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도마재

행사 양회일을 중심으로 한 1백여 의병들은 능주군 도림면 쌍산의소에서 기병했다. 1907년 4월 21일(양력) 의 일이다. 곧바로 능주군아를 점령하고 이어 화순군아까지 점령했다.

이들은 주사청, 우편소, 경무서, 일본인 상가에 있던 문서와 의복 및 일본 상인의 물품 등을 불태웠다. 양총과 탄약 등의 무기류를 노획한 후 전주를 파괴하고 전선을 잘라버리기도 했다.

이들의 공격 목표는 우선 광주를 공격하여 전라도 지방에서 일번 세력을 몰아내고 나아가 북상하여 서울의 일본세력과 친일세력을 처단함으로써 국권을 회복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의병들이 원거리를 행군한 가운데 해가 이미 기울고 험한 너릿재를 넘는다는 것은 자칫 곤경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쌍산의소 의병들은 다음 날 광주를 치기 위해 우선 안전한 곳에서 진지를 치고 밤을 새야 했다. 동복군 도마재 골짜기까지 험로를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광주수비대의 이쯔끼 보좌관과 보조원 4명, 총순이하 7명이 밤새 추격했다.

결국 동틀 무렵 숙영지(宿營地)에서 막 나온 의병들을 포위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의병진이 승리하는 듯 했지만 이어 들이닥친 일본군 증원군이 도착하자 지세가 불리했다. 중과부적으로 포위망을 탈출할 수 없었다.

양회일, 임창모, 이윤선, 안찬재, 유태경, 신태환 등 의병 6명은 체포되고 정세현 의병은 전사했다. 다수 부상자가 생겼고 양회일 등의 노력으로 나머지 의병들 대부분은 몸을 피하는 등 패전을 하고 말았다.

2016년 3월 2일 의병의 흔적을 따라 도마재 현장을 찾았다. 모후산에서 뻗어 내린 산등걸이 도마재에 이르면 날카롭기가 칼날 같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곳은 발도 디딜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2009년 9월 28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토교통부에서 준공한 모후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건물이 자리하고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도마재는 이제 관측소의 사무실(유마리 산1-34)과 모노레일이 시작되는 기점으로만 의미가 있는 듯하다. 도마재는 화순 남면 유마리와 동복면 다산리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한자로는 도마치(刀磨峙)로 표기한다.

본디 우리말로 하면 ‘가름뫼 고개’가 원어에 가깝다 하겠다. 산과 산을 가르는(나누는) 고갯길의 의미가 있다.

가름뫼는 우리가 아는 가르마(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나누어 빗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가름머리의 뜻)와 같은 의미이다. 가름뫼>가르매>가르마>갈마로 변천되었다. 한자로 표기하면서 칼도(刀)+갈마(磨)+고개치(峙)로 표기했고 도마재, 도마치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지형의 형태를 본 따 지어진 이름이라 하겠다. 그 뜻을 다시 풀어본다면 ‘산으로 갈리는 고개’를 의미한다.

같은 의미로 화순 동면 청궁리 어림(동면갈두)과 경계하는 이서면 갈두(이서갈두)는 본디 칼두(갈두)라 불렀다. 이 또한 가름뫼 고개의 뜻을 품고 있다. 갈두재는 화순현과 동복현의 경계이자 호남정맥이 지나는 험한 고갯길이다.

전국적인 도마재(도마령) 분포 상황을 보면 전남 화순 청풍면 세청리, 경북 영천 신녕면 치산리, 충남 청양 운곡면 광암리, 전북 임실 운암면 지천리, 경기도 포천 이동면 도평리, 충북 영동 상촌리 등에서 불리우고 있다.

최성은 기자  koindo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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