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를 제거하는 데는 약품처리나 치과용 드릴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탑 주변에 철골로 벽을 세우고 그 안에 탑의 꼭대기까지 흙을 채워 넣어 탑을 완전히 덮어 씌운다. 그리곤 마치 탑을 발굴 하듯이 흙을 조금씩 제거해 나가면서 시멘트를 떼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해체 과정에서 탑이 무너져 버릴수 있다”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 복원을 앞두고, 문화재 위원 중 한사람인 김동현 연세대 교수의 의견이다. 현재 남아있는 국내 최대의 석탑이며, 동시에 가장 오래된 석탑이기도 한 미륵사지 석탑은 동북쪽을 중심으로 절반 가량이 남아있고 나머지는 유실되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5년 붕괴된 부분을 시멘트로 보수하였는데, 세월이 지나 금이 가고 그곳으로 물이 스며들어 붕괴 위험이 높아지자 1999년 석탑의 해체 보수가 결정된 이후 2010년 해체가 완료 되었으며 2013년부터 구 부재와 신 부재 비율 약 6대4 정도로 사용하여 복원이 진행되어 2017년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시멘트의 내구성에 관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시멘트는 문자 그대로 첨단 소재였다. 비교적 사용이 간편하고,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깨질 염려가 있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곳에 감초처럼 사용되었다.

시멘트의 종류는 넓게 분류하면 기경성과 수경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기경성은 공기와 혼합하여 굳는 것인데 석고나 석회등이 있다. 그러나 기경성은 수분에 절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수중공사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1756년 수중공사에 적합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고, 1824년 영국의 벽돌공 조셉 애스프린에 의해 수경성 시멘트가 탄생한다. 잘게 부순 석회석 가루를 불에 굽고 거기에 점토와 물을 섞어 건조시킨 뒤 1300~1400℃의 고온에서 굽고 여기에서 생기는 덩어리를 잘게 부수었다.

이 사소한 개량이 현대시멘트의 원형이 되었다. 오늘날 시멘트와 골재(조약돌,자갈,모래)를 혼합하여 콘크리트를 만든다음 다시 인장력을 갖춘 철근과 함께 사용하여 건물공사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가 되었다. 그러나 반영구적으로 여겨졌던 시멘트의 수명이 100년까지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야 할 곳이 있는데 우리 곁에 있는 문화재이다.

시멘트로 보수한 미륵사지석탑이 정확하게 86년 만에 해체보수 하기로 결정한 것은 금이 가고 강도가 약해져서 붕괴될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사용하여 문화재를 훼손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미륵사지석탑이다.

일제가 콘크리트로 보강한 석탑의 남측면 부재 약185t 규모의 석재에 엉겨붙은 시멘트의 잔해를 수작업으로 벗겨 내는 데에만 4년이 걸렸다. 천년을 이어온 문화재를 또 다시 후손들에게 천년이상 물려줄 의무를 우리모두 가지고 있다. 최대한 원형 그대로, 최소한의 간섭을 통하여 복원이 가능한 가역성있는 재료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고려, 조선시대에도 탑을 해체 복원했다. 그런데 수차례 해체 복원 하다보니 탑이 작아졌다. 그것은 없어진 부재를 무시하고 남아 있는 것 만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부재를 절반 가까이 사용하여 미륵사지석탑 복원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리곁에 있는 문화재의 대부분은 고건축물이 차지한다. 기와지붕의 한옥이나 정자 등이 많다. 오늘날에도 문화재를 보수하거나 복원하는데 시멘트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비지정 문화재의 한옥의 경우 인방이나 고막이 벽, 앙벽이나 당골막이 등이 시멘트가 발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담장을 쌓는 데 흙과 일반시멘트을 섞어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경성 재료를 사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될 예비후보들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생석회와 점토를 혼합하여 벽체를 꾸미거나 짚과 점토를 섞어 사용한 벽은 물론 수분에 취약하고 시멘트 벽 보다 강도가 약하지만 천년을 지탱한다. 또한 일부 파손되거나, 훼손 되었을때 쉽게 복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제무왕이 왕위에 오르던 시기는 고구려 군대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서해의 무역권을 빼앗겼으며, 영토는 남쪽으로 크게 줄어들고 귀족들의 힘이 강해지고 발언권 확대로 왕권이 약화되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망해가는 백제를 다시 한반도의 강국으로 올려놓고 중흥을 꾀한 이가 바로 무왕이다. 중국의 수,당과 외교를 통하여 고구려를 견제하고, 일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다음 집요하게 신라를 공격함으로써 영토 확장을 해 나갔다.

패배감과 열등의식에 빠진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며 강국을 향한 꿈을 꾸게 하는 수단의 하나로 익산 미륵사지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석탑은 천년이 넘게 우리들의 곁에 함께 해왔다. 기울어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것은 외부의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몫임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김귀백 시민기자  gasun61.@ne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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