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언넝 솥단지 뚜벙 잔 열어주쇼 잉. 쩌기 슬로시티 체험장에 온 냥반들이 을매나 요 송펜이 맛난지 사죽을 못 쓰써라우. 폴새 세 판을 갈아 제꼈어라우. 송편 한 봉지라도 더 얻어갈라고 요라고 맹글어 제끼네요. 아조 허천이 나부렀소.

어이 창평떡 영윤이! 추석이 낼 낼 허는 종인디, 자네 가윗날 음석은 당아 안 장만허고 뭣 헐라고 요로고 솥딴지 걸어놓고 놈 줄 송편만 줄창 찐가. 송편떡을 해갔고 지그들 추석 음석으로 가져갈라는 뽄새를 모르겄는가? 자네는 뭐할라고 그라고 해주란대로 해줄라고 바지런을 떤가? 참말로 오지랩이 궁궐맹큼이나 크네 잉?

아따 우리 동네 온 손님덜인디 동네 인심이 소문이 나불도록 홍보럴 잘 해야지라우. 긍께 손해 본 듯 허믄서 송편이라도 가져가서 느그들 배야지 터져라 묵어불어라 허고 요라고 나가 쌩고생을 안 허요. 나사 손이 댓발로 크고 입은 또 청와대인께라우.

글고 요라고 해노믄 인자 지그들도 맴에 알심이 백혀갔고 우리 마을을 꼭 또 찾아올 것 아니요. 글믄 우리 동네 산야초여 쌀막걸리여 한과허고 엿이여 국밥이여 요란 것들이 잘 폴릴 것이요.

아이고 아무리 그래도 그라제 너무 자네가 인심이 너무 후허네. 아 그란다고 누가 알아준당가. 참말로 슬로시티 위원장이라고 쓸데가 한나도 읍는 완장패를 차고 나가 정말로 우리 동네 사람덜헌테 뭐 해준 거이 읍응께 미안허네만.

뭔 일이등중 나서서 요라고 자네가 동네일을 추겨 들고 나서중께 나도 참말로 편혀고 든든허네. 자네는 그라고 동생덜 챙김스러 산야초도 잘 맹글어 보시허고, 블루베리 같언 과일주도 잘 담거, 화전도 잘 혀, 먹걸리도 잘 걸러, 음석들도 매시랍게 잘 허고, 동네 일은 뭔 일이든지 안 빠지고 손을 넣어준께 어른들이 참 이뻐헌단 말시. 나가 한 십 년만 젊었으믄 자네한티 뽀뽀라도 해줄 거인디 말이시.

아따 위원장님 말씸이 걸쭉허시오 잉. 추석이 하매 보름이나 남았는가 모르겄소. 이만헌 날씨가 나넌 참 좋아라우. 글고 인자 과일도 나락도 거지반 익어갔고 단내가 풀풀 나는 것 같아라오. 그라고 땀범벅이 되갔고 땅바닥에 엎져갔고 허리 뿐지러지게 일헌 깝을 땅이 갚아주는 철이 된 것이제라우.

나넌 일 년 중 요때가 제일 좋아라우. 뭣이든지 묵을 것이 많해 논께 곡식으로 떡도 만들고 막걸리도 맹글고 허믄서 서로 응원허는 날이 추석이겄제라우. 글고 추석 음석으로 송편이 최고지라우. 예쁘게 빚어야 존데 시집가서 이쁜 딸 낳는다고 서로 서로 안 맹들었소.

못난 송편도 지가 맹들믄 이삐고 맛있어라우. 조개같이 입을 다물고 있응게 그것이 꼭 딸년 그것 같고라우. 반달 모냥으로 웃는 모습인께 맹글면서도 또 웃어라우.

요 송편맹키로 고만고만허고 이쁜 소망덜이 올 추석에는 꼭 영글어야 쓴디. 어찔란가 모르것소. 하도 요 세상인심이 수선스럽고 나라가 요모양 요꼴로 엉망진창인게. 먹잘 것 읍이 경제가 또 요모냥인께 인심 나기도 힘들 거이요.

-2012년 창평 슬로시티-

대동문화 96호 [2016 9,10월호]

최옥수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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