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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놀이, 유구한 역사의 동방 대중문화
대동문화재단 문화사업부 | 승인 2017.01.02 20:19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벽을 여는 부지런한 닭울음소리가 새해 첫날 온 천하에 울려 퍼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끄러운 시국이 하루빨리 안정되고 정상화되기를 떠오르는 새해와 함께 기원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려왔다. 신분제도의 폐단은 있었으나 나름대로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적인 문화나 전통을 이으며 자존심을 지켜왔다. 각 고을에서는 저마다의 특징적인 놀이문화가 생겨나고 그 문화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반계층과 평민계층 모두 산재한 고충이 있었고 그 고충을 덜거나 해소하는 방안 또는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 각종 놀이를 즐겼다. 놀이에도 시기와 장소가 엄연히 존재했고 정해진 규정과 묵언의 규칙이 성립되었다.

기나긴 밤, 방안에서 펼쳐지는 재밌는 놀이

눈 내리는 겨울밤 사랑방에 모여 재미있게 노는 놀이가 윷놀이이다. 특히 정월초하루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이 들어있는 달이면 윷놀이만큼 어울리는 놀이도 없겠다. 윷놀이의 기원을 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강원도 대관령 바위에 새겨진 윷판, 익산 미륵산 바위에 새겨진 윷판 등을 보면 고대부터 놀았던 놀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판의 유래가 부여의 관직명인 저가, 구가, 우가, 마가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곧 저가(猪家)는 도, 구가(狗家)는 개, 우가(牛家)는 윷, 마가(馬家)는 모를 상징하므로 윷놀이는 부여시대부터 놀았다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의 <신두수 三京五部制度>조에서 윷놀이의 윷판은 고조선 5가의 출진도(出陣圖)라고 하였고 이병도는 국사대관(國史大觀)에서 윷놀이 말판이 부여의 관직제를 모방한 4출도(四出道)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게 그를 뒷받침 해준다.

윷놀이는 윷, 윷판, 그리고 윷말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물론 같이 놀아줄 사람들도 필요한데 윷말의 수만큼 사람들이 존재하면 된다. 윷놀이 방법은 간단하다. 윷을 던져 나온 윷 패에 따라 윷말을 옮겨 먼저 4동이 나면 이긴다. 다시 말해 윷말 4개가 윷판의 한 바퀴를 돌아 나오면 승리하는 것이다.

윷놀이의 방법이 간단할지라도 중간 중간 윷말을 올리거나 윷말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변수도 존재하여 난이도가 상승될 수 있다. 예전에 윷놀이는 마을 단위 또는 문중 단위로 편을 갈라 놀이했다. 윷을 던져서 편을 가르기도 하고, 마을 골목이나 도랑을 기준으로 편을 나누기도 했다.

윷놀이를 위해 편을 갈랐으면, 각 팀별로 한사람씩 나와 윷을 던져 선후 차례를 정한다. 그렇게 선후 차례를 결정지었으면, 각 팀별로 윷을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윷말을 움직여 게임을 시작한다. 윷말은 참에서 시작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여기서 윷을 던져 나올 수 있는 윷 패는 '도', '개', '걸', '윷', '모', '백도', '낙' 이 된다. 숫자로 보면 '1칸 앞으로', '2칸 앞으로', '3칸 앞으로', '4칸 앞으로', '5칸 앞으로', '1칸 뒤로', '무효' 가 된다. 특이하게 '윷', '모' 의 윷 패가 나왔을 경우 윷을 한 번 더 던질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윷'이 계속 나오는 사람은 '윷 잡이'가 되고, '모'가 자꾸 나오는 사람은 '모잡이'가 된다. '도'는 윷 중 1개를 제외한 나머지 윷의 윗면이 하늘을 향하는 윷 패다. 즉, 4개의 윷 중 3개가 x표시된 윷 윗면이 하늘을 향해 있다는 말이다.

'개'는 윷 중 2개의 윷의 윗면이 하늘을 향했을 때 나오는 윷 패이고, '걸'은 윷 중 3개의 윷의 윗면이 하늘을 향한 윷 패이며, '윷'은 4개의 윷의 아랫면이 모두 하늘을 향한 윷 패다. 또한 '모'는 4개의 윷의 윗면이 모두 하늘을 향한 윷 패이고, '백도'는 4개의 윷가락 중 표시된 하나의 윷가락만 뒤집혔을 때 나오는 윷 패다. '낙'은 4개의 윷가락 중 하나라도 지정된 구역에서 벗어났을 때 나오는 윷 패다.

윷말을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윷놀이의 승패도 좌우된다. 첫 번째 윷말 달리는 방법은 시작점에서 가장 크게 사각형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방법이다. 총 21이라는 수가 나와야 한 바퀴를 돌고 끝나며 교차점이 없기 때문에, 질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다.

