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가르시아의 녹두서점 입구

상상력의 세계 제8기후대가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다.

1일 광주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유명 미술계 인사들과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한 광주비엔날레의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인 현빈은 참석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9시까지 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진행된 개막행사는 식전 공연으로 도깨비불을 응용한 타악 연주가 선보였고, 2016광주비엔날레 홍보 영상 및 올해 주제에서 드러나는 만화경적인 예술세계를 담은 인트로 영상이 상영됐다.

7시20분께 시작한 공식행사는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의 개막 선언에 이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의 환영사,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의 축사, 현빈 홍보대사 위촉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마리아 린드 2016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환영사에서 “1995년 창설되어 단 시간에 세계적인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며 “광주비엔날레 창설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 민주·인권·평화정신을 세계에 발신하면서 세계인과 문화예술로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에 대한 단상들을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의미를 공유하는 퍼포먼스인 주제 공연은 15분 가량 펼쳐지면서 개막식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빛의 퍼포먼스인 개관 이벤트는 전시관 입구에서 시민들에게 LED 풍선을 나눠주고 하늘로 날려 보내면서 광주비엔날레의 항해를 알렸다.

한편 이날 오전 기자와 참여작가들에게 개방된 프레스오픈을 통해 평가된 광주비엔날레는 기존의 스펙터클한 대형 설치작품 위주보다는 관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형태로 비움과 상상의 여지를 주었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과거를 답습하는 기대와는 달리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각 전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읽는다면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녹두서점에서 여성문제를 토론하고 있는 참석자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녹두서점’이다. 오픈 전날인 31일부터 오는 3일까지 매일 녹두서점에서 갖는 토론의 시간은 80년 광주민중항쟁을 전후로 한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토론마당을 다시 오늘에 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항쟁의 중심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그 녹두서점이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로 부활한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관 입구에는 2011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참여작가인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의 신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설치했다. 녹두서점에서 판매되고 읽혔던 주요 서적들을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부터 대여해 책장을 빼곡히 채운 것이다.

아쉬운 것은 80년을 전후해 녹두서점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과정에 상당의 책들이 없어지고 남은 책들은 분량도 많지 않을뿐더러 과거를 읽는 데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이번 비엔날레는 예술이 도구로 전락하고 지나치게 상업화된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예술 그 자체를 무대의 중앙으로 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 비엔날레에서 보여주었던 실험적 작품들은 크게 줄어들었다.

기존 비엔날레가 거대하거나 파격적인 작품으로 구성돼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자극을 줬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으로 보는 전시 자체의 무게를 덜어냈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장

전시장 내에서도 작품마다 전시 공간을 구분하던 과거의 전시방식을 벗어나 파티션을 최소화하는 대신 작품 사이사이 여백을 뒀고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리아 감독의 의견에 따라 규모가 큰 대형 설치작품도 최소화했다. 그러다보니 전시장의 규모에 비해 작품들이 상당수 왜소해보이는 모습을 벗어날 수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위해 전시제목을 ‘제8기후대’로 잡았다”며 “개인과 집단을 이해하는 데 있어 현대미술은 가장 큰 매개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비엔날레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린드 감독은 “어떤 것에 대해 사색을 할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매개로서 예술을 지향한다”며 “여기에 미술이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해 무언가 행할 수 있는 능력과 역할에 대해 탐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비엔날레의 주요 목적은 작품과 사람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라며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특히 작가와 작품, 시민의 공통의 이해관계를 찾고 서로 간의 접점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린드 감독은 “한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나 대형 구조물의 전시가 아니라 만화경처럼 보이는 복합성과 다양성의 세계를 구현해 놓은 전시를 추구했다.”면서 “전시를 위한 스펙터클한 작품보다 예술이 ‘매개’로서 시민과 예술가, 지역사회에서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본 전시관은 크게 다섯개의 전시장으로 나뉜다. 한눈에 들어오는 단일한 이미지나 대형 구조물의 전시라기보다는 만화경처럼 다양성과 복잡성의 세계를 구현해놓은 전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제2전시장은 다양한 영상으로 채워진 미디어아트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전시장 전체를 암막커튼으로 덮어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나오는 영상의 불빛만으로 걸어 다니도록 했고 소리를 다른 작품에 간섭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 인상적이었다.

