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시월, 검은 책방 흰 책방(조선대 정문에 위치한 작은 책방)에서 열린 독특한 낭독회에 간 적이 있다. Double play poem <다리를 절룩거리는 밤의 짐승>이라는 이름이 붙은 낭독회였다.

시인 이제니와 소설가 김종호가 자기 작품을 번갈아 낭독했다. 마지막 낭독 순서에 가서 두 사람은 돌림노래를 부르듯 텍스트를 읽어 내려갔다. 문장과 호흡이 교차할 때 잠시 하나의 음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사월X김해원의 노래를 들으면 종종 저 낭독회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김사월은 2012년부터 싱어송라이터로 주로 홍대 주변의 클럽과 카페에서 공연했다. 김해원은 2009년부터 듀오, 밴드, 솔로로 음악활동을 하다가 영화음악감독 일을 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겸하고 있었다. 각자 활동했던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것은 2014년, 김해원이 김사월에게 피처링을 제의하면서 부터다.

김해원은 ‘사막 part.2’를 작곡한 후 자기와 함께 노래를 부를 사람을 찾았다. 고민 중에 공연에서 자주 만났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고 한다. ‘사막 part.2’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 바로 김사월이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들과 정서를 나누며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2014년 7월 ‘김사월X김해원’은 클럽 살롱 바다비에서 열린 ‘레코드폐허’(서울레코드페어의 패러디한 명칭. 독립음악가들이 제작한 앨범을 판매하고 공연하는 행사)에서 비밀스러운 앨범을 선보인다. 천가방 형식으로 된 앨범이었다.

CD포멧이 아닌 실제로 사용 가능한 에코백, 사진과 가사가 디자인 된 엽서, 밴드캠프 다운로드코드 패키지로 되어 있는 100장 한정 앨범이었다. 레코드폐허에 참가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은 단발성 프로젝트성 그룹일 뿐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제작한 앨범의 절반 이상이 당일 행사에서 팔렸고, 남은 수량마저 7월이 가기 전에 모두 판매되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두 사람은 2014년 9월, 싱글 ‘비밀’을 포함한 일곱곡이 수록된 EP앨범 <비밀>을 정식 발매했다. 이 앨범으로 2015년 제 12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과 최우수 포크 음반상까지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았다.

‘김사월X김해원’은 단순히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섞어놓은 것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두 사람이 번갈아 부를 때, 곡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는 중의적인 지점들이 생겨난다. 두 사람이 팽팽하게 구축하고 있는 역할과 캐릭터에는 비밀스러운 관능마저 느껴진다.

작년 연말, 김사월X김해원은MMVV (Mercat de Musica Viva de Vic)에 초대되어 유럽에서 첫 해외 공연을 마치자마자 싱글 ‘허니 베이비’를 선보였다. ‘헬로, 헬로? 멋진 미소, 멋진 몸집. 허니 베이비.’ 재미있게도 노래의 첫소절이 김사월X김해원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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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진 기자  b0612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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