다음은 윷말을 시작점에서 종점까지 삼각형으로 달리는 방법이다. 삼각형으로 달리는 방법이 2가지가 있는데 그 중 시작점을 기준으로 ㄱ자 끝의 점에서 종점으로 꺾는 방법은 총 17이라는 수가 나와야 완주할 수 있다. 시작점에서 일직선 끝에서 바로 꺾고, 그 상태에서 일직선으로 다시 쭉 달려 큰 삼각형을 그리며 끝내는 방법은, 총 12라는 숫자가 나와야 가능한 방법이며 교차점을 두 번이나 지나게 되는 윷말 달리는 방법이다.

가장 빠른 윷말 달리는 방법은 첫 번째 '도'가 나오고, 그 이후 바로 '빽 도'가 나오는 방법인데 단 2번 만에 한 바퀴를 돌게 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빠른 윷말 달리는 방법이다.

전통놀이가 흥행하던 어린 시절로 가고파

1970년대 중후반 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 전통놀이였다. 당시만 해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묵시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남자 아이들은 주로 팽이치기나 딱지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나 구슬치기 등을 즐겼고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 수건돌리기 등을 즐겼다.

윷놀이는 주로 성인들이 주막이나 농한기를 이용하여 하던 놀이였는데 내기가 주된 목적이었다. 요즘처럼 방안에서 즐기기보다는 거의 매일같이 동네 한 가운데 자리한 널따란 공터에 윷판이 벌어진다. 농번기가 끝나고 겨울이 되면 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과 싸우며 농사일을 한 그들에게 그 시기가 가장 편하게 지내며 놀고먹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도시라고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농촌과 마찬가지로 골목어귀의 주막집엔 늘 윷판이 차려졌다. 중산층 이하 도시빈민층들이 특히 많이 모였는데 고된 현장일이나 단순 노무가 끝나면 걸쭉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 윷판을 벌이곤 했다.

가마니덕석으로 만든 윷판을 깔고 작은 나무로 만든 윷을 깍쟁이에 담아 던졌다. 가마니덕석 밖으로 나가면 ‘낙’이었는데 술 취한 어른이 비틀거리며 상대편 쪽으로 깍쟁이를 던지고 난 직후 자신의 허벅지를 ‘탁’치며 ‘어이’, ‘아하’ 등의 추임새를 넣지만 때론 윷이 떼구르르 굴러 범위 밖으로 나뒹구는 장면이 생생하다.

늘 어른들은 윷을 놀려고 준비하면서 먹을거리도 푸짐하게 준비한다. 우리는 그것을 알기에 윷판이 벌어지면 우리가 즐기는 놀이는 멀리하고 그 곳으로 몰려들곤 하였다. 그리고 한입 두입 받아먹는 그 맛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로지 농사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에게 유일한 놀이었던 윷놀이, 요즘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놀이가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질문을 던지면 틀림없이 수행평가 점수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놀이라고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맥이 왜 중요한지 그 근본부터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는 바로 이런 것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다보면 지역마다 민속촌이나 한옥마을, 읍성들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하고는 무관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것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삭막하게 변해가는 현대보다는 고전적이고 정적인 도구나 놀이들이 끌리게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순천에 위치한 낙안읍성을 간 일이 있다. 낙안읍성은 해미읍성, 고창읍성과 더불어 전국의 3대 읍성에 드는 곳이다. 그것도 유일하게 사람이 거주하는 읍성이다. 읍성 내 객사입구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투호놀이 삼매경에 빠진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즐기며 몰려있는 것이다. 아마도 단체 관광객인 듯싶었다. 이들이 던진 화살이 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신기한 듯 환호를 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요즘처럼 각팍한 시국에 어디 가서 볼 수 있으랴.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왼편으로 주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고 약간 구부러진 도로의 상점에 이르자 어릴 적 보았던 가마니덕석의 윷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틀림없는 예전 그 모습이다.

윷을 노는 팀을 가르고 4명이 한조가 되어 순차적으로 윷을 노는데 그들의 얼굴은 천진난만한 영혼이 맑은 모습이다. 원하는 패가 나오지 않아도 그들은 불만이 없다. 그저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던져진 패에 복종하며 쾌활한 웃음을 던진다.

이것이 고유한 우리의 전통 놀이이다. 승부욕에 타올라 서로 으르렁 거리며 상대를 노려보고 약물복용으로 승부조작까지 일삼는 거짓 승부의 요즘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놀이와 스포츠는 다르다고 반문할 수는 있겠으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온정과 양보와 겸손으로 우리의 전통놀이를 지켜온 우리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모방이라도 했으면 한다.

요즘은 민속촌이나 놀이 체험 등 특별한 장소 외에 거의 윷노는 광경들을 볼 수가 없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전통놀이가 흥행했던 그 시절로 가고 싶은 맘이 간절한 요즘이다.

대동문화 98호 [2017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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