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문화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이라면 오늘날 한국 사람이 처한 독특한 상황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모든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어떤 문화도 최근의 한국문화만큼 급속한 변화를 보이거나, 보여 온 것은 없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나이 많은 세대의 문화와 청년세대의 문화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어서 서로 갈등관계에 있다고 규정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세대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국제적인 경험이 거의 없으며, 매우 전통적인 생산양식을 가진 농촌의 농업사회에서 교육 받았다.

반면, 청년세대는 도시의 산업사회에서 자라고 있는데, 그들은 해외여행이나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또는 기술이 지배하는 풍족한 현대 세계에서 공부하거나 일을 함으로써 국제경험을 얻는다

힘든 노동과 고투의 삶을 살았던 나이 많은 세대가 가져온 이런 변화는 불과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달성된 것이었다. 전통적인 가치들 자체는 물론 경제 사회변화에 따라 이 가치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관해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국 문화의 쇠퇴는 비단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 한국전쟁 이후의 시기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오래 된 것이다. 이미 19세기에 지배계급이 백성들에 대한 리더십 보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창조성을 잃어버렸다. 그 당시에 이미 ‘전통적인 가치들’을 불신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또 다른 심각한 전통가치의 학살은 일본의 점령과 함께 찾아 왔다.

식민주의자들은 이질적인 가치들을 옹호하고, 한국 전통문화의 많은 요소들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이것의 정점에서 한국전쟁은 고향을 떠나 친숙하지 않은 환경의 상처에서 출발한 수백만의 난민과 함께 거대한 사회이동성을 야기했다. 뒤이어 미국 주도의 군정과 사회-정치적, 물질적 문화상의 강요된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식으로 볼 때 ‘한국의 전통’은 150년 이상 대혼란 속에 있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주말이나 노동시간 이후에 여가시간을 즐길 만큼 충분히 부유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을 TV 드라마를 본다든지, 스포츠 활동을 한다든지, 노래방을 가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오락에 사용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보다 더 문화적으로 지향되어 전통문화를 찾는데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전통예술이나 공예를 취미로 배운다.

전통문화 되살리기

그렇다! 전통을 ‘재창조’한다. 민속춤, 북 치기, 가야금 혹은 다른 전통악기, 다도(茶道)를 행하거나 전통요리 강습과정을 이수하는 등과 같이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모든 활동들은 적극적으로 ‘전통’이라고 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어떤 축제도 탈춤, 판소리의 짧은 대목, 민속춤, 혹은 사물놀이 없이는 개최되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한옥지구 전체를 부수고 있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한옥을 짓거나, 황토벽과 전통적인 마을 분위기를 보존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옥마을이나 ‘슬로우 시티’ 같은 관광지를 방문하는데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통문화에 관하여 다시 새로워진 이런 관심은 종종 너무 피상적이어서 전통문화의 표면만을 건드릴 뿐이다. 예를 들면, 많은 민속춤과 민속음악은 한 때는 의례상의 중요성을 가졌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이상의 의미가 없는 여흥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은 다도의식에서도 같다. 우리는 이제 그 고유의 기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즉 우리의 관심은 화려하고 신기한 겉모습에 있을 뿐이다. 이것이 오늘 이 배경으로 강조하고 싶은 핵심적인 포인트다.

전통문화 속에 숨겨진 의미 찾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겉모습만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요소들의 기본원리를 되살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전통문화의 요소들을 볼 때 우리는 그 외관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문화 속에서의 그것들의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가 단지 표층구조들만을, 즉 춤의 화려한 의상과 생동감 넘치는 동작, 또는 한옥의 아름다운 자태 등과 같은 것만을 복원하는 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살아있는 문화가 아닌 것, 박물관류의 보존만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전통은 변화하지 못할 때 죽은 것이 된다. 사회변화 정치변화, 경제변화 그리고 기술발전상의 변화들과 더불어서 변화하는 전통들만이 살아있는 전통들이다. 기본원리들은 지켜져야겠지만, 표면(겉모습)은 항상 변화해야만 한다.

