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정터를 갔다. 문학인들의 아지트쯤으로 생각되나, 이곳은 한국무용가 유라용(전남과학대 교수)의 전통무용연구실이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20여명의 단원들이 무대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이었다. 유라용 교수의 구령에 맞추어 구슬땀을 흘리는 단원들, 그 모습에서 한국무용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시작됨을 엿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한진옥류 호남검무를 다루면서 그를 만났던 적이 있다. 유 교수는 호남검무의 맥을 잇기 위하여 박정하 씨(곡성신문 대표)와 호남검무 보존회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자료수집과 실습을 겸해 검무연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 교수가 한국무용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교사였던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와 아버지의 동료교사들의 부추김이 무용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61년 광주 지산동에서 5남매 중 둘째딸로 태어난 유 교수는 비교적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아버지와 동료 교사들 앞에서 틈만 나면 춤을 추고 끼를 맘껏 발산 하며 예인이 되는 꿈을 갖기 시작한다. 유 교수의 어머니 역시 무용도구 등을 직접 만들어 주면서 연습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덕분으로 그 꿈은 현실이 되어갔다.

학생 예술제에서 최우수상 받으면서 무용의 길 걸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 ‘무용계의 대모’였던 박금자 씨의 제자에게 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아버지의 동료 여교사(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가 사직공원 부근에 있었던 그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연습을 시키곤 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후 전국 초, 중, 고교생들이 출전하는 학생예술제에서초등학교 3학년인 유라용이 중, 고교생들을 모두 따돌리고 무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무용계의 관심을 받는다.

또한 무용인으로서의 길을 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광주 동명여중에 진학해서도 무용에 대한 꾸준한 열정과 연습을 이어갔다. 호남검무의 계승자였던 한진옥 선생의 무용을 가까이서 보고 배울 기회도 있었다. 1학년 때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회 세계무용 콩쿠르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승승장구’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오빠와 언니가 대학을 다니는 상황이었고 자신의 무용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모님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무용이 아닌 가야금과 전통 악기 등을 다루며 미련을 달랬고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고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응용미술을 전공했으나 두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졸업 후 전 프로야구 선수와 결혼했다. 자녀도 출산하여 행복한 가정생활은 이루었지만 무용을 다시 만날 기회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용계의 관심을 받으며 열정을 쏟았던 세월들, 진정한 삶속에 자신을 찾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시선들이 따갑다.

자주 드나들던 헬스장에서 에어로빅을 하던 중 한국무용을 다시 하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유 교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고 송준영 선생(전 조대교수)을 찾아가 강한 의지와 소신을 밝힌다. 송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고 다시 열정어린 마음으로 그 꿈을 향해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YWCA에서 활동하는 휘모리 라는 무용단체가 있었는데 그 단체에 가입하여 봉사를 하기도 하였다. 현재 그 무용단의 회장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호남검무 살리기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던 오빠 친구인 곡성신문 박정하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무용 봉사는 무용인생의 주춧돌

봉사는 유 교수 무용인생의 주춧돌이었다. 휘모리에서 활동하면서 염주동 성당의 장수대학 담임으로 봉사했다. 유 교수의 지도는 탁월했고 여기저기서 강의해 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거절할 수 없었다. 처음엔 성당 내 소성당에서 지도를 시작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원이 불어나고 소성당이 너무 좁아 더 이상 지도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살레시오 수녀님의 도움으로 서구 청소년 수련원에 무용실을 마련하고 약 30여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에게 무용을 가르쳤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지산동성당의 교우들이 약 20여명을 모아놓고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또 광산구 청소년 수련원에서도 수업을 해 달라는 등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강의요청이 너무도 흡족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의 한 구석은 텅 빈 마음이었다. 무용을 가르쳐 달라는 곳은 물 밀 듯이 밀려오는데 학창시절 무용공부를 했다고는 하나 대학에서 무용전공을 하지 않은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맘을 단단히 먹고 송준영 교수를 찾아갔다. 학교에 가서 전공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자 송 교수는 대 환영의 뜻을 보냈고 그날로 그를 데리고 곧 바로 학교로 달려갔다.

