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과 구금·구타의 현장. 오랫동안 미지에 둘러 쌓여있던 섬. 소록도는 섬 전체가 한센 환자들이 생활하고 치료하는 병원이다.

섬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아서 ‘소록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일제 강점기 한센인들의 아픔과 슬픔이 아직도 숨겨져 있다. 현재도 소록도에 540여명의 환자들이 살고 있다.

소록대교 개통 이후 육지 이동 편리

소록도 병원은 1916년 일제 강점기 때 생겨났다. 일본의 관리들은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 흩어진 환자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들은 한센환자의 치료가 목적이 아닌 한센병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근본 목적이었다. 그들은 한센환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문둥이는 어린아이의 간을 꺼내 먹으면 그 병이 낫는다.

그러니 주변에 문둥병을 앓는 환자가 있으면 신고하라.’는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 시키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강제로 잡아다가 격리시킨 고립의 섬이 됐다. 어느덧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일제강점기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해방 이후에도 한센병에 대한 선입견은 나아지지 않고, 차별과 부당대우는 계속됐다.

이 섬을 찾은 것은 그러한 치욕의 환자들이 생활했던 역사를 바로보고 그들이 겪었던 격동의 세월 속에 문화재적 가치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이 작은 섬에 등록문화재는 15종이 선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센인들의 애환과 역사, 사연이 깃든 숨겨진 곳이 많아 방치된 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고립의 섬 소록도는 얼마 전만 해도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서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비로소 육지와 섬이 연결되어 이동이 편리 해졌다.

소록대교를 지나 소록도 병원입구에서 강창석 현지 한센환자를 만났다. 강창석 씨는 소록도 남성리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지난 1981년 경남 창원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이곳으로 들어와 살면서 시와 수필을 통해 소록도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는 시. 수필을 모두 등단한 문인이다.

그의 안내로 일반인 통제구역을 넘어 실제로 환자들이 생활하는 소록도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소록도 병원은 환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제구역을 정해 놓았는데 일반인들은 제한구역 내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일정 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소록도 초입에는 한센병 전염을 우려해 환자 자녀들을 격리시켜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눈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수탄장이 있다. 수탄장을 지나 한센인들의 인권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애환의 추모비가 있고 건너편에 빨간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방치되어 있다.

문화재 가치 있는 건물 방치된 곳 많아

이곳은 수탄장을 지나 일반인 개방 구역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한센인들의 억울함과 한탄이 얽히고 설켜 있지만, 안타깝게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건축연도는 대략 1935년경이라고 알려졌다. 육안으로 바라봐도 겉모습에서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든다. 수탄장을 지나자마자 바로 입구를 지키고 있어 그 당시 감시와 통제가 얼마나 심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강창석 씨는 “이곳은 한센인들이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소란을 피우면 끌려가던 곳이었다.”며 “감찰부가 있었고, 지도부는 따귀를 때리며 가둬놓고 취조하는 등 감금실로 사용했다. 나도 실제로 이곳으로 끌려가서 맞은 기억이 있다”고 설명한다.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보니 축협 로고가 유리창에 새겨져 있다. 최근 6~7년간 실제로 축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내부는 잡동사니 서류들이 바닥에 흐트러진 채 그대로 어지럽혀 있다. 일반인 개방구역에 조차 미처 등록되지 못한 문화재로 가치와 역사가 있는 건물이 있어 출입 제한구역에는 ‘얼마나 많은 곳이 방치되어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사용용도 숨겨진 채 건축물만 그대로 남아

소록도에 남아있는 건물 대부분은 소록도에서 직접 구운 벽돌을 이용한 건물로 한센인들이 두 손으로 직접 옮기며 지었던 그들만의 피와 땀이 섞여 있다.

일반인 통제구역을 지나면 실제로 마을 곳곳에는 건립 당시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역사적,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을만할 건물들이 있지만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양지회기념관 뒤쪽으로 숲에 가려져 있는 ‘우촌복지관’이 있다. 우촌복지관에는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가 있다.

강창석 씨는 “우촌복지관은 예전에 한센인들을 일본화 시키기 위해 교육을 하던 곳이었다.”며 “이곳도 한센인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곳이지만 문화재가 아니고, 소록도 내에는 이런 장소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한다.

이외에 현재 구 순천교도소 소록지소는 여자들이 머무른 교도소만 문화재로 등록되어있고, 바로 옆에 나머지 건물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1920년대 지어진 건축물, 빨래터가 남아있고, 예배당으로 쓰던 건물은 창고 용도로 바뀌면서 문을 굳게 닫아 놨다.

극악무도했던 일제의 만행이 표본적으로 이뤄졌던 통한의 소록도, 진실 되지 못하고 왜곡된 소록도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묻힌 현장을 돌아보고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려본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베일에 감추어진 외로운 섬.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함에도 문화재로 보호되지 못하고 따뜻한 관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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