자 그러면 이제 우리가 잊고 있는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의 몇 가지 사례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옛 교육 대 현대교육

우선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오늘날의 학교는 전 세계 최상의 학교에 필적하는 수준의 현대교육을 낳았고, 대학으로 이끄는 고등교육에 대한 강력한 집중과 더불어 ‘한강의 기적’의 배후에 있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데 우리는 모두 동의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그 결과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야만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계예산의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점점 커지는 실망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엄혹한 경쟁에서의 실패에 기인하여 자살 같은(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극단적인 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우리 학생들이 단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그들이 배우는 사실들을 진정 이해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사실만을 배우고,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고 나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배웠던 것들의 대부분은 다음 번 시험을 위해 다시 잊혀 진다. 무엇을 배웠는지, 배운 것이 그들이 알고 있는 다른 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 수 있을 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전통문화에도 물론 시험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들을 아는 것과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덜 중요한 대상이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가치 그 자체로서의 배움’,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배움’,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아를 계발하기 위한 배움’이었다. 그 목표는 지적일 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교육이었다. 이 포커스에 근거해서 우리는 전통적인 한국문화의 잊혀진 요소들 가운데 하나를, 그리고 오늘날 한국문화에 반드시 다시 가져와야 할 하나의 전통을 볼 수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의 가치 그 자체로서의 배움’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생각하기 위한 보다 더 많은 시간, 사실들에 대해서 골똘히 사색하는 시간이 우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 역시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생활이 빡빡해져 버렸다. 어느 날 나는 신문에서 아침에 집을 떠나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가서 일을 하고, 일을 마치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탓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집에서는 의미 있는 그 어떤 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지하철 개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느긋해지는 법을 배워야만 할 것이며, “인생이란 무얼까?”, 혹은 “우리는 왜 살지?”에 대해서 생각할 충분한 여가가 있는 보다 더 인간적인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오늘날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과 모욕적인 언사로 쓰이곤 하는 “시간 없습니다”라는 말이 지금은 평범한 발언이다. 실제로 서로 다른 시간개념 속에서 1960년대에 내가 한국에 살 당시 배웠던 것이지만, 그 이후로 쭉 잊혀져 왔던 전통적인 한국문화의 한 요소를 소개한다. 그 당시 작별인사를 할 때 아름다운 인사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를 “슬슬 가십시오”라는 인사였다. 우리는 그것이 다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한옥 대 아파트

내가 제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예는 전통 건축이다. 나는 4년간 전통 한옥에서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었다. 그 집은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슬로우 시티’의 아래 부분에 소재한 양반 집이었다. 세 마당 가운데 작은 두 채의 집과 한 채의 큰 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나는 방 하나를 현대식 부엌으로 개조했고 하나의 현대식 욕실과 화장실을 추가했다. 그리고 온돌을 석유버너로 난방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부의 소소한 변경들을 제외하고는 그 집들은 약 100년 동안 변한 것이 없었다.

삼천리는 한국에 있는 5개의 ‘슬로우 시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나는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 모두는 지붕들과, 돌과 나무, 진흙과 한지로 만들어진 우아한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경탄했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한옥의 가장 중요한 원리 즉 공기의 순환이다. 본채는 남쪽을 향하고 태양에 의해서 뎁혀진다. 뒤는 북쪽을 향하고 지붕은 그늘을 제공한다.

모든 방들은 문을 접어 지붕 아래 걸어 놓음으로써 정면으로 완전히 개방될 수 있었다. 뒤쪽에도 열 수 있는 문들이 있었다. 햇볕이 쪼이는 남쪽 면과 그늘진 북쪽 면 사이에는 미세한 온도의 차가 존재하며, 이것이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일정하게 계속 부는 미풍(산들바람)의 이유가 된다. 여름의 폭염 속에서 사람들이 에어컨디션이 없어도 쾌적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공기흐름 때문이다. 한옥의 기본원리는 이 공기흐름이다.

현대의 그 어떤 아파트도 이 전통건축의 기본원리를 적용해서 지어지지 않았으며, 창문들은 대부분 너무 작고 어떤 방향으로도 서있을 수 있다. 거기에 공기흐름이 있다면 그것은 외풍이지 경미한 공기흐름은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에너지도 소비하는 에어컨디션을 필요로 하게 된다. 건축의 공기흐름이 다시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 전통문화의 기본원리와 같게 된다. 현대의 건축가들은 또다시 생각해 보고 배울 거리가 생겼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전통문화를 재해석해야지 그것을 카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재해석은 다시 고유의 기본원리들과 기능들을 찾는데 입각해야 한다. 일단 우리가 그 원리들을 이해하면 우리는 그 겉을 변화시켜 우리 시대에 적합하게 만들 수 있다.

나의 꿈

요약하면 우리는 전통문화의 표면적 요소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며, 잊고 있던 기본원리들을 찾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은 이국적이고 화려한 겉에 존재하지 않고 그 기본원리들에 존재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이 원리들을 찾아낸다면 우리는 전통문화와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그때는 그 새로운 겉이 다르게 보이겠지만 한국문화의 핵심은 동일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새 옷을 입겠지만, 아름다울 것이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베르너 사세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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