접수를 하고 1번으로 실기 시험을 치뤘는데 ‘살풀이’춤을 췄다. 교수들은 일제히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조선대학교 체육학과 한국무용에 입학하자마자 ‘춤과 사람들’이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때 그의 나이 40중반이었다.

그렇게 편입이 이루어지고 젊은 학생들 틈에 끼어 발레를 비롯한 모든 실습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습벌레처럼 연습에 임했다. 젊은 학생들 틈에 끼여 마음고생이야 했겠지만 열정 하나로 무용을 완성해가는 그의 적극성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데 검무라는 책이 있어 관심을 두게 된다. 중학시절 잠깐 검무를 배웠는데 그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검무보존회에 연락을 취하게 되는데 그때 임순자 선생과의 인연을 맺게 된다. 우연히 임순자 선생이 전화를 받았는데 성장과정을 이야기하고 검무에 대한 자세한 순서를 찾고 싶다고 하자 양동에 위치한 아세아 극장 앞으로 당장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검무를 접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임순자 선생은 준비해오던 호남검무에 대한 개정판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

임순자 선생의 딸이 결국 개정판을 완성하고 유고출판 기념회를 신양파크호텔에서 하게 되는데 그때 유라용은 호남검무를 선보이며 대단한 칭송을 받는다.

전통무용과 치료무용의 결합 이뤄

만학도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무대 활동보다는 학생들과 무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지도하는 일을 더 활발히 한다. 그는 “무대에서 뽐내며 활동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숨은 끼를 찾아서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는 무용과를 졸업했으니 발표회도 하고 창작활동도 하라는 등의 권유를 많이 받지만 거절했단다.

한국무용을 가르치면서 다른 벨리댄스나 라틴댄스, 스포츠댄스, 노래교실 등에는 50명, 100명 이상의 회원이 몰리는 반면 전통무용은 10명도 채 모이지 않는 것이 가장 맘 아프고 안타깝다고 한다. 무용을 배우는 사람들이 문화센터나 무형문화재 등에게서 주로 배우는데 원리나 기법은 거르고 순서나 동작만 배우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다고 말한다. 전통무용에는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용을 배우면서 호흡을 모른다면 배우나마나라고 말한다. 호흡과 단전으로 하체의 강한 힘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유라용 교수는 호흡, 선 등 기본원리를 설명하며 수업을 해 간다.

배우는 사람 중에 10년이 넘은 사람이 계속하여 무용을 하는 것을 두고 “허리나 다리 또는 무릎이 아픈 사람인데 원리를 겸해 가르치고 연마하다보니 자연스레 아픈 부위의 건강을 회복했다.”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두고 치료무용이라고 한다.

유라용 교수는 현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중이다. 무용에 대한 마케팅 부분이나 무용을 대중화 시키는데 일조하고 싶은, 다시 말해 전통무용을 접하면서 생소하지 않게 어떻게 하면 대중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하나의 일념으로 연구에 열정을 쏟는 중이다.

현재 유 교수의 연구실인 문예정터는 원래 최영화(호남대 연극영화과)교수가 운영하던 연극단원들이 사용했으나 유라용 교수가 금호지구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운영 중이다.

문예정터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약 20여명으로 학생 팀과 각 기관단체에서 프로그램에 의한 강사들이 이곳에 모여 무용을 배운다. 굵직한 지역축제에 전통무용으로 참가하여 공연을 펼쳤고 일반인들도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11월에는 곡성 옥과에서 제2회 유라용 한국무용 발표회를 비롯하여 호남검무와 세미나도 할 예정이다.

유라용 교수는 전통무용을 전수하는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자 함이 역력한 예인이다. 현재 학교8곳과 자신의 무용 연구실인 문예정터에서 무용을 가르치며 꿈나무들의 발굴과 숨은 인재들의 발굴을 해내는 중이다. 한국전통무용이 국내에 대중화되고 세계를 행해 갈 때까지 유라용 교수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

대동문화 97호 [2016 11,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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