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 나주곰탕. 따뜻하게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을 땐 국물이 먼저 생각난다. 서민음식으로 나주곰탕은 빼 놓을 수 없는 메뉴다.

탯자리에서 정성으로 깊고 진하게 우려낸 원조 나주곰탕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나주시에는 수많은 곰탕집이 줄지어 있지만 ‘탯자리 나주곰탕’의 맛은 깔끔하고, 정갈한 맛으로 소문나있다. 정수루 바로 옆 코너에 있었던 ‘탯자리 나주곰탕’은 금성관 주변이 문화유적지구로 편입되면서 건물은 이전했지만, 나주곰탕의 명성은 이어가고 있다.

 엄선된 국내산 한우로 나주곰탕 만들어

그렇게 최영숙(62) 대표가 ‘탯자리 나주곰탕’을 지켜온 것이 20년이다. 전남대 식품가공학과 73학번이었던 그녀가 전남대 수의학과를 다니던 이영기씨(68)를 만나 캠퍼스 커플로 지내고, 결혼 이후 남편의 고향 나주에서 곰탕집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나주에서 수의사를 하는 남편 덕에 검인, 도축에 관계되어 고품질로 엄선된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해 손님들에게 최고의 곰탕의 맛을 대접하고 있다.

‘탯자리 나주곰탕’은 나주에 본점을 두고, 지난 2014년까지 광주 풍암점, 상무점 등 직영으로 운영하는 2곳이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는 분점을 정리하고, 곰탕의 본고장 나주에서만 전념하기로 했다. 나주읍성 4대문과 나주목 관아 복원 등으로 나주곰탕의 탯자리까지 문화재 보존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탯자리 나주곰탕’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자리를 내어주고, 발 빠르게 새 단장을 준비해 지난해 9월 28일 확장 이전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나주 잠사(蠶絲) 공장 바로 앞으로 옮겼다. 바로 뒤편에는 일본 잠사의 폐산업시설 문화자원화로 게스트하우스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새 단장한 ‘탯자리 나주곰탕’은 인근 곰탕가게 중에서 가장 쾌적하고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원조 나주곰탕의 맛을 볼 수 있다. 깔끔한 나주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단체 손님도 줄을 잇고 있다.

45명, 25명, 18명씩 단체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좌석까지 갖췄다.

3중 스테인리스 가마솥 사용으로 위생적

메뉴는 곰탕, 수육곰탕, 모둠 수육곰탕, 수육, 모둠 수육이 있다. 곰탕 가게에 가면 곰탕보다 비싼 수육 값 탓에 ‘수육도 시킬까, 말까’ 늘 고민에 잠긴다. 탯자리 나주곰탕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른 가게와 달리 적당한 가격으로 만든 탯자리 1인 세트로 곰탕+수육 모두 먹을 수 있는 메뉴까지 있다. 엄선된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만 한다면 생고기, 육회도 맛볼 수 있다.

탯자리에서는 밥과 국물을 모두 말아서 나오는 ‘토렴’ 방식이 아닌 밥 따로 곰탕 따로 나온다. 위생적으로나 개인취향으로나 따로 나오는 것이 모두에게 안성맞춤이다.

최영숙 대표는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인체에 유해한 각종 중금속과 녹물이 발생하는 무쇠 가마솥 대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까만 가마솥 2개를 사용하면서 장사를 했는데, 씻어도 녹이 스는 것이 보였고 녹물이 둥둥 떠 있는 것들을 보고 이러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며 “까만 가마솥을 쓰는 다른 가게들과 다르게 비싸더라도 스테인리스로 된 3중 가마솥으로 곰탕을 끓여, 손님들에게 대접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한다.

현재 ‘탯자리 나주곰탕’ 곰국용은 녹물이 나오지 않아 더 위생적이고, 보다 더 진한 육수를 우려낼 수 있는 통 3중 스테인리스 솥 2개를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뼈를 오랜 시간 동안 곪는 회전식 가마솥, 또 하나는 살을 삶고, 국물을 넣어 다시 끓이는 가마솥이다.

회전식 가마솥은 하나에 천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지만, 탯자리에서만큼은 손님들을 위한 위생이 우선이다.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앞 접시도 따로 나온다. 수육을 시키면 별도로 찍어 먹을 수 있는 양념장도 나온다.

먹는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사기뚝배기에 곰탕을 담아 송송 썬 파와 깨를 뿌리고, 노란 계란 지단을 넉넉히 올려 한 그릇 푸짐하게 나온다. 국물의 뒷맛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상에 올라오는 쌀, 김치, 고춧가루는 모두 국내산만 사용한다. 특히 쌀은 드넓은 곡창지대인 나주평야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만 사용한다.

뜨끈뜨근한 곰탕에 깍두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탯자리의 깍두기는 완전 별미다. 달콤, 새콤의 비법은 바로 나주배를 통으로 갈아 넣어 깍두기 국물까지 수저로 계속 떠먹게 만들 정도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맛이 나온다. 작은 항아리에 깍두기가 담아서 나오지만, ‘아줌마 깍두기 추가요’는 당연지사.

맑고, 담백하면서 깊은 육수의 맛

곰탕의 ‘곰’은 곰익다는 뜻에서 나왔다. 원래 곰탕은 나주관아의 저잣거리에 팔았던 국밥이었다. 매일시장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이 편의상 간편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한 끼였다.

5일장이 열리면 소의 여러 가지 부산물을 넣고, 오랜 시간동안 푹 끓인 곰탕은 불티나게 팔리던 음식이었다. 어려운 시기 소의 내장과 각종 고기를 듬뿍 담은 푸짐한 인심은 나주곰탕의 인기로 이어졌고, 장사꾼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

이후 나주 관아문인 정수루(正綏樓 전남문화재자료 제86호), 금성관 주변에 전통 나주곰탕집과 3대 전통 나주곰탕이 원조를 앞 다퉜다.

보통 곰탕의 육수는 소뼈로 우려낸다. 우려낸 국물에 다시 소고기를 삶고, 고아내기 때문에 국물은 맑고 담백하면서 영양까지 만점이다. 나주곰탕은 ‘맑은 국물’이 핵심이다. 곰탕과 비슷한 설렁탕, 곰국 등은 국물이 뽀얗게 하얀빛이 돈다.

그러나 곰탕은 사골을 푹 고아 우러난 국물에 양지, 사태, 목살 등을 다시 넣고 끓여내면서 국물은 점차 맑아지고, 맛은 한결 깊어진다. 여기에 밥까지 담아 넣고, 고깃국을 따라 한 그릇 가득 채워 나오는 전통 방식이 ‘토렴’이다.

굶주린 배를 든든하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곰탕. 남도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자 서민들의 영양만점 겨울철 영양식. 그것이 곰탕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탯자리 나주곰탕

전남 나주시 징고샅길5-1(금성동 18-5) 문의 061-332-3377

곰탕 9,000원/수육곰탕 12,000원/모둠 수육곰탕 12,000원

수육 35,000원/모듬수육 35,000원/ 탯자리 1인세트(곰탕+수육) 15,000원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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