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적으로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다. 우리 선조들은 농업을 기반으로 살았기 때문에 궁핍한 생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잣거리나 장터를 돌며 산채해온 나물이나 약초를 팔기도 하고 남의집살이를 하며 살았다.

힘든 농사일에 육신은 하루도 성할 날이 없었다. 몸은 병들거나 쇠퇴해져 가는데 약방은 드물었고 약방이 있다고 해도 서민들은 높은 약방의 문턱을 넘기가 벅찬 생활이었다.

사냥꾼이나 약초꾼이 생겨나고 본격적인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늘어났다. 일반 서민들도 주로 산에서 나는 약초들을 캐서 말려 두었다가 적절하게 복용하거나 처방하여 스스로 몸을 관리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전국에 있는 산지에서 나오는 풀의 성분이 폭넓게 검증되고 인체에 유익한 약초로 발굴 되었다.

첨단을 달리는 현대 의료기술 덕분에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웬만한 병은 완치되는 요즘이지만 한약재를 선호하는 인구는 줄지 않는다. 평상시 산야를 돌며 채집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직접 처방해 복용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약초사랑, 행복을 파는 할머니

도농을 망라한 전통시장에는 늘 약초장사가 자리한다. 그들의 좌판대에 놓인 약초는 거의 대부분이 직접 채집한 토종 약초들이다. 종류도 다양해 웬만한 약초는 거의 다 있다.

나주에 있는 남평장은 5일장으로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전통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나주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주류를 이루지만 영산포와 가까운 이유로 어물로도 꽤 이름난 시장이다. 남평장 역시 수 십 년간 약초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으로 향하는 길에 변함없이 약초를 펼치고 앉아있는 정모(81)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꾸부정한 허리를 하고 쉴 새 없이 약초를 진열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비닐을 꺼내들고 뭐라도 담을 준비를 한다.

“이것은 더덕이고 이것은 돌가지, 동굴레, 민들레, 쇠비름모른거, 딱지도 있고 머 드리께라우?” “오늘 돌가지가 징허니 좋아. 아제! 노물도 해묵고 갠엿에다가 재서 차로 마셔도 되고 그냥 물 끼래서 묵기도 허는디 감기도 안오고 목도 안아픈께 검나 좋당께. 쪼까 드리께라우?”

할머니는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까만 비닐에 담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이야기한 돌가지는 도라지다. 한방에서 길경(桔梗)이라고 부른다.

동남아시아에 고루 분포된 식물로서 다년생 초본이다. 높이는 40~100cm이고 줄기는 하나 또는 여러 개가 올라온다. 뿌리는 굵고 길게 자라는데 자르면 흰빛의 즙액이 나온다. 어긋나는 잎은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길이 3~6cm정도의 긴 달걀 모양으로 표면은 녹색, 뒷면은 청회색이다.

식용과 약용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기르면서 식물의 가치와 용도들을 가르칠 수 있고 학습과 정서 순화를 위한 원예치료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유용한 식물이다.

길경은 뿌리를 이용한다. 겉껍질에 사포닌(saponin)이 많이 있으므로 벗겨내지 말고 깨끗이 씻어 건조한다. 또한 알파-스피나스테롤(⍶-spinasterol), 푸라티코도닌(platycodonin), 베투린(beturin), 이눌린(inulin), 당질, 칼슘, 철분 등이 함유되어 있다.(산야초 동의보감)

가래와 염증을 삭이는 작용을 하여 감기, 천식, 복통, 치통에 특히 좋으며 고름을 내 보내는 효과도 있어 편도선염, 기관지염, 냉병, 부스럼, 설사, 산후병, 부인병, 불면증, 월경통, 대하증 등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당뇨병과 항암,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싼 보약 묵지말고 소비름 한 보새기 묵어봐”

뭐가 또 있냐고 묻자 시래기처럼 말라붙은 뭔가를 펼쳐 보이며 “요것이 비름이라는 것이여” “소비름이라고 허는디 암말 말고 갖다가 잡숴봐” “사방데 흔허디 흔헌 풀인디 요것 좋은 줄 사람들이 모르고 비싼 보약만 묵으믄 뭣헌당가”

어디에 좋은 약이냐고 묻자 “말로는 다 못허제. 폐, 뼈아픈데도 좋고 낮은 혈압에도 좋고 안 말른 것은 쐐기에 쐤을 때 찌어서 볼라봐. 직빵이여~”

소비름은 장명채(長命菜)라 불리는 쇠비름이다. 장수식품으로 유명하며 몸속의 나쁜 기운을 청소해 주는 작용을 한다하여 아주 인기 있는 약초로 정평이 나 있다. 길가나 밭, 어디서나 왕성하게 자라므로 대게 몹쓸 잡초로만 여기고 있다. 옛글을 보면 쇠비름은 나물로 오래 먹으면 늙어도 백발이 생기지 않으며 장수한다고 나와 있다.(본초강목)

맵쌀에 신선한 쇠비름을 푸짐히 넣고 죽을 쑤어 조석으로 오래 먹으면 노인의 만성 대장염과 설사, 적리를 멈추게 한다. 쇠비름의 식용은 내장을 이롭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

건초는 달여서 음료수처럼 복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저혈압, 대장염, 근골통, 폐결핵, 관절염에는 생즙을 내어 소주잔으로 하루 2회 이상 마시면 도움이 되며 생즙을 피부질환에 사용해도 매우 효과적이다. 독충에 물렸을 때도 효염이 있는데 상처, 습진, 종기 등에 생잎을 찧어서 붙이면 효과적이다.(산야초 동의보감)

건강한 삶, 우리가 바라는 일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 관건 요즘 일반서점의 건강상식코너에 서서 약초서적에 기웃거려본다.

대동문화 95호 [2016 7,8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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