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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렁벌렁 춤 춘 귀신이 왔는가?”마을 마다 쉽게 볼 수 있었던 ‘당산굿’
세습무로 이어온 일인다역극 ‘삼설양굿’
김다이 기자 | 승인 2016.11.18 15:17

굿을 대하는 자세는 세대마다 경험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정통 굿을 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봤을 터다. 신 내림 받은 무당이 방방 뛰다가 파르르 떨며 혼절하는 장면은 섬뜩한 기억을 심어주곤 한다.

수십 년 동안 작두를 타며 굿을 하던 베테랑 무당도 때로는 부정을 타서 살을 베기도 한다. 굿을 하는 무당들은 무서운 눈빛을 보내며 “잘못하면 살을 되받을 수 있어, 역풍을 맞을 수가 있다”라고 말한다.

영화 ‘곡성’에서 무당 일광이 살풀이하는 굿의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춤을 추며, 장승에 못을 박고 살을 날리는 굿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혼신을 현혹되게 만들었다.

마을 단위로 당산나무 수호신 역할

예전부터 마을마다 쉽게 볼 수 있었던 굿은 ‘당산굿’이다. 마을 단위로 그 마을을 지키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있었고, 무당이 한 명씩 있었다. 마을에 흉흉한 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당산나무에서 고사를 지내고 굿을 펼쳤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풍습은 축소되고, 소멸되고 있다. 종교적으로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굿은 믿는 사람에게 효과를 발휘할까?

굿이 열리는 현장을 소수문하기 시작했다. 2016 용봉대동풀이가 열린 전남대학교에서 당산굿이 한창이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풍물패 소리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대포수가 맨 앞쪽에서 잡색들을 이끌며 당산나무로 이동한다. 대포수를 따라 가는 풍물패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태평소 소리로 흥을 고조시킨다.

대포수는 총을 들고 다니며, 방울을 대롱대롱 달고 흥을 돋운다. 대포수의 총이나 방울은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다. 머리에는 ‘大將軍(대장군)’이라는 글이 써진 관을 쓰고 있다. 어떤 순간에는 희희낙락 즐겁게 놀고, 또 어떨 때는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풍물패 뒤에는 또 다른 잡색이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당산굿 행렬을 뒤따른다. 잡색은 얼굴에 광대를 쓰고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굿판에서 춤을 추며 논다.

대포수는 액을 물리치는 존재이지만 나중에는 재앙의 대상이 되어 물리쳐지는 중이적인 존재가 된다. 당산굿에 쓰였던 도구들은 불에 태워 없앤다고 한다.

커다란 당산나무 옆에는 정승이 서있다. 한참동안 당산나무 주변을 빙빙 돌면서 당산신을 불러오기 위한 풍물패의 공연이 계속된다. 신은 흥겨워야지 나타난다고 한다.

전남대 풍물패 임은하 대표는 “당산굿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함께 복을 빌어주는 의미로 준비했다”며 “전북 임실의 필봉굿을 토대로 연습했고, 당산굿 다음으로 샘굿, 문굿 등을 하고 본판에서 달집태우기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당산굿은 주로 10월에 열린다. 호남·영남 지역에서 행해지는 마을 제사였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했다.

당산나무에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몇 줌 놓아 부정을 막는다. 줄을 감을 때는 부정을 가리며 감아놓은 줄은 일 년 내내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전남대 교내에서 지역민들과 학생들의 복을 염원하는 굿이 곳곳에서 열렸다.

무서운 신부터 잡신까지 정성들여 불러

순천 삼설양 굿은 지난 2008년 12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 43호로 지정됐다. 삼설양 굿의 기능보유자이자 세습무를 하는 박경자씨의 굿판을 보기 위해 순천 오룡마을로 떠났다. 달랑 주소와 연락처만 수소문해 무작정 찾아갔다. 수차례 전화 연결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순천시 대룡동 577번지를 찾았다.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 오랫동안 무녀로 살아온 그녀의 집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라고 알아 챌 수 있는 외관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오래전부터 그 집 사람 병원생활해서 여기 없어”라는 답변을 들었다. 몇 사람에게 행방을 물어도 병원 생활한다는 답변뿐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1933년생인 박경자씨는 올해로 84세로 꽤나 연로했을 터다. 아쉽게도 삼설양 굿을 보지 못해 쉽사리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기능보유자가 병상에 누워있어 볼 수 없었던 삼설양 굿은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삼설양 굿은 순천을 비롯한 전라도 동부지역(광양, 보성, 고흥)에서 전승되는 굿이다. 병이 든 가족이 있을 때 하는 치병 굿뿐만 아니라 씻김굿의 마지막 절차에서 연행되는 굿놀이다.

