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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안테나, 새해엔 솟대를 세우자!<명인 열전> 솟대 작가 윤정귀
전통 조형 세계화 꿈꾸는 희망 메신저
백승현 기자 | 승인 2017.01.02 19:20

2014년 11월 1일 윤정귀(53) 솟대 작가는 세월호 참사 200일을 기려 팽목항에 대형 솟대 다섯 주(柱)를 세웠다. ‘진실 솟대’로 이름 붙였다. 나중에 팽목항에 새로운 분향소가 생겼을 때도 그 입구에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 9명을 위해 ‘희망 솟대’를 세웠다.

소복처럼 하얀 색의 9마리 새가 목에 노란 희망띠를 목도리처럼 두른 모습이었다. 솟대를 부여잡고 바다를 바라보며 죽은 자식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울어야 하는 부모들. 우리는 그래서 명백한 슬픔과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게 2017년 정유년이 밝았다.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사람

솟대는 ‘꿈과 희망의 안테나’이다. 그래서 윤 작가는 ‘꿈의 안테나’를 세우는 ‘희망의 예술 메신저’다. 생목(生木)보다 병들거나 죽어버린 소나무, 때죽나무 등으로 솟대를 만든다. 신간(神竿)이라고 불리는 장대를 깎고 그 장대 위에 얹힐 나뭇가지를 깎는다.

그리고 마지막엔 새를 깎아 그 나뭇가지 위에 태운다. 새는 오리, 물오리, 까마귀, 봉황이기도 하지만, 다만 신과 인간계를 넘나들면 인간계의 소망을 하늘로 날라주고 상징의 신탁을 인간계에 배달하는 일반명사로서 ‘새’이기도 하다.

‘솔대, 서낭대, 거릿대, 수살목, 소줏대, 표줏대’로 불리는 솟대는 어느 곳이든 희망이 깃들어야 할 곳의 중심이나 경계나 급소에 세운다. 소망, 희망, 꿈, 다산(多産)과 같은 단어가 새해에는 절절하기에 대보름날 많이 세웠다. 진또베기(솟대의 강원도 방안)의 전통은 긴 장대에 Y자 나뭇가지에 홀수의 새를 앉힌다. 나무, 점토, 쇠, 돌로 만든다. 새의 부리나 목에 예단이나, 통북어, 실타래, 헝겊, 왼 새끼줄, 소 돼지의 아가리 뼈 등을 매달기도 한다. 볏짚단의 밑 부분을 묶고 그 안에 갖가지 곡식을 이삭 채 싸서 세우는 장대인 ‘볏가릿대’의 원형이기도 하다. 모두 풍년과 안녕의 표상이다.

<삼국지> ❬마한전❭에 등장하는 소도(蘇塗)는 하늘에 제사지내던 신성한 곳인데, 이 소도에 세워져 있던 대목(大木)을 솟대의 기원으로 본다. 신간(神竿), 우주수(宇宙樹) 신앙의 원형이다. 수호신, 이정표, 성역의 경계, 재액과 부정을 막는 벽사(辟邪), 마을이나 가정 수호신, 풍수 비보(裨補), 마을 동제(洞祭)의 신체(神體)로 세운다. 집의 입구나 서낭, 신당, 장승목에도 세운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자기 과시나 가문의 행운을 비는 용도로도 세운다.

윤 작가의 작품은 독특하다. 부부나 연인에게 선물하는 용도의 솟대 새의 숫자는 양수(陽數)인 홀수가 아닌 짝수가 되기도 한다. 솟대 곁에 인물 조각상을 따로 만들어 구성하기도 한다. 윤 작가는 전남대학교 조각과를 졸업했다. 소조 인물 작품들이 등장하는 스토리가 있는 작품 솟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 솟대 새의 꼬리 부분을 2단으로 층을 이루게 조형했다. 새들은 목을 쳐들고 꼬리를 치켜들며 힘차게 울고 있어 역동적이다. 특허청에 디자인 특허 등록(제30-0507118호)이 돼 있다.

‘상념’, ‘소녀의 기도’, ‘한마음’, ‘수줍음’, ‘사색’, ‘기원’, 진실, ‘염원’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윤 작가의 작품은 제목처럼 부드럽고 안온하고 여유로운 세계를 염원하는 작품들이다. 여기에 풍만한 여인이나 기도하는 소녀상을 소조로 제작해 배치함으로써 입체적이면서 소박한 구성미가 넘친다.

