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반사되는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전주로 향했다. 전주는 조선시대 전라도 감영 소재지로 호남지방의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이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지역인 만큼 시내 곳곳이 한옥이고 발길 닿는 곳마다 유적지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유유히 흐르는 만경강과 전주천이 어우러져 농경사회가 기반이었던 생활 여건이 두드러지게 좋은 지역이다. 평야가 많고 땅이 기름져 물산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기온도 따뜻하여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따라서 농산물과 임산물 등의 거래가 활발하여 대형 상권이 형성되었으며 오늘날 재래시장의 모태가 되었다.

전주의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은 모래내 시장을 찾았다. 이 시장의 역사는 그리 깊지는 않다. 다만 전주라는 지역적 여건이 이 시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농산물과 수산물, 임산물들이 즐비하다. 왠지 푸짐하고 저렴할 듯한 길거리 좌판대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내려가자 약초상점이 보인다. 이곳의 약초는 특별해 보인다. 너른 전주의 들녘에서 나고 자란 푸짐한 느낌의 산야초 뿌리들이 즐비하다.

산야에 널린 약초 몰라서 못 먹는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맥문동이다. 맥문동은 뛰어난 자양강장 효과로 신체허약을 회복하며 목 타고 입이 마르는 기침가래에 좋다.[산야초 동의보감]

산을 가다보면 길가 언덕이나 그리 우거지지 않은 곳에 춘란(春蘭)처럼 보이지만 잎이 가늘고 길게 늘어진 것이 맥문동이다. 얼핏 보아서는 난하고 구분하기가 어렵다. 맥문동은 여러해살이풀로 뿌리 곳곳에 살진 덩어리가 붙어있다. 잎의 절반 이상이 아래로 쳐져있고 검푸른 빛깔이면서 윤기가 난다.

맥문동 뿌리에 달려있는 살진 덩어리를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굴취하여 깨끗이 씻어 약재로 쓴다. 약리실험에 의하면 강심, 이뇨, 거담, 진해, 영양작용이 있다. 여성의 음을 보호하고 폐를 편안하게 하며 심혈을 다스리고 오줌을 잘 누게 한다.[산야초 동의보감]

폐와 위장을 보하는 가운데 특히 자양강장의 효과가 뛰어나서 일반적으로 신체허약에 널리 이용된다. 변비는 물론 목구멍과 입안이 마르면서 생기는 갈증을 다스린다. 마른기침이 계속되는 미열, 열이 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한 데에 맥문동 덩이뿌리를 삶아 마시면 자연히 없어진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맨 바닥에 포장을 깔고 앉은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그 앞에 늘어진 각종 약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낮 익은 약초들이 보이긴 했지만 그 이름과 약효가 궁금하여 그 앞에 앉았다. 할머니는 반가운 기색으로 반긴다. 서로 엉킨 약 뿌리가 보여 물었다. 단풍마라고 했다.

단풍마는 줄기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로 뿌리가 자란다.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뿌리를 채취하여 잘 씻은 다음 약재로 사용한다. 단풍마는 고혈압과 요통, 뇌혈관경화증을 다스린다. 산천용. 개산 약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 각 산지에 산기슭이나 개울가 가시나무가 많은 곳 숲 사이에서 잘 자란다.

줄기 가지가 여러 개 갈라지며 주위에 있는 나무를 감고 오르며 자라는데 잎자루는 길며 잎 모양은 단풍잎을 닮아 손바닥 모양으로 5-7개가 갈라져있다.

단풍 마의 뿌리 약재는 고혈압. 동맥경화 치료에 효능이 좋은 민간 약재다. 뿌리를 캐서 잘 씻은 다음 잘게 썰어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물에 넣고 푹 달여서 복용하는데 물 1리터에 단풍마 뿌리 말린 것 15-20그램 넣고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서 하루 3-4번 나누어 복용한다.[실전약초재배]

하늘수박이라고 부르던 하늘타리가 항암효과?

먹고 살기에 바빴던 7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의 경제는 개개인의 생활패턴을 바꾸었다. 먹을거리보다는 이제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 영향으로 걷기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산길이나 들길을 걷다보면 작은 수박처럼 열린 넝쿨식물을 볼 수 있다. 하늘타리다. 하늘타리는 박과의 덩굴 식물로서 우리나라 중부이남 지방의 산기슭에 자라는데, 주로 풀숲이나 숲 가장자리, 산 계곡에서 자생하고 있다. 잎과 함께 자라고 있는 덩굴손이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뻗어가면서 고구마와 같은 큰 뿌리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져 있으며 각 열편에 톱니가 있고 밑 부분이 심장저이며 표면에 짧은 털이 있다.

하늘타리는 하눌타리, 하늘수박, 천화분(天花粉), 쥐참외 라고도 부르고, 뿌리가 여러 해 되어 땅 속 깊이 들어간 것이 좋은데, [본초강목]에 의하면 음력 2월, 8월에 뿌리를 캐어 겉껍질을 긁어 버리고 햇볕에 30일 동안 말려서 해수, 지갈, 소갈, 해열, 이뇨, 배농, 변비, 당뇨에 약재로 사용하는데, 특히 항암작용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한다.

하늘타리는 열매. 씨, 뿌리는 모두 같은 용도로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 뿌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하늘타리 열매는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차고 폐경, 위경, 대장경에도 작용을 하는데, 폐를 튼튼하게 하고 담을 삭이며 단단한 것을 흩어지게 하고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 담열로 기침이 나는데 흉비, 결흉, 폐위, 소갈, 황달, 변비, 부스럼 초기에 쓴다. 하루 12~30g을 달여 먹거나 즙을 내어 먹는다. 외용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인다.

요즘 어디를 가나 수입산이 판치는 세상이다. 약초라고 다를 바 없다. 약초상점이 즐비한 약초거리를 가도 중국산, 인도산, 일본산 등 수입산을 쉽게 본다. 우리 몸에 맞는 약초는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나고 자란 약초가 제일이다.

지리산주변의 약초거리는 깊은 산세의 영향으로 약효가 뛰어나다. 너른 호남평야의 중심에 있는 전주의 재래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약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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