박경자 기능보유자는 28세에 세습무계 출신인 김순태씨와 결혼해 33세 때 처음 굿판에 섰다. 극이 혼연일체 된 일인다역극의 형태로서 세습무계의 전통성과 역사성뿐만 아니라 굿의 지역성과 예능성에서도 남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 못 먹고 못 입어 죽은 귀신, 처녀귀신, 총각귀신, 총 맞아 죽은 귀식, 애 낳다 죽은 귀신 등을 불러오며 모든 역할에 빙의한다. 이때 무녀는 상황에 맞는 행동과 목소리로 악사와 재담을 주고받는다.

“벌렁벌렁 춤 춘 귀신이 왔는가. 어쨌는가?”/ “나 누군고니는 내가 총각 죽은 몽달이 혼신이오.”/ “장개도 못가고 장개는 가고자퍼 죽겄는디, 이쁜 처녀나 좀 있으믄 어치게 쪼까 보듬아보까 싶어서 건들건들하고 와서”

굿의 과정 속에서 귀신의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간략한 도구와 분장만으로 충분하다. 짚으로 만든 남근, 바가지, 흰 손수건, 새끼줄, 지팡이, 목총 등으로 강신무보다 소박한 무구를 사용하지만, 더욱 영험하다.

지역민, 모두의 복을 염원하는 의미

굿에서는 마음에 드는 귀신만 골라서 모시지 않는다. 무서운 신부터 잡신까지 빠짐없이 청하여 정성 들여 불러낸다. 삼설양 굿은 배역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10명 이상 등장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더 보는 묘미가 있다.

눈 먼 봉사 귀신이 들어오면 지팡이를 들고 이리저리 짚어가면서 춤을 춘다. 아이를 낳다 죽은 잡귀가 들어올 때는 바가지를 배속에 넣고, 몸을 젖힌 상태로 어정쩡한 자세로 춤을 춘다.

순천 씻김굿은 전반부에서 신을 청하며 가정과 자손들의 복을 빈다. 중반부에서는 무녀가 죽은 이의 넋을 씻겨 이승에서 맺힌 한을 풀어 천도의례를 한다. 마지막 후반부에서는 굿에 모여든 모든 잡신들을 배송하는 것으로 굿을 마친다.

광주 동구 용연동 태광사에서는 사업운을 빌어주는 대감맞이 굿으로 순경보살이 혼신을 쏟고 있었다.

의뢰인은 장사를 시작하기 전 업 대감, 장사대감을 통해 장사운, 사업운이 따르길 애타게 바라는 눈치다. 굿당에는 배, 사과, 귤, 대추, 나물, 돼지머리, 시루떡, 막걸리 등 장사대감에게 바치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법사는 천신이 왔는지, 선신이 왔는지 금방 알아채야 한다.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비비며 업 대감이 오기를 앉아 빌던 보살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괴이한 소리를 내는 하품은 반복되며 동시에 보살의 등은 파르르 떤다.

“접신이 되었다는 것이여” 옆에 있는 법사가 말한다.

“내가 그냥 가면 쓰것쏘” 보살이 일어서서 굿당 곳곳을 제집처럼 방방 뛰어 다니며 차려진 음식을 주어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대감맞이 굿은 12시간동안 계속됐다.

굿 현장은 늘 웃음과 울음, 서러움, 분노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때로는 구경꾼이 될 수도, 때로는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 의뢰인이 될 수 있다. 요즘 같은 최첨단시대에 굿이라니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굿이 음악, 연극, 춤 등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동문화 97호 [2106 11,12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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