예술 작품 솟대로 대중화 결실

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1990년 광주로 내려왔다. 화순 도곡에 솟대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작가로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야외 솟대도 만들었지만, 우리 생활공간에서 늘 볼 수 있도록 정착시킨 예술 솟대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일반 예술 소비자들에게 꿈과 믿음을 심어주면서 소통하는 작품이었다. 결혼식이나 집들이 선물로도 활용할 수 있고, 기관이나 단체 건물 앞의 조형물로 큰 솟대를 대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들이었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해 활동을 했는데, 2004년 광주비엔날레 참여, 2008년 원주문화원 초대전, 2011년 광주민속박물관 기획전 ‘소망을 담고 나는 새-솟대’, 2014년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초대 ‘DMZ 평화, 생명, 통일 8道 솟대전’, 2015년 대한민국 산림문화박람회 초대 ‘대한민국 솟대 작가전’, 2016년 라오스 팍세 바람 흔적미술관-한국•라오스 교류전과 여수엑스포 스카이 전망대 초대 ‘솟대 그곳, 그리운 바다’전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전은 2008년 광주서구문화센터 갤러리 송에서, 2회 개인전은 2010년 잠월미술관에서 열었다.

전남 함평 잠월미술관 전시 때였다. 개관 기념으로 솟대를 1주일 내내 작업했다. 마지막 솟대를 완성하여 세우고 돌아서는 순간 MBC ‘무한도전’ 방송 팀의 촬영 의뢰가 들어왔고, 그 이후 방송 3사 TV의 여러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게 됐다. 방문객들로 작은 농촌 미술관의 문턱이 닳았다. 솟대가 가져다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2009년 전국에서 솟대 예술을 하는 작가들과 우리 고유의 민족 미술인 솟대를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정착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솟대작가협의회’를 만들고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도 순천 남영춘 작가, 여수 고재봉 작가, 구례 안풍길 작가 등이 동료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화순의 가수리 솟대, 곡성 수산리 저수지 솟대, 부안읍 내요리 돌모산 당산솟대, 부안 서문안 당산솟대,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솟대, 고창군 신림 솟대, 강원도 진또베기 솟대들이 전통솟대로서 보아야 할 작품들이다. 호남은 솟대 전통이 여전하다. 청학동의 가로등 솟대, 제주도의 유리병 솟대, 새만금의 망둥어 솟대 등은 윤 작가가 추천하는 ‘한국인이면 꼭 봐야 할 솟대’에 속한다.

팽목항의 솟대 외에도 보성 대원사 솟대공원, 서재필 조각공원, 효령 노인타운, 경기도 광주고교 농악전수관, 강•고•집(담양 수북), 강원 화천 자연농원, 대구 미래대학, 호남내과의원, 상무지구 미르치과 등을 가면 ‘윤정귀표 솟대’를 볼 수 있다. 2016년 8월 26일에는 한민족의 시원이라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 알혼섬 후지르 마을에 솟대 정원 개원식이 있었는데, 여기에 세워진 솟대가 바로 윤정귀 작가의 작품이다. 전남대학교 총동창회 창립 60주년 기념 행사였다. 2004년 솟대는 세계박물관 대회 때 한국 상징 이미지로 정식 지정됐다.

솟대 아카이브 만들고 싶어

윤 작가는 숲 해설과 나무 공부를 했다. 광주시 문화재위원이었던 고 강현구 선생과 민속 조형미술인 솟대나 장승 등을 공부하면서 민속 문화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숲을 공부하면서 약초에 대한 관심이 불붙어 남부대학교의 한방제약개발학과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윤정귀 작가는 솟대의 전통적 미의식에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시켜 솟대예술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솟대의 기원을 추적하여 세계 솟대 지도 만들기, 솟대와 관련한 이론을 체계화하는 일, 세계 솟대의 원형을 수집해 솟대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 등이다. 다음 번 개인전은 나무 솟대가 아닌, 나무, 금속, 흙, 돌 네 가지를 이용한 솟대 패러다임전이 될 것이다.

윤 작가는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2015년 10월 24일 ‘남도문화 지킴이’로 불리던 강현구 전 광주광역시 문화재위원을 기리는 추모제가 진도북(춤)놀이보존회 내드름(대표 박병주) 주최로 전남 함평군 나산면 시엽산방(柿葉山房)에서 열렸을 때 행사 내내 마치 유족처럼 하염없이 울던 작가를 기억한다.

그 여린 마음이 슬프고 고단해서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슬프고 힘들지만 희망이 필요한 모든 세상을 향해 솟대 위의 새는 힘차게 운다. 아직 우리에게 울 힘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의 존재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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