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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드디어 복면을 벗었다. 음악대장의 정체는 하현우였다. 대중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한 누리꾼(@eae***)이 ‘복면가왕에 하현우가 나와서 음악대장이랑 붙으면 좋겠다’고 한 것처럼 음악대장의 정체는 공공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복면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보컬, 바로 국카스텐 하현우다. 음악대장이 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필자는 조금 복잡한 심경이었다. 하현우가 복면을 벗은 지금도 비슷한 기분이다.

“엄마가 하루종일 음악대장 노래만 들어.” 음악대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친구가 톡을 보내왔다. 나는 기뻐하며 “어머니랑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겠네. 국카스텐의 다른 곡들도 들려드려.”하고 대답했다. “2011년에 한창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을 때 엄마가 그 귀신 나올 것 같은 노래 좀 듣지 말라고 했어.”

복면 뒤에 가려져 있던 얼굴, 국카스텐의 하현우. 그는 운이 좋아 복면가왕에 출연해 대중의 이목을 끈 밴드가 아니다.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을 제치고 ‘헬로루키 오브 더 이어’ 대상을 수상, 이후 한국형 사이키델리 록을 구사하며 괴물 같은 보컬로 단박에 홍대를 사로잡은 밴드가 바로 국카스텐이다.

한때 국카스텐이 소속되어있던 루비살롱레코드의 소속가수 한 사람은 “소속사 대표님은 늘 국카스텐 형들을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연습했고,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찾아서 공연을 했다.”고 말한다. 국카스텐이 예당 엔터테이먼트로 소속을 옮기고, ‘나는 가수다2’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때였다.

2012년 12월 31일, 국카스텐의 연말 단독콘서트 ‘Time After Time’를 보러 갔을 때다. 관객으로 가득찬 서울잠실학생체육관, 오랜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하던 메인기타리스트 ‘전규호’씨의 표정을 보며 ‘이제 국카스텐은 국민밴드가 됐구나.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순간을 보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그 후 3집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람들은 국카스텐을 잊은 듯 보였다.

복면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장치다. 하지만 음악대장이 9연승을 이뤄내는 동안 복면 뒤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바라건대 복면을 썼던 하현우보다 복면을 벗은 하현우가, 그리고 국카스텐의 음악이 더욱 사랑받기를.

국카스텐(GUCKKASTEN)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어. 만화경을 들여다 볼 때 보이는 모습같이 아날로그함 속에 숨어 있는 사이키델릭한 영상처럼, 음악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실험정신을 음악적 모티브로 삼고 있다. 2008년 데뷔, 김기범(Bass), 이정길(Drums), 전규호(Guitar), 하현우(Guitar, Vocal) 4명의 멤버로 구성되어있다.

Today’s Playlist

1. Lazenca, save us(원곡가수 넥스트)

2. 거울

3. Faust

4. 매니큐어

5. 꼬리

6. Vitriol

7. 붉은 밭

8. pulse

9. Gavial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