는 정반대로, 일본은 몇 백 년 동안 네델란드를 창구로 유럽을 만났고, 특히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의 모든 것이 격변하며 마침내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국운으로 러일전쟁과 청일전쟁을 승리했다. 조선은 이빨 빠진 호랑이였고, 일본은 천리를 내달리는 준마였다. 그러나 그 천리마의 괴력으로, 제국주의 침략이 정당하다는 선진국들의 교만을 흉내 내면서, 대만과 조선을 부당하게 짓밟고 ‘대동아 공영’이라는 허세를 부렸다.

조선은 망하고, 백성들은 신음했다. 그 신음소리는 뼈저리고 사무쳤다. [암살]의 친일파처럼 배신하지 않으면, 귀족들은 [덕혜옹주]처럼 갖은 핍박 속에 모욕을 당해야 했고, 지식인들은 [동주]의 송몽규와 윤동주처럼 감옥에서 고문당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고, 서민들은 [귀향]의 소녀들처럼 구렁텅이에 빠져서 짓밟혀야 했다. 그런데 그 그악스런 일본 군국주의자와 친일파가 자기들의 죄 값을 치르고 몰락한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중심세력으로 그대로 또아리를 틀고 버젓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서 반쪽 나버렸다. 그걸로 온 나라가 박살나는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냉전체제의 폐악에 시달리고 있다. [귀향]의 소녀들은 아직도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정당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거짓된 변명이나 분통 터질 모욕을 당했다. [동주]처럼 지식인들은 빨갱이로 몰리거나 숨기고 지워버려 점점 잊혀져 갔다. [덕혜옹주]처럼 추락한 왕족들은 북한에서는 물론이고 남한에서도 근대화의 장애물로 일부러 지워 없애버렸다.

그 어느 손가락인들 아프지 않으랴! [귀향] [동주] [덕혜옹주]는 그 사무친 사연을 영상에 실어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화라는 장르가 대체로 무겁고 슬픈 내용보다는 가볍고 즐거운 오락에 몰려드는 경향이 있어서, 관객이 쉽사리 모이지 않는다. 게다가 [귀향]은 감독이 진정성은 있으나 연출력이 소박하다 못해 조촐해서 관객을 확 잡아당기질 못했다. 아쉽다. 시인 윤동주의 인생을 그린 [동주], 예술가의 다큐 영화답게 아주 잘 만든 예술작품이다. 이준익 감독, 신라와 백제의 싸움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황산벌]로 시작하여,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님은 먼 곳에] [즐거운 인생] [구르믈 버서난 달] [평양성] [소원] [사도]에 이어서 [동주]에 이르렀다. [동주]이전에는 [라디오 스타] 말고는, 난 그의 작품이 항상 아쉬웠다. 그의 오락이 대단한 오락으로까진 나아가지 못한다고 투덜거렸지만, 이번에 [동주]는 [라디오 스타]에 못지않은 예술적인 감흥을 받았다. 흑백영화여서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났다.

<동주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b/video?id=92107&vclipId=50075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는 예술적 감동이 별로이고, 왕실의 여인으로서 겪는 고난이 애달프다. 허진호 감독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며 보여주는 심리적 교감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잘 그려낸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 [행복] [호우시절] [위험한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그 섬세한 미감이 지나쳐서 오히려 대중재미를 해칠 정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나처럼 매니아는 있을지언정, 일반 관객이 도통 모이질 않았다. 지난 번 [위험한 관계]가 장동건과 장쯔이 장백지의 삼각관계로 대중재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엿보였지만,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헤매는 어중간한 연출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 [덕혜옹주]는 고종의 막내딸이라는 소재가 대중성이 있지만, 그의 섬세한 심리적 연출은 보이지 않고, 덕혜옹주의 슬픈 인생만 돋보였다. 그의 섬세한 미감에 매니아인 난 실망했지만, 관객들은 제법 몰려들 수도 있겠다. 우선 그의 작품에 대중적인 인기가 모이는 게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200만 명을 넘어섰단다. 300만 명을 넘어서고, 500만 명이 넘어서길 . . .

<덕혜옹주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b/video?id=71921&vclipId=51463

김영주 칼럼리스트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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