제4전시장은 채움보다는 비움을 택해 여백을 남겨두었다. 한국화의 특징인 비움의 미학을 전시공간을 활용한 것이 감독의 생각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지나친 비움은 여백의 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과도한 이미지로 뒤덮인 현대미술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대신 사유와 사색을 전시의 본질에 뒀다. 역사성ㆍ현장성ㆍ동시대 현안 등을 어떻게 녹여냈는지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양우 2016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지나치게 결과물 위주로 돌아가는 수많은 비엔날레에 의문을 제기해왔다”며 “예술ㆍ인간ㆍ사회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지닌 마리아 린드 감독은 (관람객에게)잔잔한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현대미술이 전시 규모를 위압적으로 키워가고, 표현 방식이 화려해지며 작품 가격만 치솟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척후병이자 안내자로서 비엔날레 본연의 의미와 역할을 담당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린드 예술감독이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올해는 ‘과정’과 ‘현장’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부터 작가들이 광주를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 지역 밀착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최측이 전시 준비에 1년 6개월을 소요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들은 지역 사회와의 소통 과정을 작품에 반영했다. 참여 작가 중 4분의 1이 광주 현장을 바탕으로 한 신작을 내놨다.

녹두서점을 재현한 도라 가르시아를 비롯, 뉴욕에서 정치와 미학의 접목을 탐구해온 더그 애쉬포드 역시 한국의 민주주의에 주목했다. 지난 5월 광주와 서울을 찾은 작가는 민주주의의 움직임이 있었던 장소들을 일일이 찾아 촬영한 사진 연작을 소개한다. 작업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광주 출신 박인선 작가의 ‘뿌리’는 광주의 재개발 지역을 작품 소재로 한 회화작품으로 도시의 급속한 변화에 주목한다. 2012카셀도큐멘타 등에 참여한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는 광주 내 생태계의 흐름과 환경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주민참여형 연극 ‘도롱뇽의 비탄’을 선보였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66일 동안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한 8곳의 외부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시민사회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 광주 전역 곳곳에서도 현대미술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 두암2동 누리봄 커뮤니티센터, 일곡동 한새봉 두레,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등이다.

광주·전남 지역작가 발굴 및 창작 지원을 위한 ‘2016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젊은 작가 9명을 위한 전시가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무각사 문화관에서 마련된다.

광주비엔날레가 후원하고 광주미협이 주관하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은 8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며, 광주비엔날레가 후원하고 광주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또 다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인 2016광주비엔날레 기념 한국 대만 현대미술전이 8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전남 사립 갤러리 및 문화예술기관 10곳을 선정해 후원하는 ‘광주비엔날레 기념전’도 비엔날레 기간 동안 열린다. 이와 함께 시민참여프로그램 ‘나도! 아티스트 : Healing Heart(힐링아트)’가 양림동, 원당산 공원, 충장로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8월 30일 개막하면서 11월 6일까지 25개팀 415명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진다.

광주비엔날레는 매 대회마다 문화예술의 나눔을 실천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시민참여프로그램 ‘나도! 아티스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GKL(Grand Korea Leisure)사회공헌재단의 후원을 받아 취지를 더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행사의 하나인 ‘2016 광주비엔날레 포럼’(2016 Gwangju Biennale Forum)을 ‘크고 작은 모두의 힘으로’(To All the Contributing Factors)를 주제로 9월 2일부터 4일까지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 및 광주시내 일원에서 개최한다.

2016 광주비엔날레 포럼은 첫 날인 9월 2일 오후 5시 마리아 린드(Maria Lind) 예술감독의 개회에 이어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환영사로 막이 오른다. 사회는 최빛나 큐레이터가, 전체적인 토론의 모더레이터는 올해 참여작가인 모함마드 살레미(Mohammad Salemy)가 맡았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소설 낭독에 이어 ‘마이너리티 코뮌’ 저자 신지영 씨, 중국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공동 대표 후팡(Hu Fang)과 페르난도 가르시아-도리(Fernando Garcia-Dory) 참여작가, 스웨덴 고텐버그 대학 예술학과 교수 안드레아 필립스(Andrea Philips)가 발제에 참여한다.

이튿날인 9월 3일과 4일 마지막 날에도 ‘2016 광주비엔날레 포럼’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캐롤린 크리스토프-바가이예프(Carolyn Christov-Bakargiev) 제13회 카셀 도쿠멘타 예술감독, 샐리 탈란트(Sally Tallant) 리버풀 비엔날레 대표,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멜리사 추(MelissaChiu) 허쉬혼 미술관 관장,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이자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 등 해외 유명 미술계 관계자들이 광주를 대거 방문했다.

2011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참여작가이자 2010상파울로비엔날레 참여작가인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세계적인 예술 매체인 이플럭스 대표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 2003베니스비엔날레와 2012카셀도큐멘타 참여작가 왈리드 라드(Walid Raad), 2010베니스건축비엔날레 참여작가이자 독일의 대표적 작가인 미하엘 보이틀러(Michael Beutler), 2003베니스비엔날레 및 2012카셀도큐멘타 참여작가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Natascha Sadr Haghighian) 등 유명작가들의 광주행도 이어졌다.

정인서 김다이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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