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닭’의 해라는 것은 다 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의 운수를 점쳐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좋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관습으로 정착해 버렸다.

한 해를 점쳐본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물론 두려운 사람도 있다. 설레는 사람은 지난 한 해를 그다지 큰 성과 없이 보낸 사람이겠고 두려운 사람은 지난 한해가 알차고 보람된 일로 가득한 사람일 것이다.

닭은 식용이나 계란을 생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닭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궁금해 하거나 의아해 하거나 연구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먼저 하게 되는 생각은 닭백숙이나 삼계탕, 도리탕, 또는 계란 프라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그로인한 여파로 아마도 올해는 운수를 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년 초가 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운수를 보기위해 소문난 집으로 향하기 전에 닭에 대해 작은 상식이라도 알고 가자.

닭의 일반적 속성은 무엇일까

닭은 예부터 가축으로 사육되면서 조상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닭은 여러 형태로 전승된다. 우리나라에서 닭이 사육된 것은 삼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생의 멧닭을 울안에서 사육하면서 가축화 시켰다.

가축 중에서 잡식성으로 아무것이나 잘 먹기 때문에 놓아먹이며 특히 각종 해충을 잡아먹음으로서 병충해 방지에도 한몫을 한다.

닭의 울음은 한 국가 지도자의 탄생을 알리는 고고한 외침소리로도 나타난다. <삼국유사> 혁거세편에 보면 왕이 계정(鷄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계림국(鷄林國)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곧 혁거세의 탄생은 닭 숲속의 닭 우물에서 이루어진다. 우물은 인간이 생존을 영위하는 생명수로서 신성시된다. 따라서 현존 마을 굿에도 우물에서 행하는 우물 굿은 필수적이다.

이 곳 계정의 닭은 위인의 탄생을 알리는 개국의 주역이 된다. 이것은 계성에 의미를 부여한데서 연유하였다고 본다.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는 하늘에서 하강한 천신계통으로 그의 탄생은 흰 닭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예로부터 흰 닭은 일반 닭과 달리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전통혼례에서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 집의 초례상(醮禮床)위에 산 닭을 묶어서 올린다. 여기서 닭은 광명을 가져다주는 존재로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신성한 혼례의 자리에 등장한다.

닭이 다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되겠지만 계성에 의한 새로운 삶의 출발이란 점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울리는 계성은 인간에게 만남과 이별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심청전>에서 심청이는 눈먼 아버지를 위해 팔려 나가기 전날 밤 뜬눈으로 날을 새다가 새벽닭 우는 소리에 가슴을 저미는 아픔을 느낀다.

“이윽고 달기 우니 심쳬이가 기가 막혀 ‘닥아닥아 우지마라 반야진관에 밑상군이 아니 로다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내가 쥰겠다. 쥰기는 슬지아느나 으지 읍는 우리부친 어이 잇고 가잔 말고.’ 어느새 동방이 발가오니...”의 내용에는 심청이가 공양미 삼 백석에 팔려 죽음의 길로 나아가면서 겪는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세시풍속상의 닭의 주술성

닭은 벽사의 주술적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정초에 닭을 그린 세화(歲畵)로 잡귀를 몰아내는 풍습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일찍이 주술성을 인정해 닭을 직접 문에 매달았으며, 후에 그림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편 복날 닭을 먹는 것도 삼복의 유행병을 막는데 의미가 있다.

정초의 세시풍속에서 첫 번째 닭의 날인 상유일(上酉日)은 닭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특히 부녀자들은 바느질을 하면 닭발 같이 된다고 여겼다. 그리고 싸움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모임도 갖지 않는다. 전남의 어촌에서는 출항도 하지 않으며 제주도에서는 이날지붕을 이지 않는다.

12간지(干支)의 하나인 닭은 음양으로 따지면 음이고, 오행(五行)으로 보면 금(金)이며, 방향은 서쪽에 해당된다. 한편 유시(酉時)는 오후 5시~7시에 해당되며, 이 시간은 닭이 둥지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닭띠는 성격상 자기 확신이 강하고 적극적이지만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점이 있다. 따라서 닭띠는 지혜롭고 직관적인 뱀띠와 잘 어울리며 소띠나 용띠와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 외에 범띠, 양띠, 원숭이띠, 돼지띠와도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닭띠끼리는 충돌이 일어나며 쥐띠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도 감수성이 예민한 토끼띠와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개띠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한편 12신장 중의 닭은 계두인신(鷄頭人神)의 형상으로 불교에서는 그 이름을 ‘파치라’라고 하는데 쇠망치를 든 형상이다. 따라서 탑에 조각된 12신장은 불법을 지키는 호법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닭도 호법신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정유년 한 해 닭처럼 부지런하고 밝은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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