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의 난을 아십니까?

지난 2016년 10월24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시작으로 온 세상을 들끓게 했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이어지고, 10월 29일,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을 들고 나서는 박근혜 정권의 퇴진 시위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친박세력들의 맞불집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반대를 주장하며 또 다른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이 모습이 지금 2017년 2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시간과 장소를 옮겨 20세기 초에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금 보려한다. 제주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1948년 4월3일 새벽 2시. 총성과 함께 한라산 중허리의 오름마다 봉화가 타오르면서 350명의 무장봉기가 경찰과 서청의 탄압중지,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 통일정부 수립촉구 등을 슬로건으로 발발했던 제주4.3항쟁일 것이다. 그보다 앞서 1901년 5월 15일, 제주민란으로 불리는 이재수의 난을 다시 생각해본다.

이재수의 난은 신축민란(辛丑民亂), 제주민란으로 불리기도 한다. 광무 5년(1901년), 그러니까 대한제국이 세워진(1897년)지 5년이 되는 해에 제주도에서 일어난 조세 수탈과 프랑스 선교사를 앞세운 천주교회의 폐단에 맞선 민중항쟁이다.
1897년 조선은 광무개혁을 통해 대한제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각 지방에 세금징수관을 파견하게 된다. 한성에서 온 세금징수관은 온갖 명목으로 제주도민에게 세금을 물렸다. 이미 오래 전에 폐지되었던 민포(民布)를 다시 징수하기 시작했고, 가옥·수목·가축·어장·어망·염분·노위 등의 세금은 물론, 심지어 잡초에까지 세금을 매겨 거두었다.
중앙에서 파견된 세금징수관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수행할 손발이 없었다. 그때 손발을 자임하고 나선 이들이 천주교도들이었다. 무리한 세금을 걷으려는 천주교인들과 제주도민들 사이에는 갈등이 누적되어 갔다.

1901년 제주민란을 일으킨 대정 고을의 이재수, 오대현, 강우백을 기념하는 삼의사비

대원군 시기까지만 해도 천주교는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1886년 한불수호조약과 1896년 교민조약 이후 천주교는 선교의 자유를 얻어 공세적인 선교를 하였다. 당시 프랑스 신부들은 당시 고종(高宗)황제께서 몸소 지급한 "여아대(如我對, 짐을 대하듯이 하라)"라는 신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제주 목사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완전한 치외법권과 영사 재판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잇점이 있었기에 신앙과 무관하게 교인들이 늘어났다. 프랑스 신부들을 등에 업고 천주교도들은 제주 안에서 마음대로 범법을 저질렀던 것이다. 예를 들면 살인, 부녀자 강간 및 강탈, 도둑질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사람을 죽여도, 관가에서 체포하지 못하였고, 천주교도들을 비방하거나 언쟁을 벌인 사람들을 "천주교를 모독했다"며 성당에 끌어다가 매를 치거나 가두고, 잘못을 저지른 관에서 체포한 천주교도들은 도중에 빼돌리거나 관가의 감옥에 갇힌 사람을 강권으로 풀어주기도 하였다. 이런 행위를 저지르면서 오히려 제주도민들이 종래의 신앙으로 가지고 있었던 고유의 샤머니즘을 그들의 눈에 혁파되어야 할 미신이자 사탄이라 하여 오래된 신당을 파괴하였으며 토속신앙을 유린했다. 이 같은 천주교도들의 불법행위를 프랑스 신부는 방관 내지는 비호하였고, 이로 인해 제주도는 천주교인들에 의한 무법천지로 전락해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일반 도민들은 천주교인들의 전횡으로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따라 제주도민의 반천주교의식은 더욱 자극받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렇게 청렴하지 못한 관리들과 불량한 교도들의 불법 행위에 대항할 집단으로써 제주도 대정군(大靜郡)내 유지들이 모여 상무사(商務社)를 조직하게 된다. 이들은 세금징수관이 강제로 빼앗고 억지로 달라고 하거나 함부로 거둬들이는 행위에 대해 폭로하고 규탄했으며, 교인들의 비행과 폭력에 대해서도 완력으로 맞섰다. 천주교도들과 상무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민 사이에 많은 충돌과 폭력이 오고가는 가운데 드디어 대정군의 관노였던 이재수가 장두가 되어 나서게 되고, 비무장 상태의 주민에게까지 총을 쏘는 등 비겁한 짓을 서슴치 않는 천주교도들에 대한 무장봉기를 결심하였다. 이재수를 중심으로 민군들은 프랑스 신부와 교도들을 타도하고 다시는 악질 세금징수관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항거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이재수가 이끄는 민군이 제주성에 입성한다. 5월 28일과 29일 양일간에만 3백 명의 천주교도가 민군에 의해 피살되었다. 이 사건의 보고서에 의하면 사망자 수는 총 317명으로서 천주교도가 309명, 평민이 8명, 성별로는 남자 305명, 여자 12명이며, 3개 군의 사망자는 현황으로 볼 때 제주군(36개 리) 93명, 대정군(26개 리) 81명, 정의군(8개 리) 142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천주교도들이 위기에 몰리자 프랑스 신부는 몰래 목포(木浦)에 있는 프랑스 공사관에 연락을 넣어 인천에 주둔하고 있던 본국 군함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요청을 받은 프랑스 군함 두 척이 제주 앞바다로 들어와 천주교도를 학살한 이재수와 민군에 대한 복수로 천주교도를 제외한 나머지 제주 도민은 모조리 죽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이재수는 1만에 달하는 민군과 함께 일전을 불사하는 항전의 자세를 취한다. 결국 프랑스 해군은 섣불리 공세를 취하지 못하고 제주 부사와 담판으로 프랑스 군함은 자국 신부와 교도 40명을 데리고 귀환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대한제국의 조정에서는 교폐와 세폐 시정을 명한 황제의 고유가 담긴 방문을 붙여 사태 수습에 나서게 됩니다. 사태가 진정되자 장두 이재수는 이에 스스로 민군 1만 명을 해산시켰고, 그 자신도 관아에 자수를 하였다. 그리고 이재수 등 세 장두는 서울로 압송되어 재판에 회부되었고, 재판 끝에 사형이 언도되어 10월 9일에 한성 감옥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대정마을 삼의사 비

결국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1894년에 전라도 고부에서부터 시작된 반봉건주의, 반제국주의의 민중항쟁이 되었던 동학농민전쟁처럼, 20세기 초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서구열강들의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그 시기에 허약한 정부를 이끌고 있었던 대한제국 시절.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세금징수관의 조세 수탈과 프랑스 선교사를 앞세운 천주교회의 폐단에 맞선 제주도민의 의거였던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레미라제블’ 뮤지컬곡으로 나왔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가사내용이 새롭게 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자 우리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오덕만 기자  weedu-du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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