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요사이 부쩍 미디어(Media)란 말이 회자된다. 미디어는 신문이나 영상 등 대중 매체를 총칭하는 말로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수단을 일컫는다.

광주 화정4동에서는 ‘화사한 마을방송’이 마을의 관심사를 영상으로 만들어 시사회를 갖는 등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마을이란 ‘한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이란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도시화가 되면 될수록 마을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화정동은 꽃우물(花亭)을 안고 있는 마을이 아닌가. ‘화사한’ 주부들이 앞장서서 마을의 공동 관심사와 가치 찾기에 나섰다.

마을 다큐멘터리에서 사업제안까지 일사천리

화정4동 ‘화사한 마을방송’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공모한 ‘동네방네 마을방송’사업으로 시작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함께 꿈꾸는 미디어세상’을 위해 마을과 주민을 잇는 사업으로, 2014년 마을 미디어에 대한 광주 마을미디어의 실태조사부터 시작된 일이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조수란 시청자지원팀장은 “마을공동체에서 마을이야기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미디어로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짧은 기간에 미디어 제작의 전과정에 참여하다보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재미도 많았다.”고 전했다.

화사한 마을방송은 대단한 열과 성으로 출발했다. 2016년 4월부터 시작하여 채 2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수료식 겸 시사회에는 팀별로 작품을 내놓고 주민들의 평가를 받았다. 물론 대만족의 박수갈채는 참가자들의 보람을 더욱 키웠다.

서로서로 시간을 쪼개서 참여한 매주 2회, 2시간의 교육과 실기시간. ‘화사한 마을방송’팀은 한마음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각 팀별 주제를 정하고 직접 소재를 찾아 촬영과 편집, 시나리오, 나레이션 등 모든 작업을 처리했다.

사진. 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영웅담보다 진한 소소한 생활의 감동

도란도란팀은 ‘염주골 천사 웅이네’ 분식집을 휴먼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한마을에 살면서도 이웃소식을 잘 모르다가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갔다. 비록 짧은 4분의 영상이었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눈물샘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시련, 그 시련의 극복은 이웃의 따뜻한 마음에서 온다는 것. 자신의 신장을 기부하기까지 얼마나 절절한 사연이 있었을까. “사람이 사람인 까닭은 서로 손을 잡으면 따뜻하기 때문”이라는 옛 드라마 ‘전원일기’의 대사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동네방네팀은 중앙공원을 따라 조성된 벽화길에 대한 활용도를 되물었다.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벽화길에 불법주차와 차량의 과속통행은 보행자에게 위협이 되는 실정. 따라서 벽화길을 주민장터 등으로 활용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차 없는 거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출연하여 ‘벽화길따라 랄랄라’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화사팀에서 준비한 소식은 ‘동굴을 아시나요?’였는데 웬 뚱딴지같은 동굴. 시사회 참석자들도 서로가 의아해 했다. 주민들도 모르는 동굴(혹은 땅굴)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일제강점기에 기름 창고(혹은 무기창고)로 사용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화사팀은 화정동굴을 양림동 동굴과 비교하면서 주민들에게 개방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 팀은 화사팀에 걸맞게 화정동의 탤런트들이 출연했다.

쉐이크팀은 다른 말로 하면 웃음보따리팀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로의 이름을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우정을 과시하며 서로가 웃음으로 화답하는 팀워크를 선보였다. 팀 이름 그대로 사랑도 우정도 모두 쉐이크~ 쉐이크~ 그러면 웃음폭탄이 터지는 것이었다. 쉐이크팀에서는 나레이션이 돋보이는 감성 다큐멘터리를 들고 나왔다. 곧 재건축으로 헐리게 된 염주주공아파트의 추억이 간간한 나레이션과 함께 구성되어 ‘꿈꾸는 마을 화정4동’을 연출했다.

마을방송은 따뜻한 음식이다

화사한 마을방송의 수강생 임윤미 씨는 “따뜻한 음식은 함께 나눠야 더 맛있듯이 마을미디어는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요.”라 말했다. 그다지 오래 되지 않는 옛날, 이사하면 떡 돌리고 생일이면 아침 밥상에 초대하여 함께 밥을 먹었다.

비록 부족했지만 마음이 풍족한 사람들이 마을을 품고 살았다. 이웃이 아프면 함께 울었던 마을 공동체가 화정4동 ‘화사한 마을방송’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우리 마을을 한마디로 말하면?

“마을미디어는 나눔과 공동체다”, “마을미디어는 시작과 끝이다”, “마을미디어는 Chef다”, “마을미디어는 빛이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마을 구성원을 밥상에 비춰 본다. 밥과 국, 김치와 반찬들이 제각각의 재료가 한 밥상에서 식욕을 일으킨다. 알콩달콩 둘러앉아 식사하는 사람들. 우리 마을이 이렇게 화기애애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가 조금씩 나누고 양보하는 사회, 화정4동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가고 싶은 미디어세상이다.

사진. 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또 하나의 동행 ‘화사한 마을극단’

화사한 마을방송에 이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다. 극단 연우랑 이현기 대표가 지도하는 ‘화사한 마을극단’이다. 안해옥 단장이 3년 째 공을 들이고 있는 ‘화사한 마을극단’은 지난해 서구문화원에서 진행한 연극제에서 ‘이수일과 심순애’, ‘홍도야 우지마라’를 올렸는데 변사역을 맡은 이명화 씨는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도에는 제2기 단원을 추가로 모집하여 ‘양로원 탈출기’를 연습하기로 했다.

마을주민들이 일상을 벗어나 연극의 배역을 맡아보면, 서로의 역할에 충실 하는 모습에서 이해와 배려를 깨닫는다.

안해옥 단장은 “연극은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내려놓는 연습이다. 그래서 이웃을 포용하게 되더라.”고 말한다. “제2기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활기차고 기다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올해는 어떤 멤버들이 구성될지 기대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정4동 이혜경 동장은 ‘화사한 마을방송’ 시사회에 덩달아 신이 났다. “처음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고 단순한 기기조작, 휴대폰을 활용한 편집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마을이야기가 다큐멘터리가 되어 돌아왔다. 이 기회를 통해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대도시를 살아가는 작은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화사한 마을극단’에 대해서도 “주민 주도적 마을만들기에 연극으로 동참하는 주민활동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는 활동으로 이어져 감동이었다.”며 “여러 곳의 요청으로 공연팀이 찾아가 활동하며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좋았다. 순수한 주부들이 연극을 통하여 자신감을 얻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동네사람들, 레드카펫은 걸어보았소

이번 수료식과 시사회를 바탕으로 오는 6월 9일부터는 자체적으로 화사한 마을방송을 제작해 갈 예정이다. 이번 마을방송에 혼신의 힘을 다한 임숙영 강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을방송 교육은 끝이자 시작이다. 앞으로도 소소한 재미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이젠 보는 방송에서 주인이 되는 방송으로 의미를 찾아가 주길 당부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웅성웅성, 깔깔깔, 엔지(NG)가 나도 즐겁고 “재밌네”를 연발하는 사람들. 모처럼 사람 사는 활기를 느낀다.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온통 마을의 관심사에 동참하는 기쁨과 보람이 섞인 한마당이었다. 서로의 작업과 이야기를 팟캐스트와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 SNS로 공유하며 시끌벅적한 화정4동 ‘화사한 마을방송’을 현장에서 보았다.

화정4동 동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동네 사람들, 레드카펫은 걸어보았소”하고 방송을 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날, 우리들의 이야기가 동네방네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

김을현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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